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이거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확실히 어느 정도 이름값을 했다. ‘카오스 온라인’ 1차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된 지난 3월 29일, 순간 접속자 수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약 3배 이상 치솟자 네오액트는 당황한 듯 보였다. 서버는 정신을 못 차렸고, 버그는 실시간으로 발견됐다. 게임 내에서는 슈퍼 PC에서조차 발생하는 의문의 랙과 끊김 현상 때문에 이용자들은 제대로 된 플레이조차 못했다. 각종 게시판은 항의와 비난으로 가득 메워졌다. 미소는 없었다.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사실 ‘카오스 온라인’은 공개되기 전부터 게이머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워크래프트3’ 게임 모드 중 하나인 ‘카오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고, 하늘섬(이필석씨)를 비롯해 모드 제작자들까지 게임 개발에 합류하고 있어 완성만 되면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심과 기대가 높았던 만큼 테스트 환경이 원활하지 못하자 테스터들은 큰 불만을 나타냈고, 그 불만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첫인상은 확실히 불합격이었다.
게임메카는 지난 7일 ‘카오스 온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네오액트를 찾았다. 그리고 가차없이 물었다. 이번 테스트의 목적에 대해서, 과정에 대해서, 결과에 대해서까지. 인터뷰에 응해준 정극민 개발 팀장은 “너무 욕심을 부려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조악한 환경 속에서 테스트에 응해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로 서문을 열었다.
▲ `카오스 온라인` 개발 총괄을 하고 있는 정극민 팀장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미흡했던 거 같다. 최근 게임들이 완성도를 높이고 테스트하는 추세인데, 좀 의아한 부분이다.
사실이다. 더 많은 콘텐츠와 시스템을 평가받고 싶은 욕심에 테스트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넣어 팀원들을 고생시켰다. 그러다보니 버그가 막 쏟아지더라. 원래 테스트가 진행되기 한 달 전쯤에는 클라이언트를 완성시키고 내부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오히려 잘 구현돼 있는 것조차도 동작하지 않을 만큼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 기간이 4년 가까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약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데
‘카오스 온라인’의 기반이 되는 ‘워크래프트3’가 워낙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만들어져 있어 기반 설계를 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인 움직임이나 모션, 이펙트 등 유저들이 원하는 사소한 느낌 하나하나까지 살리기 위해 최대한 집중해 투자했다. 기반은 다 잡았는데 콘텐츠로써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의 완성도가 부족했고, 비주얼 적으로 다듬는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테스트 첫 째 날에는 랙 때문에 게임 플레이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테스트에 참여해 주셨다. 특히 첫날에는 순간적으로 확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견뎌내지 못했다. 서버 증설 등 대처 작업을 급하게 하다 보니 둘째 날까지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셋째 날부터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도 랙이 있고, 게임 중에도 랙이 있었다
그래픽 퀄리티에 비해 사양을 너무 높게 타는 것 같다.
사양을 높게 타는 건 최신 그래픽에 맞춰 광원 효과나 입체감 등을 살려주는 픽셀 쉐이더 2.0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아쉽게 이번 테스트에는 적용을 못했는데, 디폴트로 들어가 있어 사양은 사양대로 높아지고, 욕은 욕대로 먹고(웃음). 우리는 ‘카오스 온라인’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생각이기 때문에 비주얼 기반을 강화하고자 이를 선택했다.
이 부분은 문제가 됐던 랙과도 연관이 있다. 픽셀 쉐이더 2.0을 지원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는 게임에 접속할 수 없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접속이 가능했다. 네트워크 쪽에서도 반응속도를 맞추고자 조율하다 보니 최소 사양 PC를 사용하는 유저 분이 들어오면 다 같이 느려지는 현상이 있었다. PC 사양이 아무리 좋더라도 랙이 발생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꼭 퀄리티가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색감이나 디자인, 영웅 식별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타격감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일단 그래픽은 가독성이 떨어졌다는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됐다. 색감 조절, 배경과 유닛간의 조화 등을 후반에 작업했어야 했는데, 앞서 언급했듯 기반 작업에 더 집중하다보니 이 부분에 힘을 실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리뷰를 끝냈고 지금은 개선작업 중이다. 영웅 식별 문제나 모션 디테일 같은 문제도 확실히 인지했고, 개선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타격감도 이 문제에 엮여있다. 정확한 반응 속도, 모션, 날아가는 투사제 확인, 맞췄을 때의 반응과 이펙트 효과, 그리고 사운드까지 모두 제대로 돌아가야 우수한 타격감이 완성되는데, 각 요소들의 완성도가 너무 낮았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타격감은 확실히 개선될 거라고 자신한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의 주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물론 게임을 평가받고 싶은 것이었는데,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원래 목적성을 상실했다는 부분이 가장 아쉽다. 하지만 테크니컬 테스트로는 큰 의미가 있었던 거 같다. 사양 낮은 PC가 게임에 접속됐을 때 대처 방안 등 향후 제대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3’의 ‘카오스’ 모드를 제작한 분들이 팀에 합류해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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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카오스’를 처음 제작했던 아이디 초고수님부터 하늘섬님까지 다함께 일하고 있으며, 아나클랜에서 클랜마스터로 활동하시는 분도 있다.
