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댄스게임 ‘러브비트’를 만든 개발사인 크레이지다이아몬드의 이름은 ‘가장 빛나는 다이아몬드, 혹은 가장 값비싼 다이아몬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주, ‘러브비트’는 실질적인 데뷔 무대도 치르기 전에 ‘도용’ 논란에 휘말리면서 가장 빛나는, 에 앞서 가장 시끄러운 신인이 되어버렸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지금 ‘러브비트’의 쏠린 관심의 많은 부분은 거기서 출발한다. 그것도 보통의 신인 게임들이 “도용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이 게임은 “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이한 상황이다.
사실상 입력방식의 도용 여부를 떠나서, ‘러브비트’ 역시 도용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게임이다. 개발사에 따르면, ‘러브비트’는 댄스게임 시장의 일인자이자, 감히 ‘독과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오디션’을 벤치마킹, 보완하고 발전시킨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메카는 지난 12일 도용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 어쩌면 가장 솔직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에, 개발사인 크레이지다이아몬드를 방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오디션’ 도용 논란의 시발점이 된 ‘비트러쉬’ 모드가 포함된 시즌2 업데이트를 막 마친 바로 그 시점이었다. 크레이지다이아몬드 천우진 기획팀장은 ‘오디션’ 홈페이지 운영자의 ‘짝퉁게임’ 댓글로 인해 썩 기분이 좋아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그 날 업데이트를 실시한 ‘오디션’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캐주얼 게임에 하나인 동시에, 댄스게임 장르의 후발주자들이 반드시 넘어야 하는 큰 산이 바로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게임메카: 러브비트 테스트가 처음 계획보다 길어졌다.
천우진 기획팀장: 원래는 9일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유저들의 반응이 좋고 채널이 계속 늘어나면서 16일까지 연장됐다. (인터뷰 이후 도용 논란이 불어지면서 테스트 기간은 23일까지로 다시 한번 연장됐다.)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이 테스트를 시작하고 주말을 기점으로 유저들이 완만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았고 게임성과 유저들의 입소문만으로 좋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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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이지다이아몬드 천우진 러브비트 기획팀장 |
게임메카: 총 개발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천우진 기획팀장: 실제 제작 기간은 약 1년 정도고, 기획기간까지 포함하면 2년 정도. 기획은 네 번 정도 바뀌었고, 실제 제작은 한 번 정도 뒤집었다. 리듬과 커뮤니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했다. 대체로 쉬지 않고 무작정 키보드를 치면 리듬감을 느낀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게임의 틈을 만들어 유저들이 채팅도 하면서 게임도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게임메카: 지금 몇 곡이나 업데이트 되어있나?
천우진 기획팀장: 기본곡이 약 155곡 정도. 음원은 엔씨소프트가 관리하고, 음원 관련 전문대행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너무 강한 ‘차별성’은 ‘매니아’ 게임이 될 가능성 있어
게임메카: 오디션 이후 많은 댄스게임이 등장했지만,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이 없었다. 실패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많이 분석해봤을 것 같다.
천우진 기획팀장: 사실, 개발자들 내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게임이 아스트로레인저였다. 컨셉이 뚜렷하고, 그래픽도 독특하고, 타격감도 있었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그 특색이 너무 강해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결국 매니아 게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루브파티나 아스트로레인저는 색깔이 뚜렷한 게임이라 소개하라고 하면 설명할 내용도 많지만, 러브비트는 특색을 많이 가진 게임이 아니다. 솔직히 딱 한 마디 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 이번 `도용` 논란의 핵심이 된 1/4박자로 나뉘어진 러브비트의 기본 입력방식. |
게임메카: 그런데 ‘매니아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색, 차별화라는 게 있어야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지 않나?
천우진 기획팀장: 나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줏대가 없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유저가 무얼 원하면 그것을 해 줄 수 있다. 만약에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100%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따라간다는 게 원칙이다.
오디션 ‘짝퉁게임’이든지 엄청난 특색이 있는 게임이든지, 무엇이든 게임이 재미있으면 하지 않겠나. 굳이 ‘짝퉁게임’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억지로 특색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러브비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보편성이다. 유저의 뜻을 따라가는 시스템이다.
게임메카: 유저가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든 업데이트한다는 원칙 같으면, 유저도 자본도 더 풍부한 오디션 쪽이 더 쉽지 않겠나?
천우진 기획팀장: 결국 재미가 있는 쪽이 남지 않겠는가. 오디션처럼 일등만 하던 게임도 경쟁작이라고 나왔던 게임들이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냈기 때문에 지금쯤 느슨해지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이 제일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테스트 단계이고, 아직 다른 게임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
딱, 지금의 러브비트 시스템만 보면 성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고, 기획자가 예상을 못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우리는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언제든지 추가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다.
게임메카: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조금 더 재미있는 정도로는 오랫동안 기존 게임의 투자한 금액이 큰 유저들은 옮기지 않을 텐데?
천우진 기획팀장: 그런 차원에서 죄송한 이야기지만, 오디션의 기존 고레벨 유저들은 우리의 타겟이 아니다. 오디션이 매우 어렵거나 댄스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 유저들이 우리 타겟이다. 게임을 보면 온에어, 그루브파티, 알투비트를 하던 유저들도 있고, 댄스게임에 관심 있는 라이트 유저들이 많이 찾고 있다.
러브비트의 마이룸, 3D 싸이월드나 세컨드라이프와도 다르다
게임메카: 러브비트의 마이룸, 커뮤니티란 어떤 것인가?
