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돌입 개발사 밀착 체험기
국내에서는 한 해 수 십 개의 온라인게임들이 출시된다. 크던 작던 간에 온라인 게임이라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클로즈베타테스트. 클로즈베타테스트는 정식 서비스 전에 미리 한정된 인원에게만 게임을 공개해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시운전과 마찬가지인 셈.
개발진은 그 동안 애써 개발한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첫 공개하는 자리인 만큼 철저한 준비 속에 테스트에 임한다. 하지만 예상 밖의 사고는 조용히 찾아오는 법. 보통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선 랙, 서버다운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개발실 사람들은 진땀을 흘리기 마련이다.
1차 클로즈베타를 시작하는 개발실의 풍경을 담아보았다.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준비하는 개발실은 사계절이 모두 존재한다. 보통 테스트 시작 전 2, 3일 밤샘은 기본. 개발진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개발실은 어느 새 여름처럼 후끈 달아오르는가 하면 개발진들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선 잠을 자는 새벽시간에는 겨울의 동장군도 울고 갈 만큼 썰렁해지기도 한다.
‘네버엔딩 사가’ 개발실을 방문한 것은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개발실에 들어서자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다채로운(?) 것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얼굴에 ‘밤 샜어요.’라고 써있는 개발진들의 지친 얼굴과 잔뜩 쌓인 커피우유, 컵라면 잔해였다. 이미 오후 12시를 넘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진들은 컴퓨터 앞에서 ‘요지부동’이다. 대신 책상 위에는 컵라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진 기자, 점심식사 이야기를 꺼내자 권영욱 개발실장과 졍현우 메인 기획자만 자리에서 일어날 뿐, 나머지 개발진은 계속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향하면서 썰렁한 개발실 분위기에 대해서 묻자 권 실장은 “이해해주세요. 다들 3일전부터 밤샘 작업을 하고 있어서 말이 없어요. 아니, 말할 힘이 없어요(웃음).”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릴 뿐이다.
친분이 있는 게임 개발자가 술자리에서 “게임 개발자한테 제일 중요한 것 체력”이라고 한 농담이 떠 올랐다. 식사를 마친 후, 개발실로 돌아오니 클로즈베타테스트 1시간 전이었다. 이미 개발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개발진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홈페이지와 서버, 클라이언트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었다. 의자에 기대어 선잠을 청하던 개발자들도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로 다시 작업에 돌입했다.
▲ 어느 개발실에 가도 꼭 있는 건담 프라모델들. 개발자들의 로망중 하나라고 할까? |
▲ 점심시간이 되도 개발진은 `요지부동`이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그들의 일용할 양식은 바로 이것! |
그리고 드디어 ‘네버엔딩 사가’의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시작됐다. 이제 바통은 운영팀과 기획팀으로 넘어갔다. 두 팀을 제외한 그래픽, 프로그램팀은 그나마 한 숨 놓는 분위기였지만, 자리에서 뜨지 않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니터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가장 바빠지는 부서가 바로 운영팀이다. 게임에 접속한 게이머들 관리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질문 답변, 게이머들의 요구사항 수렴 등 실질적으로 게임 환경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바로 운영팀이다.
‘네버엔딩 사가’ 운영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진 찍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던 한 운영자는 대 놓고 사진을 찍어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기획팀은 직접 게이머들과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서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꼼꼼히 메모하고 있었다.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기획팀은 게임의 내적인 부분, 특히 게임의 밸런스와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면서 게이머들이 보다 재미있고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한 운영팀원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쑥스러운 듯 “온몸이 천근처럼 무겁기야 하죠. 하지만 게이머들이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라고 격려해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최고의 영양제인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그나마 여유가 생긴 틈을 타 권 실장과 프로그램팀장은 ‘네버엔딩 사가’로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이른바 ‘제오닉스배 네버엔딩 사가 배틀’(제오닉스는 가끔 사내 게임 대회를 열기도 하는데, 1등 상품이 무려 PSP(!)라고 한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공방전 끝에 결국 프로그램팀장의 승리!
그런데 이 때, 갑자기 개발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원인불명의 이유로 서버가 다운된 것이다. 개발진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서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로그램팀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눌러댔다.
온라인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 되는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은 보통 (당연하게도) 프로그램팀에서 관리한다. 서버가 다운될 수 있는 원인을 꼽자면 숫자로 샐 수 없을 만큼 많다. 때문에 서버 다운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운이 좋으면 5분 만에 찾을 때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금 후, 서버 하드웨어쪽에서 문제가 발견됐고 곧바로 수정작업에 나섰다. 다행히 서버는 약 20분만에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어느덧, 오후 6시가 되었다. 보통 회사라면 이 시간엔 퇴근 준비를 하지만 개발실은 이제 시작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오늘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발견된 문제들에 대한 회의가 남아있고, 여기서 발견된 문제들을 내일 클로즈베타테스트 오픈시간까지 해결해야 한다. 오늘 역시 회사에서 밤을 샐 분위기다.
부스스한 머리, 축 늘어진 어깨, 빨갛게 충혈된 눈이 그들의 몸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얼굴에선 찡그린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불평한마디 없다. 그들의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정 기획자은 씩 웃으며 “저는 원래 제오닉스에서 개발한 판타지 마스터라는 온라인 TCG 유저였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계속 게임 개발자를 꿈꿔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제오닉스에 입사하게 됐어요. 제가 올해 4년 차인데 이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게임 개발이 너무 좋은데 어떻하겠어요. 아마 개발실 직원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라고 말할 뿐이다.
‘많이 넘어져 본 아이가 빨리 달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만 가지 경우를 준비해도 만 한가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클로즈베타테스트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힘든 환경 속에서도 온 몸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진정한 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있다. 오늘의 서버다운은 내일의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몇 번의 서버다운 정도는 애교로 봐주는 여유가 성숙한 게이머의 자세가 아닐까?
오늘도 개발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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