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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전염된다` 아에리아게임즈 조현선 이사

아에리아게임즈 아시아 태평양 담당 조현선 이사를 만났을 때의 첫 인상은 이렇게 작은 체구의 여성이 ‘여장부’라고 불리다니, 하는 생각이었다. 편견이다. 하지만, 내게 그녀를 처음 소개했던 이는 그녀에 대해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한국게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여장부’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던 그녀가 나 홀로 미국을 찾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우연한 기회가 운명이 된, ‘토종 한국인’의 미국 진출기

경상도 마산 출신의 ‘토종 한국인’ 조현선 이사가 미국 산호세에서 80여명의 외국인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이사는 대학시절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운영한 ‘배틀탑’에서의 아르바이트로 입문한 10년 경력의 게임업계 베테랑이다. 이후 네오위즈게임즈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브랜드 관리를 하던 그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샷 온라인’ 의 북미 서비스를 진행하는 온네트 USA 김경만 대표가 미국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한 것.

“제가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일할 때 김경만 대표님을 알게 되었어요. 함께 일하면서 저를 눈 여겨보시고 미국으로 같이 가서 일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해주셨어요. 당시만 해도 영어를 잘 못 했는데도,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일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셨죠. 덕분에 대학 이후로는 토익 공부조차도 제대로 안 했던 제가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죠.”

▲아에리아게임즈 조현선 이사

처음 6개월 간 미국생활은 의외였다. 벤처기업들이 모이는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산호세에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 영어를 잘 못 하더라도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다. 업무도 한국에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던 그녀에게는 밤마다 찾아오는 외로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녀는 미국을 떠나는 대신에, 오히려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는 회사를 찾았다. 처음에 기회가 그녀를 찾아왔다면, 이번엔 그녀가 기회를 찾아 움직였다. 도전을 해야만 했다.

수 백여 개의 면접 질문을 미리 연습하고, 철저한 사전준비 끝에 인터뷰를 통과했다. 그녀가 입사한 아에리아게임즈는 2006년에 설립된 온라인 게임 전문 서비스 회사다. 산호세에 위치한 본사에 약 75명의 직원이 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샤이아’, ‘십이지천2’, ‘라스트카오스’ 등 10여 개 이상의 게임을 북미와 유럽에 서비스 중이다. 특히, 부분유료화 게임만을 선보이며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게임 포털을 운영 중인 회사였다.

조 이사는 80여명의 직원 중에 유일한 한국인이 되었다. 영어도가 유창하지 않았지만 걱정과 달리 란 후앙 대표는 명쾌하게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많다. 너는 네가 잘하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한국 회사 시스템이 해당 분야에 필요한 사람을 한 사람의 전문가로 길러내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다면, 아에리아게임즈는 조금 달랐다. “어떤 부분에 능력이 있는 지 확인하고, 최대한 그 능력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 사람을 쓴다.”고 조현선 이사는 설명했다.

열정은 전염된다, 입소문마케팅으로 뜬 아에리아게임즈

조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아에리아게임즈의 창업주에 해당하는 란 후앙 대표는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탠포드 법대 출신의 이 젊은 경영인이 실제로 10년째 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말했다. 거대 로펌의 일본 지사 근무가 그 인연이 된 것. 그런 란 후앙 대표의 독특한 이력은 회사의 성립이나 운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유명 게임포털인 게임팟 창업 멤버들과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는 갈라넷의 대표를 통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새로운 시장으로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서비스를 시작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8개월 정도에 나올 목표라고 생각했던 수익이 서비스 6개월째에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MMORPG 장르가 많아요. 전부 부분유료화 게임이에요. 그래서 선불카드나 캐시카드가 다양한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게 장점이죠. 아에리아게임즈가 가장 유명한 부분은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이에요. 게임에 열성적인 서포터들이 직접 포럼이나 블로그에 홍보하고, 이로 인해 유입된 유저들이 포털을 많이 찾아요. 우리 게임은 대부분 바탕화면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페이지뷰가 높은 것도 이 같은 바이럴 마케팅 덕분이죠. 지금도 마케팅담당 대표님이 직접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하세요.”

