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가 책을 썼다.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라는 제목은 자칫 개발자의 게임 옹호론 처럼 들린다.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서 어느 누가 게임으로 아이들과 ‘통하고’ 싶어 할까. 책의 지은이인 그라비티 차영훈 과장(그라비티 게임연구소 PM)은 “이 책은 게임에 대한 옹호라기보다 게임을 매개체로 한 아이들과의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이라고 선을 그었다.
“요즘 가정들을 바라보면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대화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아빠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엄마들도 아이들과 멀어지고 있죠. 아이들과 가까워지려면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일을 함께 할 필요가 있어요. 요즘 시대에는 게임이죠. 게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거든요.“
이 책은 게임에 빼앗긴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을 위해 쓰였다. 게임에 대한 알파와 오메가까지 부모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모든 것을 정리해 놓았다. 즉 당신에게서 아이들을 빼앗아간 게임이 어떤 것인지. 녀석에게서 우리의 아이들을 되찾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놀 수는 없는지에 대한 모든 내용을 적었다.
-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 들어가며-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는 게임에 대해 좋다 나쁘다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지은이는 그 자신이 개발자이지만 게임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가정에서 내릴 일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차영훈 과장은 “게임에 대해 알았다면, 그 이후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할 것 인가, 아니면 계속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알아서 하면 된다. 게임이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취미로 유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즉 게임은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일 뿐 그 자체가 유익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라는 것이다. |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가 제시하는 부모와 아이와의 게임 소통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영훈 과장은 게임을 모른다면 그저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불편해 할겁니다.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컴퓨터를 끄기도 할 테고요.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부모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질 테죠. 그때 한마디 건네는 겁니다. ‘그거 재미있냐?’, `그거 어떻게 하는거냐`. 그러면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일단 열린 셈입니다. 아이들은 ‘아, 아버지가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 아니라 나랑 대화를 하시려고 하는구나’고 느끼게 되죠. 아이들에게 게임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친구가 되면 훨씬 더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죠. 아이들은 부모 말은 안 들어도 친구 말은 듣거든요.(웃음)”
게임으로 아이들과 친해지라? 자칫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아직 대부분의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물음 앞에서 차영훈 과장은 ‘능선 긋기’를 제시한다.
“어떤 게임을 하던 3일 정도는 적응기에요. 3일 정도가 되면 능선에 올라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되는 시기죠. 이때 강제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름 성경학교에 보낸다든지 해서 말이죠.(웃음)”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에서는 이외에도 부모와 아이들간의 숨바꼭질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위적인 제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컴퓨터 사용막기, 시간 제한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한 관리 등 컴퓨터를 잘 모르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팁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는 결국 이런 방법들이 ‘덫을 놓아 잡겠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말한다. ‘통제’를 통한 관리는 결국 아이들과 부모의 불신을 높일 뿐 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방법들은 결국 부모가 그만큼 집에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아이들과 부모들을 바탕으로 행하는 행위란 것 모두 알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식을 믿는 교육법은 아니다.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제하지 못할 때-
“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아이들을 부모가 게임을 못하게 하는 이유 중에 (부모가) 숨겨 놓은 야동을 볼까 봐’란 대답도 있었어요. 아이들과 부모의 눈높이가 그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죠. 그런 불신의 벽을 깨지 않으면 ‘대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 될 수 없다고 봐요.”
그렇다면 지은이가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소통의 방법은 무엇일까? 차영훈 과장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약속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치고 스스로 제어하게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란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게임에 대한 책이라기보단 자녀교육과 소통에 관한 책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가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차영훈 과장은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부모들이 게임을 정당하게 허락하고 긍정적으로 게임을 하게끔 해야 개발사들도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게임이 아닌,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가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감성에 대한 피드백을 가르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혹시 말로만 아이들을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정작 그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중략) 그들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들의 세상과 고민에 대해 나누고 싶어한다. (중략) 게임은 부모와 아이 사이를 가로막는 하나의 복병일 뿐, 결국 부모와 아이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언젠가 게임보다 아버지가 더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을 위해!
-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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