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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본사에서 한국인 개발자나 한국어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개발실에는 ‘마시마로’같은 반가운 한국 캐릭터인형이 놓여있거나 화이트보드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노력의 흔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의 게임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그 동안 한국 역시 블리자드 역사의 일부분이 된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스타크래프트2’ 개발에 참여 중인 김태연(데이비드 김)씨를 블리자드 본사에서 만났을 때에도 놀랍다는 생각보다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캐나다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그의 발길을 이끈 분야는 게임 디자인이었다.
김태연씨는 2007년 당시 렐릭엔테테인먼트에서 ‘스타크래프트2’ 개발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블리자드에 지원을 했다. 현재는 ‘스타크래프트2’의 밸런스 디자이너를 맡아 주로 멀티플레이에서의 밸런스 조정을 맡고 있다. 이미 눈치 챈 팬들도 있겠지만, 그의 이름은 ‘스타크래프트2’ 배틀리포트 동영상을 통해 또 다른 밸런스 디자이너 맷 쿠퍼와 함께 게임플레이 장면이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스타크래프트2’ 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이루어진 본사 투어를 통해 그를 직접 만나 ‘스타크래프트2’ 최신 개발 동향과 멀티플레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밸런스 디자인팀 데이비드 김(김태연) |
블리자드가 개발자로서 첫 직장인가?
: 렐릭엔터테인먼트에서 ‘던오브워2’, ‘컴퍼니오브히어로즈’의 밸런스 디자인을 했다. 2007년 한국에서 개최된 WWI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 발표 소식을 듣고 블리자드에 지원했다. 개발 당시 홈페이지를 보니 지원부문에 밸런스 개발이 있어 지원했고, 2007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블리자드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밸런스 디자이너로서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 멀티플레이 게임 개발과 테크트리, 유닛, 건물 디자인을 하고 있다. 또 멀티플레이 맵 디자인을 맡고 있다.
밸런스 디자인팀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 스타2 전체 개발팀이 50명 정도이고, 이 중 디자이너가 2/3 정도 된다. 밸런스 같은 경우는 개발팀 전체가 테스트에 참여하고 밸런스팀에서 팀워크를 통해 공동 작업 중이다. (스타2 코어 개발자의 인원이 약 50여명이며, 사운드 및 캠페인 동영상은 별도의 개발팀에서 제작 중이다.)
현재 시연버전은 베타테스트 버전으로 사용하려는 빌드로 완성된 것인가?
: 현재 빌드가 가장 최신 빌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도 검토 중이고, 준비가 되었을 때 베타테스트가 시작될 것이다.
게임 밸런스가 처음 공개 당시부터 계속 달라져왔다. 어떤 방식으로 밸런스를 디자인하나?
: 일단 종족마다 잘 쓰이는 중요 유닛을 설정하고, 이외에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쓰이는 유닛을 설정한다. 모든 유닛이 잘 쓰이는 지를 체크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시연버전이나 영상을 보면 유저들은 프로토스가 가장 강하고, 저그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는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밸런스를 맞춘다기 보다는 종족의 특성과 유닛 하나하나의 특성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타테스트와 출시가 근접하면 종족간 밸런스를 전체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로토스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토스가 가장 강하다고 하는 이야기는 짧은 시간에 플레이를 하고 종족 특성이 다른 종족보다 쉽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스타크래프트2’를 개발하면서 가장 밸런스 조정이 어려웠던 유닛은 무엇인가?
: 저그 베인링이 가장 어려웠다. 자폭 유닛이기 때문에 다른 유닛과 싸우면 모두 다 죽거나 베인링이 죽어 아예 효과가 없거나 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았는데, 가스 가격을 낮출수록 다른 유닛과 조합할 때 문제가 줄어들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스컬지와 같은 경우 싱글 타겟에 대미지를 주는데, 실험을 거쳐서 범위 대미지로 바뀌었을 때 효과가 좋았다.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메딕’이 사라졌다. 마린, 메딕 조합과 대응되는 밸런스가 만들어졌는가?
: 먼저 메딕이 빠진 이유는 오리지널 메딕의 경우 두 유닛이 (서로 기능이 겹치기 때문에) 한 유닛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로 합치고 기능을 추가했다.
각 유닛의 밸런스는 각 유닛의 독특한 특성과 상성 밸런스에 맞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테란은 긴 사거리와 다양한 유닛의 조합, 프로토스는 체력 위주의 느리지만 강력한 공격력, 저그는 빠른 공격 등 각 유닛 특성을 고려하고 있다.
맵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나가고 있는가?
: ‘스타크래프트2’에서 새롭게 젤나가 워치타워, 디스트럭쳐(길목막이 돌) 같은 보다 전략적인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맵도 새로 만들고 있는 상항이다. 앞선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시작하는 지점에 따라서 유리하거나 불리한 점의 차이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로스트템플러’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감안해서 새로 만들었다.
맵 에디터도 제공되는가?
: 그렇다.
한국의 경우, 맵 에디터를 통한 제작과 공유가 활발하다. 그런 부분도 보고 있는가?
: 맵 안에 컨트롤 포인트를 만들 때 램프를 많이 이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새로운 맵 컨트롤 포인트를 제공하게 된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부분적으로는 많이 참고하고 있다.
