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했어요. 이거 안 되면 떡볶이 팔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서유기전’ 개발 총괄 앤앤지 게임스의 장연우 실장은 게임이 좋아 꿈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전형적인 무대뽀 개발자다. 디자인을 전공해 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부모님을 설득하고 무작정 게임계로 뛰어들었다. 게임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 월급 60만원 받으며 운영자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판단한 장실장은 앤앤지 게임스에 입사했다. 여기서 몇 년의 시간을 더 보낸 그는 횡스크롤 RPG ‘귀혼’을 기획하며 서서히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 앤앤지 게임스의 장연우 실장
세계 최고의 2D 개발사가 되기 위해
장실장이 처음 기획했던 게임은 ‘귀혼’이 아니라 ‘버블버블 온라인’이었다. 당시 메인 기획자가 다른 개발사로 이직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모든 업무를 넘겨받은 장실장은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부딪쳤으나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회사 사정으로 시장에 뿌려지지도 못한 채 프로젝트가 중단돼 버린 것이다.
장실장은 포기하지 않고 03년부터 신규 게임을 준비했다. 현 앤앤지 게임스의 그래픽 실장, 프로그램 실장이 7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바로 이 3인방이 당시 신작 개발에 주축이 되는 인물이었다. 장실장의 횡스크롤 장르 기획력과 그래픽 실장의 아기자기하고 괴기풍스런 감각, 그리고 프로그램 실장의 횡스크롤 기술력이 합쳐져 하나의 작은 게임이 완성됐으니 그게 바로 ‘귀혼’이다.
“절박했어요. 회사 사정도 좋지 못했고 결혼해 아이들까지 있었으니 더 했죠. 정말 이거 안 되면 떡볶이 팔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당시 협력사 관계였던 업체에서 눈칫밥 먹어가며 게임을 개발했죠.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결국 ‘귀혼’은 대박을 쳤다. 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두루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고생해서 얻은 결과인 만큼 장실장의 기쁨은 남달랐다.
“실패할 걱정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7년 동안 귀혼과 서유기전을 개발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죠. 주제넘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2D 횡스크롤 장르 기술력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죠.”
▲ 귀혼은 05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장실장은 ‘세계 최초’ 혹은 ‘한국 최초’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소한 부분이라도 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거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판단되면 게임 내 꾸준히 적용시키는 편이라고.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도 무언가 꾸준히 도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꼭 화려한 3D 게임에만 세계 최초라는 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대규모 PVP 시스템이나 라이딩 시스템 등 횡스크롤 장르에서 최초 도입한 시스템이 귀혼에 많습니다. 남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저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장실장이 이토록 2D 횡스크롤 장르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로써 시장에 공개되는 ‘테라’나 ‘아키에이지’ 등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보면 한편으로는 아쉽지 않을까? 혹 3D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일부러 악을 쓰며 더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은 아닐까?
“요즘 이슈되고 있는 대작 게임들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블래이드앤소울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귀혼이 풀 3D로 개발되면 비주얼 적으로 이런 모양새를 갖추겠구나 생각했던 것들이 있는데, 그게 블래이드앤소울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거든요.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만들 거 같은데 그게 안 되니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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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실장은 본인보다 현재 ‘서유기전’을 개발하는 팀원들이 더 힘들어한다고 했다. 특히 3D 게임에 로망이 있는 개발자가 많아 이들을 다독이는 것이 가장 힘이 든다고. “개발하고 싶은 분야가 모두 다르니 게임에 통일성을 녹아들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그래서 공석에서는 소위 말해 톡톡 쪼는 악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석에서는 최대한 위로해주고 격려하고 있죠. 술자리선 정말로 반말하고 욕까지 하더라고요(웃음).” 돌려 말했지만 결국 장실장은 물론 ‘서유기전’ 개발 팀원들 모두 각자의 ‘개발 로망’이 있지만, 일단 횡스크롤 장르의 끝을 보고 싶은 게 현재의 꿈이라고. |
“워크샵의 슬로건도 ‘최고의 2D 개발사가 되자’였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2D
횡스크롤 장르에 끝을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단순히 잘 만든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소위 말해 대작이라 불릴 정도의 스케일로 불리고 싶은 거죠. 우리는 세계 최고의
2D 개발사니까요.”
서유기전, 아 글쎄 일단 해보시라니까요~
‘서유기전’은 장실장이 개발에 참여한 세 번째 작품이다. 장르의 한계 때문인지 큰 규모로 유저들이 몰린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진행된 2차 비공개 테스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콘텐츠 측면에서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공개 테스트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분량의 콘텐츠가 준비돼 있어 지루할 새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유기전 개발팀은 총 34명입니다. 캐주얼 장르치고 상당히 많은 편이죠. 우리는 귀혼을 서비스하며 많은 것을 느꼈기에 차기작에서는 할 수 있는 걸 다 넣고 싶었습니다. 베이스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검증받은 상태에서 시작하자는 것이 그 이유였죠. 이번 테스트 결과를 통해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더 확고해 졌습니다. 만족스러웠죠.”
