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아블로3를 기다릴 수 없어 미소스를 개발했다.”
‘헬게이트:런던(이하 헬게이트)’을 개발한 플래그십 스튜디오 미술감독 필 쉥크의 말이다. 지난 5일 서울에서 개최된 ‘게임 슈퍼 유저 세미나’에서 필 쉥크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필 쉥크는 블리자드 노스에서 선임 캐릭터 아티스트와 컨셉 아티스트로 재직한 인물로 ‘디아블로2’부터 미술감독을 맡아 빌로퍼 사단의 핵심 개발자로 자리잡았다. 그는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었고 영화 ‘레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게리 올드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인물이었다.
이번 세미나에선 필 쉥크와 함께 ‘레인보우’ 시리즈, ‘기어즈오브워’, ‘언리얼토너먼트3’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크리스 웰즈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에픽게임즈에서 애니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는 보디빌더 못지 않은 우람한 체격이었는데, 외모와는 다르게 수줍음을 잘 타고 해맑은 웃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조지아 대학에서 동작 드로잉과 동물 해부학을 가르쳤던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 에픽게임즈 애니메이터 크리스 웰즈(좌측)과 플래그십 스튜디오 미술감독 필 쉥크(오른쪽) |
게임메카: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전(前) 블리자드 노스 맴버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새로운 타이틀을 개발하는 만큼 여기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내부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필 쉥크: (하하) 플래그십 스튜디오 자체가 블리자드 노스라고 할 수 있다. 9명의 핵심 개발자들 빌로퍼, 데이비드 브레빅, 에릭 쉐퍼, 피터 후 등 이들 자체가 블리자드 노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다시피 ‘디아블로’ 시리즈는 데이비드 브레빅에 의해서 시작되고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임메카: ‘헬게이트’의 캐릭터들은 ‘디아블로’ 캐릭터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것은 의도된 것인가.
필 쉥크: 그렇다. 우리는 유저들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보다 익숙한 캐릭터를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전히 같은 캐릭터가 아닌 전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캐릭터여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는 오히려 유저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그만큼 게임의 재미를 갉아먹는 요소가 되어버린다.
`헬게이트’ 역시 이런 점을 반영했다. 템플러는 악마들의 침입에 대비해 비밀리에 내려져온 조직의 일원이다. 때문에 중세 기사의 이미지를 풍기도록 디자인되었다. 물론 여기에 현대시대에 걸맞는 SF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누구라도 템플러 직업들을 보면 한 눈에 ‘중세기사’라는 이미지가 떠 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헌터 직업들의 캐릭터 역시 총기를 사용하는 군인 캐릭터를 발전시켜 만들었다. 굳이 독자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카발리스트정도 인 것 같다.
게임메카: ‘디아블로3’에 대한 루머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으로서 ‘디아블로3’를 예상해 본다면 어떤 게임이 될 것 같은가.
필 쉥크: 액션 RPG요소가 없다면 그것은 ‘디아블로’라고 하기 힘들 것 같다. 플래그십 맴버들도 ‘디아블로’를 아주 좋아하는데, 조금 과장하면 ‘디아블로3’를 기다릴 수 없어 ‘미소스’를 개발했다(웃음). 현재 개발 중인 ‘미소스’는 와우 그래픽과 비슷한 카툰 스타일에 디아블로 플레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앞으로 많은 내용이 추가될 예정이다.
게임메카: `디아블로2`,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 `헬게이트`, `미소스` 등에서 활약했는데,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필 쉥크: 나는 내가 직접 나서서 적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다른 무언가를 이용해 처리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디아블로2`에선 네크로맨서 캐릭터를 좋아했다. 마찬가지로 `헬게이트`에선 주로 악마술사로 게임 즐기고 있다.
게임메카: (크리스 웰즈에게 질문) 수 년간 유명 게임을 개발하며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입지를 굳혔는데,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에게 실력향상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크리스 웰즈: 현재는 주로 3D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있지만 본래 2D 애니메이터였다. 팁이라고 한다면 크로키(인물의 특징만을 재빨리 그리는 화법), 라이브 스케치와 퀵 드로잉을 반복적으로 많이 그려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애니메이터는 빠른 시간 내에 캐릭터의 특징과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위와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추천도서로는 리처드 윌리엄스가 쓴 ‘애니메이터 생존도구’를 추천한다.
게임메카: 전 세계 수많은 게임들이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언리얼 엔진3를 사용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3가 오픈필드(넓게 펼쳐진 맵)를 구현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엔진 개발에 이런 점이 고려되었는가.
크리스 웰즈: 딱히 오픈필드에 맞추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에픽게임즈에서 언리얼 엔진을 개발할 당시 모든 상황에 적합하도록 개발을 진행했고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단지 라이센스를 취득한 개발사들이 오픈필드 부분에 자주 사용했을 뿐, 의도한 것은 아니다.
게임메카: 애니메이터로서 최근 출시된 게임들 중 높이 평가하는 게임이 있다면.
크리스 웰즈: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게임이 있다면 물리효과를 멋지게 표현한 ‘스트랭글 홀드’와 정말 훌륭한 워터 이팩트(물과 관련된 특수효과들)를 보여준 ‘바이오쇼크’를 꼽고 싶다. 또 여러 특수효과를 이용해 분위기를 특색있게 살린 ‘레인보우식스: 베가스’도 좋았다. 그리고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개발하고 있는 ‘로스트 오딧세이’도 멋진 영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메카: 에픽게임즈의 동영상은 항상 게이머들을 놀라게 한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크리스 웰즈: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에픽게임즈에선 게임 동영상을 제작할 때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게임 속 3D 모델(3D화시킨 사물)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동영상에 나오는 캐릭터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모두 같은 3D모델이다. 다만 동영상 작업에선 특수한 조명기법과 더 많은 자원이 사용된다는 것 정도다. 같은 방법은 동영상에 나타난 캐릭터와 게임 내 캐릭터의 이질감을 없애준다. ‘기어즈오브워’나 ‘언리얼토너먼트3’의 동영상 역시 그렇게 제작됐다.
게임메카: (둘 모두에게) 현재 한국에선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애니메이터들이 게임 쪽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에선 어떤 상태인가.
필, 크리스: 미국은 영화, 애니메이션 사업이 발달되어 있다. 때문에 영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애니메이터들이 게임 개발 애니메이터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게임메카: 5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필 쉥크: (하하) 우선 앞으로 추가될 헬게이트’의 ‘컨텐츠에 주력할 것이다. 우리는 2~3개월에 한 번씩 작든 크든 새로운 패치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미소스’ 개발에도 매달리게 될 것 같다. 5년 후에는 글쌔, 정말 모르겠다.
크리스 웰즈: 미래라..솔직히 모르겠다(웃음). 현재 에픽게임즈 환경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기어즈오브워’나 ‘언리얼토너먼트3’같은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당분간은 PS3로 발매될 ‘언리얼토너먼트3’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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