캠페인에서 신 유닛이 나오면서 캐릭터를 부각시키려고 강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멀티플레이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
: 개발은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에 맞춰 작업을 하고 있다. 캠페인에서 유닛의 특성을 크게 강화하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멀티플레이 위주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개발자 시연을 보며 ‘워치타워’의 중요성이 매우 큰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시야가 넓어진 것 말고는 큰 기능은 없는 것 같다. 다른 기능이 추가될 예정인가?
: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부분이 시야확보다. 내 유닛을 잃지 않으면서 쉽게 정찰을 해야 하는데, 내가 워치타워를 컨트롤하고 있으면 상대방은 돌아서 정찰을 해야 한다. ‘로스트템플’맵에서는 경우 양쪽 워치타워를 모두 점령하면 중앙 지역은 모두 볼 수 있다. 워치타워의 위치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으며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거신이나 강습병의 경우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이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맵에 따라서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 언덕을 넘을 수 있는 유닛들은 마치 만능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약점들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처음 볼 때는 막강하지만 공격에는 약한 편이다. 전략적인 유닛 운영을 생각해보면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멀티플레이 맵을 만들 때 되도록이면 모든 유닛과 모든 전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열렸던 WWI에서 `모함(마더쉽)`이 매우 강한 유닛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밸런스 조정을 거치면서 보통의 유닛처럼 약화된 것 같다.
: 모함이 가격 대비 공격이 매우 강한 것은 여전히 맞다. 하지만 이동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강습 기능보다 방어 기능이 강화된 것은 맞다. 정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매번 만들어야 하거나 하는 필수적 유닛은 아니다. 모함은 한 대만 만들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미네랄도 한 종류였는데,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노란색 미네랄이 생겼다. 또 가스가 계속 생성되던 것에서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가스의 생산량이 제한되었다.
: 미네랄은, 게임을 하면서 기지 안에서 전략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늘리기 위해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배스핀 가스의 경우도 총 생산량은 같지만 두 개로 나눈 것도 같은 이유다. 가스가 한 개냐 두 개냐에 따라 초반 빌드워가 달라질 수 있다.
가스의 경우, 게임을 더 ‘심플하게’ 디자인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가스는 다 차있거나 다 없거나 세 번째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게임의 큰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생산량을 제한했으며, 앞으로 가스의 생산량을 늘리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다.
공개된 게임 스크린샷에서는 대규모 물량전 위주의 스크린샷이 많았는데, 현재 게임플레이에서는 소규모 국지전 위주가 많이 보인다.
: 배틀리포트 같은 경우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늘어지는 시간이 없도록 일부러 국지전 위주로 빠르게 게임이 진행된다. 맵 디자인에 따라 장기전이나 물량전을 고려해 만든 것도 많다.
그래픽이 3D화되면서 양 진영의 구분이 어렵고 크기가 더 작게 보인다.
: 개발을 하면서도 고민하는 문제다.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고쳐나갈 예정이다.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멀티맵이 대략 몇 개나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베타테스트가 시작하면 6개의 맵이 공개될 것이다. 밸런스 조정 의견의 경우, 1대1 위주로 받을 생각이다. 공개될 여섯 개의 맵은 대체로 비슷한 성향이다. 밸런스를 맞추려면 처음부터 다양한 맵을 등장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1:1 위주의 맵이 여섯 개가 등장한다. 물론 2:2 플레이도 가능하다.
맵이 여러 개 출시하지만 인기 있는 맵은 한정된다. 이 부분은 어떻게 풀 것인가?
: 실제로 개발하면서도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맵과 비슷한 구성으로 다양하게 만들 생각이다.
팀플레이이에서 자원을 몰아주거나 하는 식의 ‘리소스 쉐어링’이 가능한가?
: 현재 빌드에서는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편의 유닛 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둘 다 확정된 바는 아니다.
아직 사운드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 아직 사운드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2’ 개발팀과 별도로 블리자드 사운드팀에서 개발 중이다.
밸런스 조정 때문에 기존 틀이 통째로 바뀐 경우가 있는데, 스타2도 그럴 수 있는가?
: 게임 디자인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으면 바뀔 수도 있다.
배틀리포트에 등장하는 게임 시연자 기준은 무엇인가?
: 특별히 시연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배틀리포트에 올라가는 게임은 사내에서 했던 게임들 중에서 뽑아서 올라간다.
내 게임 실력은 사내 래더페이지에서는 랭킹 1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게임이 출시되면 순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스타크래프트2’를 하루에 얼마나 플레이 하는 지 궁금하다.
: 맵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디자인이 수정되거나 하면 집중적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진다. 그 주나 과제별로 하루에 플레이 하는 시간이 다르다. 어느 주간은 개발 관련 미팅이나 토론만 할 수도 있고 어느 주는 게임 테스트만 계속 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어떤 게임을 즐기는가?
: ‘WOW’를 즐겨 한다. 개인적으로 WOW가 첫 온라인 게임이었기 때문에 ‘아이온’의 북미출시를 기대하고 있다(웃음).
블리자드도 야근을 하는가?
: 기본적으로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이지 일에 쫓겨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렐릭과 블리자드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양 쪽 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 개발에 뛰어난 회사다. 차이점이라면 블리자드는 e스포츠 같은 경쟁적인 게임에 능하고, 렐릭은 보다 대중적인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을 개발을 지향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블리자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블리자드의 가장 좋은 점은 누구나 평등하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 직급이 높은 사람이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의 목소리가 크다. 그 부분이 개발자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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