▲ 서유기전은 07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서유기전’의 탄생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실장은 신작 3종에 대한 개발 플랜을 준비해 임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원래 하나의 게임만 선정될 예정이었으나 임원들은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선정했다. 하나가 ‘좀비 온라인’이고 하나가 바로 ‘서유기전’이다.
“당시 임원 분들을 설득할 때 횡스크롤 RPG의 비전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동 장르가 많이 출현해 어려울 수 있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단순해서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횡스크롤 RPG는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장르입니다. 한층 진화시켜 색다른 게임으로 만들어 승부하면 충분히 그 비전이 있다고 봅니다.”
장실장은 2D 횡스크롤 장르의 비전을 이와 같이 설명하며 ‘서유기전’에 적용될 시스템과 콘텐츠를 소개했다. 눈여겨 볼 점은 변신 시스템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다. 그는 ‘변신’이라는 소재가 비단 어린 친구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서유기전’의 메인 시스템인 ‘기문둔갑’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일단 어린 타겟층을 잡기 위해서 코스튬 아바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퍼블리셔인 CJ 인터넷 관계자 분과 오랜 시간 논의를 했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기문둔갑입니다. 아바타가 삼국지나 수호지의 영웅, 서유기 오리지널 영웅으로 변신하는 시스템인데요, 비주얼 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신함으로써 강력해진다는 것은 꼭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의 로망이기도 하니까요.”
▲ 서유기전의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 `기문둔갑`
그는 이러한 특징 외에 SNS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동 장르 게임과 차별화된 요소라고 설명했다. 레벨업이나 성장, 길드 시스템 등은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그 위에 유저들이 스스로 모여 놀 수 있는 여러 동기 부여 시스템을 접목하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미니 게임과 게임 콘텐츠를 접목시킨 ‘놀이방’이나 수집욕을 자극하는 ‘백과사전 콜렉션’ 등이 그것이다.
게임의 장점으로는 빠른 스피드감과 진입장벽 해소, 그리고 그래픽을 뽑았다. 그는 “워낙 콘텐츠가 많다 보니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편의성을 강조했고, 모든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사냥터-퀘스트 동선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설계해 보다 스피디하게 게임을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에 대해서는 “수묵화풍 그래픽은 귀혼에서 시도해보려 했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차기작인 서유기전에 적용하기로 했는데 여러 부분에서 핀치가 맞더라고요. 특히 서유기전이라면 고전 중에 동양 판타지의 대표 아이콘 아닙니까? 헌데 단순히 한자 푯말만 들어가서는 어필하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래픽을 수묵화로 결론지었는데, 이것을 통째로 가자니 또 갭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채색은 파스텔, 라인과 붓터치는 수묵화로 처리했는데, 참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온 거 같습니다.”
확실히 ‘서유기전’은 이러한 수묵화풍의 그래픽 때문에 첫인상이 꽤나 인상 깊다. 이어서 장실장은 2D 그래픽을 가리켜 “평면적인 것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봐 온 것.”이라고 설명하며 횡스크롤 장르에서만큼은 3D보다 더 유리하다고 했다. 3D 횡스크롤은 ‘자유 시점 변화’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수묵화풍의 그래픽이 독특해 인상깊다
이렇듯 장실장은 ‘서유기전’에 대단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콘텐츠 확실하고 비주얼도 흥미를 끌기에 적합, 그리고 한번 해보면 끄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정에 대해서도 이미 준비가 끝나 공개 서비스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슬쩍 여유도 보였다. 미소를 머금었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장실장을 보니 단순 호기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욕을 하시더라도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서유기전을 플레이 해보셨으면 합니다. 혹여나 잘못된 부분이 보이더라도 개발팀에서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놓친 거니 곧 고쳐질 것입니다. 그만큼 저희는 자신이 있어요. 서유기전 2D이고 횡스크롤 RPG 맞습니다. 대작과 비교하면 스케일 작죠. 하지만 속은 꽉 차 있습니다. 한번 해보시면 200% 만족해 매니아가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그러니 꼭 한번 즐겨봐 주셨으면 합니다.”
오는 5월. ‘서유기전’의 공개 테스트가 시작된다. 기자는 장실장에게 특별히 게임 목표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는데, 그것은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만큼, 그리고 개발팀이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나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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