[롤챔스 섬머 8강] 다시 만난 숙적, 삼성 화이트 vs SKT T1 K

롤챔스 리그 최고의 라이벌 두 팀이 8강 무대에서 만났다. 탈수기를 방불케하는 압박 운영의 명가 삼성 화이트와 최고의 팀 단위 전투력을 보유한 SKT T1 K의 승부다. 양 팀은 2013 롤챔스 스프링 4강전 이후 다섯 시즌째 매 리그 중요 길목에서 마주쳤다. 프로팀간의 판도가 급변하는 롤챔스 리그에서 오랫동안 호적수 관계를 이어온 두 팀 중 과연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즌 삼성 화이트의 행보는 순조롭다. 첫 경기에서 '강팀에게 더 강한 팀' SKT T1 S에게 한 세트를 내준 것 외에는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특히, 같은 조의 CJ 프로스트가 롤챔스 사상 처음으로 8강 진출에 실패한 것과 대비되어 삼성 화이트의 강세를 더욱 실감케했다.

삼성 화이트의 이 같은 고공 행진은 압도적인 운영 능력에서 비롯됐다. 각 라인 선수들이 2, 3인분의 활약을 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각자 1인분을 했을 때 필승하는 법을 알고 있는 팀이다. 여기에 기복이 심한 원거리 딜러 임프가 이번 시즌들어 안정세에 보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현재 삼성 화이트는 SKT T1 K와의 세트 스코어에서 12:9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 따지면 4:4로 동률인데다, SKT T1 K가 전성기의 폼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것도 큰 불안 요소다. 후반 운영에서는 이미 흠잡을 데가 없는 삼성 화이트인만큼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각 라이너들이 초반 라인전에서 분전해줄 필요가 있다.

이에 맞서는 SKT T1 K는 1승 1무 1패라는 다소 아쉬운 조별리그 성적으로 8강에 입성했다. 이 중 1패는 현 리그 최강자인 삼성 블루와의 경기였던 만큼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약체팀으로 평가 받는 IM #1과의 무승부는 의아한 부분이다. 물론 IM #1과의 2세트 경기 당시, SKT T1 K는 이미 진출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전력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SKT T1 K가 프로팀으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것은 2013-14 윈터 시즌이었다. 당시 결승 상대였던 삼성 화이트를 3:0으로 대파해 리그 전승 우승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한 해에 롤챔스 2연속 우승과 롤드컵까지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당시 SKT T1 K는 '약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팀'이란 찬사를 받으며 말 그대로 리그 최정상에 서있었다.

그러나 SKT T1 K의 왕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어진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의 주장인 푸만두가 지병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 결국, 푸만두 없이 출장한 SKT T1 K는 아쉬운 경기력 속에서도 어떻게든 조별리그를 돌파했다. 하지만, 8강에서 악연의 삼성 화이트를 다시 만났고, 분전 끝에 1:3으로 패배하며 창단 이래 첫 4강 진출 실패라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이 패배 이후 SKT T1 K는 더 이상 전성기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푸만두의 장기 결장이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삼성 화이트가 SKT T1 K에 남긴 상흔도 만만치 않다. 이번 시즌들어 SKT T1 K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삼성 화이트를 꺾어 해묵은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