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사업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이미 출시된 대형게임들을 맡고 있는 사업1실과 ‘엑스틸’, ‘포인트블랭크’처럼 이미 출시된 캐주얼게임에 ‘블레이드앤소울’, ‘스틸독’처럼 앞으로 출시될 신작게임을 맡고 있는 사업2실이 있다.
지난해 느리더라도 게임의 완성도를 우선시하며 게임을 출시하겠다던 신민균 실장의 전략은 어느 정도 실제 행동과 일치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상반기 ‘포인트블랭크’와 하반기 ‘러브비트’ 단 두 개의 캐주얼 게임을 내놓았다. 게임 숫자가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혹, 게임 출시가 너무 느린 것은 아닐까? 세간의 조바심이나 의구심 가득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의 올해 전략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더 작고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사업2실 신민균 실장이 그리고 있는 ‘디테일한’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블레이드앤소울, 선두 업체로서 비전 제시의 책임감 느낀다
일단, 지난해 엔씨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의 근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신민균 실장은 게임이 아직 개발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완성도나 출시 시기에 있어서는 많은 말은 아꼈다. “다른 캐주얼게임과는 달리 엔씨소프트에서 MMORPG를 낼 때는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감이 있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도 공개 당시에 초기 반응이 너무 커서 개발진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아이온의 성공요인도 디테일이라고 생각하고, 대표님 신년사에서도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두 업체로서 비전이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경쟁 이상으로 큰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 중입니다.” |
그렇다면,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였던 ‘펀치몬스터’나 ‘드래고니카’는 해를 넘겨 올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까? 신민균 실장은 다소 곤란한 질문에도 차분하게 대응했다.
“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년에 여러 개 게임을 왜 런칭하지 못 했을까?’사실 ‘포인트블랭크’가 출시될 당시에는 몰랐지만 서비스를 하고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보니 ‘캐주얼게임 시장이라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은 캐주얼 게임은 핵심적인 게임성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했죠. 레이싱 게임에서는 주행감만, FPS게임에서는 타격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핵심과 함께 디테일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캐주얼시장은 없었다, 아이온과 러브비트의 성공열쇠는 `디테일`
신민균 실장은 과거 캐주얼 게임이 개발비 10억 정도와 참신한 아이디어에 업데이트로 보강하는 정도로만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단순한 게임성 이상의 섬세한 완성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캐주얼’이라는 말은 게임 플레이가 캐주얼, 곧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객층이 넓다는 (매니악한하지 않다는) 의미라는 것. 특성 하나로 승부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예로 ‘러브비트’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공개 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자유롭게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일종의 ‘튜닝’을 거쳐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오래된 게임에서 어려웠던 시스템의 추가나 빠른 음원 업데이트. 이것이 이른바 핵심에 ‘디테일’을 추가한 경우다.
내부적으로 ‘펀치몬스터’와 ‘드래고니카’가 먼저 출시되고, 이후에 ‘스틸독’과 ‘메탈블랙 얼터너티브’가 서비스될 계획이다.
“드래고니카와 펀치몬스터도 장르면에서는 MMO이기 때문에 디테일을 더 마련하느라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블랭크도 튜닝을 많이 해서 태국에서 반응이 좋은데, 국내에서도 ‘리런칭’이 가능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 같은 바뀐 기준은 국내 환경에서는 바로 적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발비 규모가 작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테스트가 늦어지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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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사업2실 신민균 실장 |
신민균 실장은 가혹한 기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발사나 고객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엔씨소프트가 새롭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개발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개발사를 만났지만 우리 계획을 모두 공감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시장상황이 어려우니까 개발사도 빠르게 서비스를 진행시키고 싶어하죠. 산업적으로 공감대를 마련하기에 아직은 이른 것도 맞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는 새로운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종의‘암흑기’였다고 퍼블리셔들도 이야기합니다. 많은 게임들이 생산되지 않았던 시기였죠.”
픽사나 드림웍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모델 찾는다
신민균 실장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올해부터는 방법을 바꾸어 장르와 시장을 찾아서, 게임보다는 개발사를 찾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해외에서처럼, 게임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같이 갈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다작을 해서 성공시키는 방식이면 이건 어려운 방법인데…열 개 해서 한 두 개를 성공시킬 계획이라면 이런 방식은 안 해야죠.”
엔씨소프트에서 캐주얼 게임을 비롯하여 MMO게임, 스스로 다시 명명한 ‘미들코어’게임이 지향하는 바는 미국의 픽사나 드림웍스와 같다.
