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2(이하 라그2)’가 ‘레전드 오브 더 세컨드’로 돌아옵니다. 이미 한 번의 쓰디쓴 패배를 맛봤기 때문인지 이번 각오는 왠지 남달라 보이는데요, 부제에서도 강렬한 의지를 슬쩍 엿볼 수 있네요. 단순히 게임을 성공시키겠다는 것보다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의 명성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망가지고 버려졌다고 해서 대놓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되든 안 되든 끝까지 보살펴 함께 하겠다는 것이죠. “또 망하려고 나왔나?”란 유저 분들의 뼈아픈 한 마디만큼이나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독하게 압박할 텐데도 그라비티가 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라비티는 이번 도전을 위해 ‘라그2’에 크게 세 가지 전략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하나는 커뮤니티 강화, 하나는 비주얼 강화, 그리고 나머지 하는 콘텐츠 다각화로 게임성을 강화한 것이죠. 이러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전작의 성공 요인과 ‘라그2’의 실패 요인 사이의 합의점이 불러낸 선택임은 분명하겠지요.
게임메카는 지난 12일, 그라비티를 방문해 ‘라그2’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전진수 이사를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압박으로 질문 내용에 제한이 있으면 어쩌나 우려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모든 것을 답변해주신 덕분에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바로 변화될 ‘라그2’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 그라비티 `라그나로크2` 개발 총괄 전진수 CTO(개발 이사)
콘텐츠와 시스템은 커뮤니티가 기본 베이스로
‘라그2’의 콘텐츠와 시스템 대부분은 커뮤니티가 기본 베이스로 깔립니다. 이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전진수 이사는 전작인 ‘라그나로크’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유저들 간 커뮤니티를 꼽았습니다. 당시 강화된 채팅창과 채팅방, 이모티콘, 노점 개설 등의 시스템은 유저들이 서로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데 한 몫을 했고, 이러한 만남은 온라인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을 형성하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거죠.
“게임에 접속하고 친구나 지인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만남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저 분들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니까요. 라그나로크의 장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진수 이사는 요즘 등장하는 게임들은 위와 같은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하며 ‘라그2’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갖추는 것 뿐 아니라 콘텐츠와 시스템에도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녹여내겠다고 했습니다.
▲ `라그나로크`의 커뮤니티 시스템은 당시로써 매우 훌륭했다
그는 일단 퀘스트를 설명했습니다. ‘라그2’는 기본적으로 퀘스트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해 나가는 방식인데, 이 중에는 간혹 월드 이벤트 같은 것이 포함돼 있어 누군가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서버의 모두가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출현하기도
한다는군요. 이는 공동의 관심사가 생기는 것이고, 결국 커뮤니티는 자연스레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길드 수호수’가 있습니다. 이는 ‘라그2’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각 길드의 길드홀에는 ‘다마고치’처럼 육성할 수 있는 길드 전용 펫이 있는데 바로 이것을 ‘길드 수호수’라 부릅니다. 이 녀석은 처음엔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길드원들이 서로 힘을 모아 육성시키면 강력하게 성장해 나간다고 하네요. 성장 방식은 좋은 아이템이나 음식을 먹인다거나, 자신의 경험치 일부를 떼어주는 형태가 된다고 합니다. 후에 애완동물처럼 산책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길드 커뮤니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길드 수호수는 처음엔 작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성장해 갈수록 강력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당연 비주얼 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수호수는 길드 전투에서 길드원들을 보호하고 돕는 역할을 합니다. 많이 투자할수록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죠. 쉽게 말해 길드의 자존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 길드 수호수가 포링처럼 귀여울 수도 있다는 거죠~
세 번째로는 듀얼 라이프 시스템을 꼽았습니다. ‘라그2’에는 기본 직업 외에도
의사, 요리사, 대장장이, 재봉사라는 네 가지의 생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평소 마을에서는 의사 복장을 하고 동료 유저들을 치료한다거나, 망치를
들고 무기나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사냥터로 나가면 원래 직업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요. 역할수행 본연의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입니다.
전진수 이사는 마지막으로 ‘라그2’에 절대 오토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커뮤니티를 해친다는 것. 그는 “오토 시스템을 게임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온라인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커뮤니티가 붕괴되기 때문이죠. 한번 타 게임을 하며 오토 플레이어와 파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완전 로봇이었죠. 이에 라그2에서는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오토 시스템 지원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했습니다.
비주얼 강화! 업그레이드 된 ‘라그나로크2’
사실 기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변화된 ‘라그나로크2’의 비주얼이었습니다. 기존 언리얼2 엔진에서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바뀐 부분도 큰 이슈 중 하나고, 캐릭터나 배경의 아트 스타일도 전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개발진이 전부 교체되면서 사실상 새로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비주얼 적인 부분에서만 보면 아예 다른 게임이죠. 아직 완성도가 낮아 공개할 수 없지만, 이번에 선보인 원화를 보고 그 느낌을 헤아려 보시면 됩니다. 원화의 느낌을 잘 살려냈으니까요.”
▲ 원화의 느낌은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군요
현재 ‘라그2’의 개발진은 총 60명 정도로 작년 9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인원이 부족해 몇몇 부분에서는 외주를 맡기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전작에서 캐릭터는 아기처럼 귀여운데 몬스터를 리얼리티 해 언밸런스한 면이 있었습니다. 라그2에서는 이를 일관화 시키는 작업에 집중함으로써 같은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죠. 물론 분위기 자체는 ‘밝고 화사한’ 그 느낌을 해치지 않으려 했고요.”