최근 ‘DOTA’ 제작진의 신작 ‘리그오브레전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비교가 될 것이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오스 온라인’과는 방향성이 다른 거 같다. 특히 컨트롤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AOS 장르의 컨트롤은 크게 개인의 능력을 요구하느냐, 혹은 팀플레이 능력을 요구하느냐로 분류되는데, ‘리그오브레전드’는 후자에 속한다. 반대로 ‘카오스 온라인’은 개인의 능력을 더 요구하는 전자에 속한다.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은 ‘카오스 온라인’ 쪽이 더 맞는 거 같다. 영웅이 되고 싶은데 상대가 뭉치면 혼자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계정 레벨 시스템을 잘 잡아둔 거 같다. ‘카오스 온라인’도 이와 같은 성장 요소를 도입할 예정인가?
당연히 들어간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남겨주는 것’이다. 기존 ‘카오스’는 특정 플레이어가 잘한다/못한다를 게임 내에서 직관적인 느낌으로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내 플레이 방식과 전적에 대해 자랑하고 싶고, 평가받고 싶어 한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기본적인 성장 시스템 외에도 기여도 시스템이나 전적 시스템을 넣어 꾸준히 축적되는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플레이에 대한 하나하나 정보를 디테일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기록해 남겨준다.
▲ RIOT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해보니 초보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워 보이겠더라. 주 타겟층은 어떻게 잡고 있으며, 초보자들을 위한 시스템은 구현할 계획이 없나?
1차 타겟은 기존 유저(카오스) 분들이다. 이 분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게임성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튜토리얼이나 아이템 추천 시스템, AI와의 대전 등 초보 유저들을 위한 장치는 다 기획돼 있다. 다만 우선순위에 밀려 있을 뿐이고, 앞서 말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 전부 적용할 것이다.
기존 ‘카오스’는 지금도 인기가 있다. 그렇다면 ‘카오스 온라인’은 어떤 차별화된 사항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할 것이며, 유저들은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나?
우리가 생각하는 ‘카오스 온라인’의 가치는 ‘독립’에 있다고 본다. 이미 언급했지만 기존 ‘카오스’는 남는 게 없다. ‘카오스’ 유저들은 내 실력을 드러내고 싶은데 워낙 제공되는 모드가 한정적이다 보니 이런 것들을 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오스 온라인’은 경험의 확장으로 오직 ‘카오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으로 인정받고 싶다. ‘카오스’를 더 흥겹게 만들어줄 새로운 맵이나 모드도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그 볼륨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AOS 장르에서 밸런스란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밸런스는 금방 잡는다(웃음). 오랜 기간을 거쳐 작업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걸 모르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안정적이지 못해 건드리지 않았을 뿐이다. 정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모드나 시스템이 추가되지 않는 이상 기본적인 것은 금방 잡는다.
완성된 ‘카오스 온라인’은 어떤 모습이 될까?
전략과 영웅, 그리고 ‘진보’의 조화라고 보면 된다. ‘카오스’의 본질은 원래 전략과 영웅이다. 전략이라는 기본 베이스를 깔고 여기에 한명 한명을 강하게 부각시켜 주는 영웅 시스템이 덮어진다. 마지막으로 기존 ‘카오스’에 없던 편의성과 인터페이스 강화, 전적 시스템, 커뮤니티, 클랜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 한걸음 나아가 진보된 ‘카오스’가 될 것이라 본다.
다음 테스트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당연히 완성도다(웃음). 이번 테스트를 통해 지적받은 것을 다 고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비공개 테스트는 오래하고 싶지 않다. 유저 분들에게 인정받으면 오래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텀이 길어질 수는 있겠다.
마지막으로 ‘카오스 온라인’을 기다린 유저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워낙 불편한 점이 많아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무관심보다 관심의 쓴소리를 많이 해주셔서 얻은 것이 더 많았던 거 같다.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다음 테스트에는 꼭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카오스 온라인`에 꾸준한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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