천우진 기획팀장: 러브비트의 마이룸은 단순히 꾸미는 공간이 아니라, 제 2의 놀이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게임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연결되어, 3D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진다. 3D 싸이월드와는 좀 다르다. 3D 싸이월드 베타서비스도 경험해보았지만, 우리 컨셉과 다르다. 단순히 공간을 꾸미거나 방문하는 수준이라면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유저들이 서로의 마이룸을 방문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을’ 것이다.
▲ 3D로 구현된 마이룸. 음악을 함께 듣고, 나 혹은 팸의 공간에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논다는 컨셉 |
게임메카: 현재에 이르러 한계에 부딪힌 싸이월드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문제 아닐까?
천우진 기획팀장: 싸이월드가 성공했던 이유는 관음증과 노출증의 적절한 조화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러브비트의 마이룸은 직접적으로 사진첩이 노출되고, 오프라인과 연결되는 현실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맺고 함께 노는 공간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네트워크 커뮤니티, 팸 중심의 커뮤니티. 각 팸도 마이룸같은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컨드라이프와도 좀 다를 것이다.
게임메카: 마이룸에서 같이 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논다는 것은 웹보드게임이나 플래쉬게임 같은 것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천우진 기획팀장: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없다(웃음). 개발 상의 비밀이다. 게임과 동기화된 상태에서 유저들이 같이 놀 수 있다.
게임메카: 러브비트도 이른바 ‘짝짓기’모드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천우진 기획팀장: 일단 아이템을 너무 비싸게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기존 게임의 경우, 의상아이템이 너무 비쌌다. 어린 유저들의 경우 의상은 갖고 싶은데 돈은 없고, 나이 든 사람들은 게임 내 친구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됐다고 본다. 그러나 유저들이 원해서 만나는 것을 개발사에서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런 부분은 지속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
게임메카; 만약에 오디션이 없었으면 러브비트도 나올 수 없는 게임 아닌가?
천우진 기획팀장: 오디션이 없었으면 댄스게임 시장이 이만큼 커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공헌을 한 게임이다.
하지만 러브비트 같은 경우에 박자에 맞춰 동작을 나누었기 때문에 ‘춤 따로, 노래 따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DDR보다는 EZ2DJ처럼 음악의 박자와 비트에 맞게 업데이트되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러브비트 자체는 특별한 색깔은 없다. 만약에 빅뱅 같은 음악이 유행하면 그 같은 음악이 업데이트되고, 원더걸스가 유행하면 그 같은 음악이 들어간다. 방송댄스, 힙합댄스, 코믹댄스, 그 모든 것을 다 가져갈 것이다.
▲ 러브비트의 아이템샵과 커플모드. 개발사는 저렴한 가격정책으로 문제(?)해결책으로 내놓았다. |
서비스의 기본 원칙, 원조집보다 싸고 맛있게 내놓는다
게임메카: ‘유저가 원하면 뭐든지’라면, 유저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닌가?
천우진 기획팀장: 유저 몇 명이 원한다고 거기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유저와 우리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저들이 싫어하는 방향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겠나. 일방적으로 ‘이게 맞습니다, 해보고 곧 맞을 겁니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게임메카: 자꾸 물어 미안한데, ‘보편성’이 특징이라면 색깔 없는 게임이라고 싫어하는 유저도 있다.
천우진 기획팀장: 우리는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서비스사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개발사라고 하지만, 게임 서비스의 원칙은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니까.
게임메카: 퍼블리셔로서 엔씨소프트는 어떤가?
천우진 기획팀장: 우리는 처음 퍼블리셔를 찾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엔씨소프트만 봤다. 만족한다.
게임메카: 솔직히,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 서비스는 아직 검증이 안됐다.
천우진 기획팀장: 게임이 재미있으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유저들이 온다고 생각한다. 퍼블리셔의 역할은 모아진 유저들을 얼마나 더 결집시켜줄 수 있느냐다. 단순히 계약금을 얼마 더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엔씨소프트 측 담당 PM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대해주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보편성’으로 접근하는 게임에 대한 생각도 일치했고, 엔씨소프트 내부의 교통정리도 잘 해결해주었다.
엔씨소프트가 성공하지 못한 부분이고, 미지의 영역이니까 더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게임은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더 보여줄 수 있다. 자신감이 크다. 우리가 100%를 만들어도 유저들이 실제로 만족하는 것은 50% 정도다. 우리가 100%의 자신감을 가지고 유저들을 만나야, 50%라도 성공할 수 있다.
게임메카: 마치 ‘우리는 원조집보다 맛있는 음식을 싸게 내놓는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개발사보다는 서비스 마인드가 강한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천우진 기획팀장: 많은 후발 게임들이 앞선 어떤 게임의 ‘짝퉁게임’이라는 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먼저 나온 게임의 아성을 넘고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면, 그 이후에 나오는 게임들이 다시 ‘짝퉁게임’이 된다. WOW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다른 게임의 짝퉁게임으로 불리웠다. 하지만 WOW가 성공한 이후에 MMORPG는 다 WOW ‘짝퉁게임’으로 불린다. |
회사 내부에서 게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만 하고 TV도 안 보고 트렌드를 못 읽는 개발자는 선호하지 않는다. 케이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보고 그 아이디어를 스테이지나 짝짓기 같은 게임모드에도 참고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홍대나 클럽 같은 곳도 많이 찾는다. 더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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