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D온라인에서 개발 중인 MMORPG ‘패 온라인’은 두 가지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하나는 무협 소설 작가로 이름 높은 야설록 고문이 직접 게임 기획을 담당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대 동북 아시아 지역의 설화와 신화, 영웅담 등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실시한 1차 CBT에서는 서버 다운 등으로 인해 ‘패 온라인’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시나리오를 검증 받지 못했다.
1차 CBT 이후 4개월 동안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패 온라인’은 오는 27일부터 2차 CBT에 돌입한다. 게임메카는 ‘패 온라인’의 스토리와 개선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패 온라인’의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희정 스토리텔러를 만났다.
역사는 재미있는 기록이다
‘패 온라인’은 고대 동북 아시아의 설화, 신화를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에 한국, 중국 역사학계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과 중국은 민족의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사적인 내용만 들어가면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정사가 아닌 설화나 야사 등은 배척당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패 온라인’의 배경은 무려 5천년 전이에요. 그 당시에는 한국과 중국이란 나라 자체가 없었죠. 국가가 생기기 전의 세계가 ‘패 온라인’의 세계관인데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역사에 대한 이러한 시선 때문에 동북 아시아의 설화나 신화 등의 자료를 구하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말했다.
“제가 1995년 쯤 D&D GM을 하면서 한국 관련 몬스터를 만들어보려고 자료를 조사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서울 내 수많은 대형 서점을 돌아다녔지만 한국 설화에 대한 책을 단 한 권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인도 신화에 관련된 책도 6권이 넘게 있었는데 말이죠. 야설록 고문님도 자료를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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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정 스토리텔러 |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설화를 이용한 2차 창작물을 통해 자신의 문화를 알리고 있지만 한국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라는 것은 재미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밝혀내고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아더왕 이야기’는 단순한 설화였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로 승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발론’이나 ‘아더왕’의 실재에 대해서 연구도 시작되었고요. ‘아더왕 이야기’가 진실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가공해서 널리 알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한국의 다양한 설화와 신화를 연구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계층에서만 역사서로 인정하고 있는 ‘환단고기’까지도 연구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환단고기’가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단고기’ 역시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패 온라인’의 세계관을 집대성하기 위해 연구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우리의 목표는 ‘역사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설화를 토대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패 온라인’을 통해서 한국 설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2차적인 효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TRPG와 MMORPG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지난 90년대 TRPG를 즐긴 사람이라면 ‘천일모험기’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당시 `천일모험기`의 GM을 담당했던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며서 많은 이들을 TRPG 세계로 이끈 바 있다. 요즘도 D&D를 즐기고 있다는 그녀는 TRPG와 MMORPG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TRPG와 MMORPG는 GM과 유저가 함께 즐긴다는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스케일과 시간적인 면에서 차이점이 있죠. TRPG는 기껏해야 10여명 정도가 즐기고 눈 앞에서 유저의 피드백을 바로 확인하여 수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MMORPG는 테스트 전까지 유저의 반응을 예상하여 개발해야 합니다.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예상이 맞을지 계속 고민해야 하죠.”
이러한 면 때문에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MMORPG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통계학이나 심리학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사람이 군중 속의 하나로서 게임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을 안할 수가 없어요. 콘솔게임 방식으로 개발하면 MMORPG는 장르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단순히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임이 MMORPG라는 생각은 게임의 실패를 불러올 것입니다. 게임 기획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통계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한 후에 기획에 뛰어들면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패 온라인`의 이족과 하족
이번 테스트의 목적은 스토리보다 완성도
지난 테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4개월 동안 ‘패 온라인’ 개발팀은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패 온라인’에서 내세우는 스토리를 2차 CBT에서는 극초반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가 마련되지 않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테스트 때 느꼈습니다. 그래서 2차 CBT에서는 시스템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이번 테스트에서는 스토리의 극초반 정도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스토리는 오픈베타테스트(이하 OBT)가 되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자신이 스토리를 만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게임의 모든 스토리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즐기는 유저는 많지 않습니다. 즉, 게임성이 뒤떨어지면 스토리를 강조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패 온라인’은 스토리만 강조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저들이 ‘패 온라인’을 즐길 때 80%를 게임 콘텐츠를 소모하는 데 사용하고 20%를 스토리를 감상하며 재미있게 즐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2차 CBT에서는 개편된 스킬 부분과 캐릭터 성장, 전투 시스템 부분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쟁 시스템’은 다른 MMORPG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시스템이라고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자랑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PVP를 매우 싫어하지만 `패 온라인`의 ‘쟁 시스템’은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단순한 PVP가 아니라 ‘패 온라인’을 대표하는 콘텐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싫어하는 유저들도 ‘쟁 시스템’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 ‘패 온라인’은 MMORPG의 최대 적인 오토와 해킹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토 박멸이 ‘패 온라인’의 생명줄이라고 말하는 김희정 스토리텔러. 앞으로 ‘패 온라인’에는 이족과 하족 외의 묘족이 아닌 제 3의 종족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지금 준비한 콘텐츠로 전체 스토리를 정비하니 6년 정도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어요. 그것도 1부 스토리가 그 정도에요. 서비스 도중에 콘텐츠가 부족하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 쟁 시스템,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인터뷰를 마치고 김희정 스토리텔러는 2차 CBT를 앞두고 자기는 바쁘지 않지만 개발팀이 굉장히 바쁘다고 겸연쩍어 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요즘 MMORPG에 비해 ‘패 온라인’은 그래픽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만 볼매(볼수록 매력있다) 스타일을 갖고 있어요. 쉽고 계속 하다보면 빠져들어서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더라고요. 27일부터 시작하는 ‘패 온라인’의 2차 CBT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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