“개인적으로 픽사나 드림웍스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글로벌로 성공하는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까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우리는 한정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이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에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문화 콘텐츠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장벽이 없는 것이 아니라서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은 그런 차원에서 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먹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부분에서 모범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치마킹 대상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세심한 부분에서 신민균 실장은 고민의 해결방법을 조금씩 적용하고 있었다. ‘펀치몬스터’와 ‘드래고니카’의 플레이 방법과 완성도가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십대를 대상으로 한 이 게임들은 출시를 한참 뒤로 미뤄가면서 게임의 완성도를 세심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요즘의 십대는 과거의 십대와 다르다는 것.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캐릭터의 움직임만큼은 하드코어 MMOPRG 이상의 섬세하고 복잡한 조작에 익숙했다. |
“PC방에서 아이들이 게임 플레이하는 모습을 개발사와 사업팀이 두 달씩 함께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아이들이 아니에요. 그런 아이들의 취향 변화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른들의 게임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유치한 플레이’는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난 이 정도 조작은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과시적인 플레이방법을 찾습니다. ‘펀치몬스터’가 전투가 강조되었다면, 앞으로 나올 ‘드래고니카’는 마치 콘솔게임 같은 움직임과 플레이방식이 될 거에요.”
PC방 연구의 결과, 아이들이 어른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
외부 개발사에서 만드는 게임이지만 ‘펀치몬스터’에는 엔씨소프트 내부 시나리오 라이터가 투입된 상황이고, 바른손에서 제작 중인 ‘드래고니카’는 유명 영화음악가 이병우씨가 게임음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엔씨 미디어데이에 공개된 게임 이외에 추가적으로 더 공개할 게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민균 실장은 조심스럽게 1~2개 정도를 더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것.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의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미공개 게임의 하나 정도는 해외게임도 들어갔다.
그렇다면, ‘마법천자문’처럼 외부 IP를 이용해서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도 더 있을까? 그는 무조건적인 해외 IP 이용에 대해서는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마법천자문’의 경우, 엔씨소프트 내부적으로 ‘내 생애 최초의 RPG’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7세부터 즐기는 게임으로, 현재 기획단계를 거쳐 온라인에 적합한 방식으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 `러브비트`를 통해 엔씨는 1등이 있는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신민균 실장은 외부에 자체 개발 게임을 공개하거나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내부 리뷰 시스템을 통과하는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패할 게임을 애써 런칭하여 빠르게 종료하는 것보다 아예 런칭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 내부적으로 이번 ‘아이온’의 서비스 결과가 좋다고 생각해서 리뷰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스틸독도 첫 알파테스트에서 조작이 어려웠는데, 2차 알파테스트를 하고 나면 게임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어렵다고 지적 받은 부분부터 고쳤고, 현재는 PVP만이 아니라 PVE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죠. 약간 다른 상황이지만, 메탈블랙은 내부 반응이 좋아서 게임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어서 개발이 조금 더 걸리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은 협력하고, 비축된 여력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옳아
신민균 실장과 나눈 이야기는 거의 종반에 이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업2실에서 지난해 했던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단순히 게임서비스만이 아니었다. 다소 폐쇄적으로 보이는 게임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엔씨소프트는 다음, 야후, 네오위즈게임즈와 적극적으로 채널링 사업에 나섰던 것. ‘엑스틸’, ‘러브비트’를 야후나 다음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게 하거나, 반대로 피망에서 서비스중인 ‘슬러거’를 플레이엔씨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채널링 사업을 시도 중이다.
“아이온이 런칭되고 다른 게임도 잘 되면서 플레이엔씨도 안정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포털로서도 밸류가 높아지고 플레이엔씨가 가진 타겟연령층도 강점이 되기 때문에 제의가 늘었죠.”
그는 이 같은 채널링 사업으로 양 쪽 모두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며, 무엇보다 채널링 사업에서는 파트너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을 마이너한 장르로 인식한다면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파트너가 적극적인 의지와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도 추가적인 채널링이 거의 계약성사 단계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신민균 실장은 이 같은 채널링을 비롯하여 다소 어두웠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게임 시장을 한층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
“2009년에는 업계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시장이 성장하지 않고 포화 상태에서 해외에 나갈 때에는 모두 묶여 ‘한국게임’이 될 텐데 그만큼 서로 협력해야죠. 그래야지 업계 사람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는 협력하고, 비축된 여력으로 해외를 공동으로 진출하여 돕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난해 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더 혁신적인 시도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시장이 성공했다면, 그 성공 방식을 그대로 썼을 텐데 전체적으로 불황이기 때문에 ‘이게 왜 안되지, 다른 걸 해보자’라고 하면서 혁신적인 시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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