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이 처음 접한 게임은 뭐였죠?”
KOG 이종원 대표가 물었다. 첫 게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초등학교 3학년 동네 오락실에 처음 들어왔던 ‘스트리트파이터’,
‘오류겐’ 한번 쓰고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나날들, 오락실에 가기 위해 ‘짤짤이’와
‘판치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놔야 했던 악마의 시간, 학생을 선도하겠다며 그릇된
정의감과 사명감에 사로잡힌 반장이 선생님한테 일러 반성문 15장을 해가 질 때까지 써야 했던
아픔들… 갑자기 반장에 대한 해묵은 적개심이 밀려 올라왔다. 반장의 턱에 오류겐을
날렸던가 곰곰이 생각하다 아직 이 대표의 질문에 답을 안했다는 사실을 가까스로
떠올렸다. 여러가지 게임이 머리 속에 있었지만 대답은 간단했다.
“액션게임이죠.” 이종원 대표의 주먹에 힘이 실렸다. “바로 그거죠. 액션게임. 저도 마찬가지지만 기자님 나이 또래는 아마도 액션게임으로 게임세계에 입문했을 겁니다.” 정말 그랬다. 변변한 사회 기반 시설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은 남쪽 어느 시골 마을. ‘스트리트 파이터’의 등장은 구슬치기와 딱지로 획일화된 동네 게임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고 또래보다 머리가 일찍 트였던 나는 꾸준한 평판 작업을 통해 오락실 사장님과 확고한 동맹을 유지해 캐릭터별 커맨트 입력표 같은 무림의 비기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시 레이싱게임이나 퍼즐게임도 있었지만 주류는 역시 액션게임이었다. 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게 바로 제대로 된 액션게임입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을 보세요. 주류는 RPG고 FPS나 스포츠 게임 등이 게임 시장을 받치고 있죠. 하지만, 우리를 게임 세계에 입문시켰던 정통 액션게임은 없다 이겁니다. 파이터스클럽을 통해 액션게임의 부흥을 일으키고 싶다는 게 저희 목표자 욕심이죠.”
▲KOG
이종원 대표
KOG가 개발하고 있는 ‘파이터스클럽’의 공식 개발 기간은 약 4년이다. 하지만 이종원 대표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던 것은 7년 전 일이다. 당시 액션게임을 만들만한 기술도 노하우도 그리고 그만한 인력도 없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찰라 ‘그랜드 체이스’와 ‘엘소드’가 잇따라 대박이 터지고 직원들도 10명 안팎에서 200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파이터스클럽’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겠지만 ‘파이터스클럽’을 통해 이 대표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액션게임의 온라인화가 아니다. 플랫폼이 변하고 스틱에서 키보드, 마우스로 컨트롤 기기가 변하면서 그에 따른 액션의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파이터스 클럽’의 고유 조작 시스템인 DSK(Digital Stick Keyboard)를 개발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DSK시스템은 ‘파이터스클럽’ 개발 중 유저들이 PC 키보드 환경에서도 조이스틱과 같이 직관적이고 쉬운 조작을 통하여 손맛과 타격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KOG가 개발한 고유의 조작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 테스트에서는 DSK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듯 싶다. 유저들에게 좀더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자 조작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7년이나 개발했는데 안되면 나가 죽어야죠(웃음).” 파이터스클럽에 대한 이종원 대표의 각오다. ‘오늘 개발자들 집에 가긴 글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KOG
사무실 복도, 좌측에 팬들이 직접 보내준 팬아트가 눈에 띈다
▲얼마전에
오픈한 사내 도서관, 복도의 빈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마침 이종원 대표가 공들였던 사내 식당이 오픈하는 날이었다. “방문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요. 오늘 식당하고 카페테리아를 오픈했는데 같이 식사 하면서 이야기 나누시죠.” 식당은 KOG 본사 바로 앞 3분거리. 솔직히 조금 놀랐다. 국내 개발사 중 200명 규모의 회사에서 사내식당과 제대로 된 카페테리아를 갖춘 곳 드문데 특히 자금이 많이 필요한 신작 런칭 타이밍에 복지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놀라웠다. 이 대표는 “근처에 식당은 많지만 직원들 영양상태나 음식물에 대한 안전을 고려해 직접 식당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KOG 직원들은 점심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도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위층 카페테리아에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에는 KOG직원들이 회의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칠판에 떠든사람 ‘이종원’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이 장난을 한 것이다. 이종원 대표는 핸드폰을 들어 찍더니 조금 있다가 필적 조회를 해봐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대표의 얼굴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틈타 간단히 질문을 던졌다. “KOG라면 언제나 지방개발사(대구) 중 가장 선전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걱정 거리는 없습니까? 가령 요즘 젊은 개발자들은 일정 경력이 쌓이면 서울로 가고 싶은 욕구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이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 질문 많이 받습니다(웃음). KOG는 아직까지 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내려온 개발자들이 많죠. 저희 회사 모토가 그렇습니다.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 회사는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직원들은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 나간다면 그에 따른 결과야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대본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답변에 흠칫 했지만 KOG 업무환경과 직접 느낀 회사 분위기가 이 대표의 답변 이상을 말해주었다.
“파이터스클럽은 그랜드체이스나 엘소드와 다르게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비스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와 런칭 일정을 묻고 싶은데요” 기다렸다는 듯 이 대표가 대답했다. “네 파이터스클럽은 자체서비스를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동안 여러나라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노하우도 쌓였고 오래 전부터 자체서비스에 대한 욕심이 있었죠.” 간단한 의문이 들었다. 서비스는 개발과 달리 고객과의 소통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소리를 항시 들을 수 있는 인력과 그에 따른 환경이 당연히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열정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서비스`다. 다행이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 교보빌딩 건물 한 개 층을 쓰고 있는데 인력 때문에 아래 한 층을 더 빌렸습니다. 올해 여름방학쯤 해서 파이터스클럽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데 첫 자체서비스인 만큼 기존보다 더욱 탄탄하게 준비 해야죠.”
▲KOG직원들은
언제나 일할땐 열정적이고 놀땐 심각하다 특히 아래 오른쪽 분
인터뷰가 끝나고 파이터스클럽 최신버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욕심을 부렸지만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짠’하고 공개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말려 관두었다. 개발자 분들 덩치를 보니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다면 당장 헤드락이라도 걸 듯싶어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직접 눈으로 지켜본 파이터스클럽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지난 테스트때 지적사항 중 하나였던 어색한 애니메이션은 대폭 개선되어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고 타격감과 이펙트 역시 그랜드체이스와 엘소드의 노하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이 액션 하나하나에 녹아나 보였다. 개발자 한 분이 직접 체험해보라고 자리를 권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액션게임은 자리에 앉으면 끝판왕은 봐야 잠이 오는 성격 탓도 그렇고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 실수라도 하는 날엔 반성문 20장은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좀더 있으면 인터뷰가 KOG 입사지원서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인터뷰 일정으로 인해 서둘러 KOG를 빠져 나왔다.
※다음은 민커뮤니케이션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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