결국 ‘라그2’는 단순히 ‘라그나로크’의 3D 버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최대한 전작과 비슷하게 가 향수를 안기돼 아트 스타일 등에 변화를 주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죠. 8월 중에 공개된다는 스크린샷을 봐야 더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겠네요.
▲ `라그`의 프리스트와 비슷한 복장에 천사 머리띠까지. 전작의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참, 그래픽 적인 부분 외에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강점인 음악도 강화된다고
합니다. 칸노 요코의 OST는 모두 기억하시겠죠? 이 OST를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닌
몇몇 부분에서 변화를 준다고 하네요. 새로운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칸노 요코의 팬 분들이 많아 그대로 가느냐, 아니냐에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게임의 분위기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싶은 선에서만 삭제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저를 포함 개발자들이 하나하나 들어보고 판단하고 있지요. 이 과정에서 삭제된 테마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다른 테마로 변경될 것입니다.”
▲ 지난 06년 8월에 한국을 방문한 칸노 요코
콘텐츠 다각화로 다양한 재미요소 준다
커뮤니티가 기초였다면 ‘라그2’의 핵심은 바로 콘텐츠에 있습니다. 전작의 ‘카드 시스템’ 같은 인기보증수표는 계승 발전시키면서, ‘듀얼 라이프’나 ‘카라 시스템’ 같은 독창적인 것들을 대거 추가했다고 하네요. ‘아이템 성장’과 같은 평이 좋지 못한 것들을 과감하게 버렸다고 하니 어떤 모습으로 선보여질지 궁금해집니다.
아래는 전진수 이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게임메카: 지난 07년에 내놓은 ‘라그나로크2’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문제를 분석하는 도중 부정적인 면 외에 긍정적인 면도 찾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입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직업 세분화나 성장하는 무기 시스템 등은 참신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라그2’에서는 전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유저들이 OK할만한 참신한 아이디어 콘텐츠를 접목시킬 계획입니다. 성장하는 무기 시스템은 우리가 잡아둔 방향과 어울리지 않아 아쉽게도 삭제되지만요. 직조나 길드 수호수, 카라, 듀얼 라이프 시스템이 대표적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07년 당시에 출시된 `라그나로크2`의 스크린샷
게임메카: 직조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착용한 장비에 무늬를 새기거나 염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부위 별로 적용이 가능해 커스터마이징 강화 측면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개성 있는 장비를 만들어 뽐내는 식으로 일종의 부가적인 재미요소로써 커뮤니티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천 방어구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차차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게임메카: 카라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캐릭터 상향 강화라고 보면 됩니다. 퀘스트를 하거나 몬스터를 사냥하다 유저들은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 성향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A, B, C 중 A를 계속 선택해서 강화했을 경우 향후 A와 관련된 전직 직업에서 더 나은 능력을 부여하는데 소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에이의 ‘조조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스토리에 영향을 끼쳤다면, ‘라그2’에서는 캐릭터 성향에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카라 포인트는 쪼렙 시절부터 꾸준히 쌓을 수 있습니다.
게임메카: 카드 메소드 시스템은 전작과 동일한 방식인가요?
그렇습니다. 대신에 수집한 카드를 이용해 미니 게임 접목 등 또 다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해 확장된 느낌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아, 물론 카드 시스템 자체에서 주는 특유의 재미는 그대로 계승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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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콘텐츠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헌데 장수하는 온라인 게임을 보면 꼭 콘텐츠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성공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요즘 게임들이 이런 저런 콘텐츠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치는데 확실히 몇 년 전에 비해 ‘끌어당기는 맛’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유저친화적 운영과 서비스입니다. 유저들이 바라는 것을 빠르게 캐치해 게임은 운영하고,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향후 업데이트 방향을 정해나가는 거죠. 현재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개발팀이나 운영팀 모두 유저친화적인 부분에서 강세를 띄고 있는 거 같습니다. ‘라그2’도 이를 위해 노력할 거구요. |
게임메카: 유료화 모델은 결정됐나요? 최근 보상으로 1,000캐시를 나누어 주어 CBT 단계서부터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유료화 모델은 부분 유료화로 정해진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에 돌입하기 전까지 아이템을 판매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기존 유저 분들에게 보상으로 캐시를 나누어 준건 나중을 위해서일 뿐입니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라그2`는 여러분의 격려가 필요합니다!
“8월 말에 진행되는 비공개 테스트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라그2 복귀를 알리는 시금석 역할도 할 테지요. 완성도나 재미를 부각시키는 것보다 서버 안정화나 개발 방향성 등을 체크하는데 의미를 둘 것입니다. 기존 라그2의 실패원인이었으니까요.”
전진수 이사는 이번 비공개 테스트가 어떤 의미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습니다. 이번 테스트로 방향성을 확고히 해 향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군요. 오픈베타테스트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그는 ‘라그2’의 팬들에게, 그리고 게임메카 가족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습니다. 유저 분들의 기대나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 등으로 힘든 그와 개발진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겠지요. 결과물 자체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겠지만, 이들의 노력만큼은 인정해주고 싶군요.
“오랜 질곡이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죠. 이를 다 이겨내고 저희가 만든 결과물이 첫 선을 보이는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분명 부족함이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 잘할 수 있게끔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안돼 있는 거 있고, 비난 받을 일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라그2는 유저 분들과 호흡하며 완성시키고 싶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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