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황제’는 대접부터 달랐다. SKT T1은 임요환의 제대 직후 바로 다음 날인 22일 서울 을지로 SKT 본관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몇몇 e스포츠 선수들이 병역의무를 마치고 e스포츠계로 복귀했지만,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연 사례는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돌아온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봤다. 임요환이 한국 e스포츠 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대접에도 불구하고 임요환은 자신에게 지워진 상징성을 애써 부정하려는 모습이었다. 임요환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스스로도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복귀할 것.” 이라며 “명성만 남은 것 같아 섭섭하지만, 더 잘하는 선수들이 나와야 e스포츠의 파이가 커질 수 있고 나 또한 그것을 예외 없이 뛰어 넘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자못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SKT T1의 구심점 되겠다
어제 전역 직후 무엇을 했나?
임요환: 바로 팀 숙소로 가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코칭 스태프들과 저녁을 먹으며 팀 운영 등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히 어제는 휴가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폼을 입으니 전역이 실감난다.
공군 에이스에 있으면서 친정팀 SKT T1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 이라 생각한다.
임요환: 제가 활동하던 시기의 주축 선수들이 코칭 스태프로 자리를 이동하는 등 팀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없는 것 같다. 팀 운영에 중심이 없어 날이 서지 못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복귀를 해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싶다. 팀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후배 선수들은 벌써 지도자로 나서고 있다.
임요환: 변하지 않는 목표가 있는데 30대 현역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 후배들을 위해 제가 열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지도자 생활 등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일단 계약기간까지 선수로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다. 그 다음의 진로는 그때 고민해도 될 것이다.
전역하며 세운 목표가 있을텐데.
임요환: 이번 시즌 중반까지는 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즌 후반에는 팀을 이끌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개인우승도 한번 하고 싶고 팀 우승도 견인하고 싶다.
있는 ‘임요환’ 활용하지 말고 ‘제2의 임요환’ 만들어라
이미 어린 신예선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쟁은 피할 수 없는데 자신 있나?
임요환: 공군 에이스에서 여러 사정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다듬고 팀원들과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
(내가)e스포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지금의 나는 명성만 남았다. 조금 섭섭하기는 하지만 전체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e스포츠 판은 제 2의 임요환을 키우기보다는 있는 임요환을 계속 활용하는 것 같다. 저에게는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봐서는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고 제가 그걸 뛰어 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들을 뛰어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정말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한경쟁에 뛰어들겠다.
2009년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임요환: ‘스타크래프트2’가 나왔다고 해서 현재의 ‘스타크래프트’ 종목이 금방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익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스타크래프트2’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리그가 양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임요환: 현역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상형?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고 또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다. 좋은 감정으로 잘 만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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