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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스 이어 유료 인디게임까지… 게임 도둑질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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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리소스까지, 중국발 ‘게임 저작권 침해’ 제동 필요


중국이 리소스와 캐릭터 도용을 넘어 게임 자체를 무단으로 유통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거리적인 차이와 외국 업체에 폐쇄적인 현지 상황으로 인해 한국 개발사의 즉각적인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도용한 해적판을 판매하고, 광고까지 적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의 주 타겟은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든 인디게임이다. 중국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정식 출시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개별 법무팀도 없어 불법 유통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이의 제기가 어려운 것을 악용한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 현지는 몇백 개에 달하는 로컬 마켓이 존재해 해적판이 어느 마켓에 올라오는지 소형 업체가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바이두에 버젓이 올라와있는 도톰치게임즈 '소서리스 오브 포춘'과 '미스테리 오브 포춘'


▲ 심지어 중문화까지 되어있다

피해 사례는 1년 전부터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도톰치게임즈의 ‘소서리스 오브 포춘’과 ‘미스터리 오브 포춘’은 현재 ‘女巫重生’과 ‘命运之谜(汉化版)’라는 이름으로 바이두, 360 등 중국 거대 오픈마켓에 불법 유통되는 중이다. 자밥스튜디오 ‘무한더던전’ 역시 ‘无限地牢’라는 이름으로 오픈마켓에 해적판이 올라와 있다.

앞서 언급된 작품들은 중국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타이틀이다.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는 “중국 업체로부터 퍼블리싱 제안은 받았었지만 실제로 계약하진 않았다”라고 말했고, 자밥스튜디오 권대현 대표 역시 “차이나모바일 외 오픈마켓에는 정식 출시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즉, 원 저작자가 아닌 다른 이가 게임을 무단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 와서 더 심화됐다. 원작 출시일과 해적판이 업로드되는 날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출시된 인디게임 ‘딤 라이트’는 국내에 출시된 지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중국 현지에 해적판이 유출됐다. 심지어 게임 내 언어가 중국어로 ‘현지화’까지 된 상태다.


▲ 강제 현지화되어 출시된 해적판 '딤 라이트'


▲ 해적판을 중국 매체에서 리뷰까지 했다

‘딤 라이트’ 개발사인 산배 오범수 대표는 “’딤 라이트’가 인기 순위에 들기도 전에 중국에서 게임을 카피해간 것 같다”며 “나중에는 자체 광고 플랫폼까지 탑재해 수익을 가져가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보안 시스템을 패치했다”고 밝혔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인디개발자 입장에서 대응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360이나 바이두, 텐센트 등 3대 마켓을 비롯해 대부분 오픈마켓이 해적판과 관련해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1506호 박성필 대표는 “중국 퍼블리셔를 통해 현지에 정식 출시되지 않고서야 해적판을 내릴 방법이 없다”며 “연락책도 없고, 메일 주소로 상황을 설명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부분 개발자들은 손을 놓은 상태다. 자밥스튜디오 권 대표는 “항의 메일을 중국어로 보내고, 이를 증명하는 데도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소규모 인디개발사에서는 아무래도 대응을 포기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던전999F’ 개발자인 유니티 지국환 에반젤리스트 역시 “’던전999F’ 해적판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중국에 로컬 마켓이 워낙 많은 데다 실질적으로 대응에 성공한 사례도 없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 중국에 출시된 '던전999F' 해적판

중국의 무단 도용 행태는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최근에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서머너즈 워’와 ‘세븐나이츠’ 게임 리소스가 판매되는 것이 포착되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게임 캐릭터에서 리소스, 이제는 게임 자체를 무단도용해 이득을 취하는 중국의 '게임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경한 대처가 요구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중국 정부 및 업체와의 MOU를 통해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지 저작권 침해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하는 한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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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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