아에리아게임즈의 서비스 핵심을 낮은 진입장벽과 커뮤니티였다. 적극적인 입소문 마케팅으로 인해 부정적 이야기도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데 반해 효과는 알 수 없죠. 바이럴 마케팅은 매우 효과가 높은 전략이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게임을 홍보해준 것은 직접 우리 게임을 해 본 유저들이에요. 그들에게는 게임 내 특별한 아이템 표시 외에는 다른 혜택이 없는데도 열성적으로 홍보를 해주죠.” 껄끄러운 이야기에도 반응은 담담했다.

아에리아게임즈가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창업 당시의 ‘벤처정신’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대표나 임원진 모두 밤낮없이 실무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주변에 알리는 것처럼, 일에 열정적인 창업멤버들의 분위기는 그녀에게도 ‘전염’되었다. 더 이상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회사들이 북미 문화에 적응하는 동안, 아에리아게임즈는 한국 온라인 게임 콘텐츠를 가지고 자신들만의 파이프 라인을 만들었다.

한국이 아니라 세계가 무대, 전세계와 함께 일한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이나 대만, 북미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작은 부분에도 더 꼼꼼하게 만들고, 온라인 게임 선진국이기 때문에 여러 부분을 고려해서 만들어요. 대신에 최근에는 대만 같은 나라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개발 지원이나 서비스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와요. ‘십이지천2’ 같은 동양풍 게임이 인기 있는 것처럼,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지 게임의 문화나 배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담당 업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지레짐작은 오산이었다. 아시아 태평양 담당자인 조 이사는 이번에도 대만에서 진행된 컨퍼런스를 거쳐 한국을 2주간의 일정으로 방문했다. 그녀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개발사들과 함께 일했다. 그들과의 공용어는 영어가 되었다.

사실 게임 서비스나 비즈니스 업무 관련 용어만 주로 쓰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어 소통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심지어 한국 개발사와 진행하는 사항도 영어로 문서가 오고 간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진행사항도 임원진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한국 개발사와 의사소통도 영어로 해야 했다.

북미 게임 서비스가 주력이지만, 아에리아게임즈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유럽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약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 까닭에 북미 페이지를 찾는 게이머들도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조현선 이사의 이야기였다. 아에리아게임즈 역시 독일 베를린에 지사를 설립하고 유럽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북미에서 성공하려면, 게임보다 사람과 조직이 먼저 현지화되어야

“북미 시장의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유럽 시장은 훨씬 더 높아요. 특히 독일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져요. 왜 유럽 시장을 더 주목하지 않지? 라고 회사에서 생각할 정도로 유럽은 더 큰 성장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죠. 언어나 문화적 장벽 차이도 거의 없고요.”

북미 시장을 경험한 조현선 이사는 어디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회사에서는 스페인어와 포루투갈어를 주로 사용하는 남미 지역 게임서비스도 고려 중인 상황. 지역이나 언어의 장벽은 중요하지 않았다. 10년 동안 경험한 다양한 국내 온라인 게임 서비스는 그녀에게 풍부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조현선 이사만의 낙천성은 열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년에 2~3번씩 한국을 방문한다는 그녀는 이번 방문에서도 세계 시장에 내놓을 다양한 게임과 관계자들을 만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한국 업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없느냐는 말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부 한국 업체들 중에서는 미국 지사에 오는 것을 단순 ‘리프레쉬(휴식)’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오자마자 미국은 골프가 싸다면서요? 라고 묻는 분도 있었죠. 북미 서비스는 치열해야 해요. 현지 문화에 적응하고 나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경우도 많아요. 게임도 중요하지만 조직 구조나 사람부터 현지화를 먼저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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