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PC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이 올해 태블릿 PC 시장에서의 선전에 한껏 고무된
모양새다. 내년에는 PC와 모바일 사업을 통합하고 본격적인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설
태세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PC와 스마트폰 칩 사업 부문을 통합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되는 조직은 클라이언트 컴퓨터 그룹으로, 프로세서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모뎀 칩을 모두 관장하게 될 전망이다.
실상 인텔은 지난 수년간 모바일 시장에서 녹록지 못한 시절을 보냈다. PC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인텔이었으나, 성능에 치중해온 나머지 모바일 칩에서 요구되는 저전력 측면을 간과했던 탓이다. 절치부심한 인텔은 태블릿 PC용 칩 시장 공략을 기치로 내걸고 자사의 아톰 프로세서를 모바일에 최적화해 선보였다.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사진= 인텔)
그 결과 인텔은 올들어 태블릿 PC용 칩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일궈냈다. 인텔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초 목표로 내건 4000만 대의 태블릿 칩 출하도 3분기까지 3000만대를 돌파, 연말까지는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 시장에서 퀄컴의 벽을 넘은 첫 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2분기 들어 태블릿 PC용 칩 시장점유율 19%를 기록하며 17%를 차지한 퀄컴을 밀어내고 2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이 시장 1위는 시장점유율 26%의 애플이 수성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인텔은 내년 스마트폰 시장으로도 세를 넓힐 예정이다.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 칩을 결합한 ‘소피아’가 그 선두에 있다. 앞서 지난달 인텔은 에이수스가 미국 시장에 선보인 하이브리드 스마트폰 ‘패드폰 X 미니’에 LTE 모뎀을 공급하면서 의미 있는 첫 발을 떼기도 했다.
▲에이수스 패드폰 X 미니(사진= 에이수스)
내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인텔 소피아 기반의 스마트폰은 주로 중저가 모델을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텔 인사이드’ 태블릿 PC로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던 것과 같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인텔이 태블릿 PC 시장에서 거둔 성과가 보조금을 앞세운 고육지책이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을 거두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텔은 자사 칩을 탑재한 태블릿 PC에 대당 51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 결과 급속한 시장 점유율 확대는 이뤄냈지만, 태블릿 PC 판매가 인텔의 매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3분기 인텔은 145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PC 부문이 92억 달러를,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37억 달러를 차지했다. 모바일 부문은 단 100만 달러 매출에 그쳤고, 그마저도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1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모바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그럼에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가 PC-모바일 사업 부문 통합을 내비친 속내에는 전통적인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서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수익성 개선이라는 노림수까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인텔이 저가형 태블릿 PC에 투입했던 보조금을 중단하게 되면 향후 시장 판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