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뜨거]는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게임계 이슈를 누구나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서피스북과 서피스 프로 4, 루미아 950가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기 홀로렌즈도 멋진 시연으로 자리를 빛냈습니다. 지난 E3 2015에서 테이블 위에 ‘마인크래프트’를 구현했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레이저 총을 쏘며 로봇과 겨루는 진정한 게임플레이를 선보였죠.
▲ 박진감 넘치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시연 영상
과연 마이크로소프트 신제품 발표회답게 주목도가 남달랐습니다. IT 전문지만이 정보를 날랐던 E3 때와 달리 온갖 매체에서 홀로렌즈를 특필했죠. 다만 크고 아름다운(?) 헬멧 모양의 외관 때문인지 홀로렌즈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헤드셋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보였습니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이름마저 유사한 두 기술은 현실의 벽을 허물고 경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오랜 도전의 일환입니다. 마치 한 배에서 나온 형제처럼, 둘 다 1935년 작 SF소설 '피그말리온 안경(Pygmalion's Spectacles)'에서 비슷한 개념이 처음 소개됐죠. 다만, 형제라도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각이듯, 현실의 초월하려는 두 기술의 방법론은 근본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 닮은 듯 다른 차세대 기술 형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닮은 듯 전혀 다른 형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먼저 두 기술의 개념을 간단히 살펴보죠. 가상현실이란 사용자가 지각할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을 구축하는 겁니다. 바로 영화 ‘매트릭스’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소설 ‘소드 아트 온라인’ 등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이 가상공간으로 진입하는 기술이죠.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가상공간을 하나의 현실로 인지하고, 거기에 속해있음을 실감해야 한다는 겁니다.
▲ 가상현실의 핵심은 현장감이다, 사진은
반면에 증강현실은 가상의 힘을 현실세계를 보완하는데 사용합니다. 현실이라는 기반 위에 가상의 콘텐츠를 덧대어 정보를 전달하거나 재미를 주죠. 이제 겨우 상용화의 첫발을 내디딘 가상현실과 달리 증강현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있습니다. 당장 스마트폰에 각종 증강현실 앱을 내려 받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한 광고판이 극장과 서점 등지에 설치돼 있기도 합니다.
정작 체험할 길이 없는 가상현실이 매우 유명한 반면, 실제로 쓰임새가 많은 증강현실은 인지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증강현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어차피 현실과 가상이 접목한다는 측면에서 가상현실로 묶어 소개하는 탓이죠. 때문에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로 잘못 소개되거나, 아예 증강현실인지조차 모르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 가상 디스플레이는 대표적인 증강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증강현실 기기는 만화 ‘드래곤볼’에서 나옵니다. 바로 프리저 군단의 제식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죠. 만화 속 ‘스카우터’는 화면에 비친 적의 모습 주위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줍니다. 이처럼 특정한 디스플레이로 현실을 비췄을 때 실존하지 않는 콘텐츠가 보강하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 기기입니다. 현실적인 예로는 안경에 비친 사물의 정보를 즉석에서 검색해 띄워준다는 ‘구글 글래스’가 있겠습니다.
▲ 프리저 군단의 증강현실 기기, 적의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시판은 내년 초, 출시 목전에 둔 최신기기들
증강현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면에 가상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현실 공간을 정확히 인지하고 거기에 맞는 ‘증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증강현실 기기의 지리적 위치를 GPS 및 중력센서로 감지하고, 이를 위치정보시스템으로 분석하여, 다시 디스플레이에 적합하게 출력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오늘날에는 누구나 GPS, 인터넷 연결,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한데 모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닙니다. 아직 불완전한 증강현실이 이처럼 빠르게 상용화된 데는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이 주효했죠. 다만 스마트폰은 증강현실 기능에 집중하기엔 다른 쓰임이 너무 많을뿐더러, 성능 또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조잡한 AR 카드나 광고 출력 정도는 가능하지만, SF영화 같은 증강현실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성능과 너른 디스플레이를 찾아야만 했죠.
이리하여 드디어 ‘홀로렌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PC로, 내년 1분기에 첫 개발자버전가 나올 예정이죠 첨단 기술이 집약된 소형 PC답게 가격은 약 3,000달러(한화 350만 원)에 달하지만, 이제야 진정한 증강현실 기기를 만난다는 의의는 그 이상입니다.
▲ 단독 구동하는 HUD PC '홀로렌즈' 개발자 버전은 약 3,000달러
증강현실이 스마트폰에 안주하며 지지부진한 사이, 가상현실은 꾸준히 기술 발전을 이어왔습니다. 사용자의 오감까진 아니더라도, 시각을 장악해야 하는 만큼 처음부터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로 고안됐죠. 처음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무게와 심각한 멀미 유발, 동작 인식 불가 등 온갖 난항에 시달렸지만 이제 결실을 맺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상현실 게이밍기기의 효시격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PS기기에 대응하는 플레이스테이션VR, 벨브와 HTC가 협력한 ‘바이브’ 등이 모두 내년 상반기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수도 없이 시연하며 검증 받은 상용버전입니다. 비록 개발자버전이긴 하지만, 우연찮게 ‘홀로렌즈’와 시기가 맞물린 점도 흥미롭습니다. 닮은 듯 다른 차세대 기술 형제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
▲ 바이브, 플레이스테이션VR, 오큘러스 리프트 모두 내년 상반기에 결집한다
치열한 ‘놀 궁리’가 탄생시킨 차세대 기술
지난 1월 첫 공개된 ‘홀로렌즈’는 몇 년간 지지부진한 ‘구글 클래스’를 단숨에 재치고 AR의 첨단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과 묘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기도 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차례 ‘홀로렌즈’ 시연에 게임을 접목시키며 이 신기술을 게임 산업에 적극 활용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용자를 가상공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VR과 현실에 가상 콘텐츠를 쌓아 올리는 AR은 모두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두 기술 모두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죠. VR이 발전한다면 무엇보다 부동산이 크게 늘어나고, 여행 경비도 극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또한, AR은 온갖 마케팅, 언론, 교육 등에 활용될 수 있겠죠.
게임기자로써 가장 신나는 점은 이 첨단 기술 2개가 다름아닌 게임계에서 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옛말에 인간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우선 그걸로 놀 궁리를 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이들의 치열한 ‘놀 궁리’가 바야흐로 이만한 기술적 진보를 가져오진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까? 치열한 궁리 끝에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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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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