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e스포츠협회 김준호 4기 협회장
2010년 승부조작 및 불법배팅 파문과 블리자드와의 ‘스타1’ 지적재산권 분쟁이 벌어지는 동안 크게 한 번 휘청거린 국내 e스포츠는 지금도 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인 ‘스타1’을 발전 없이 정체되어 있으며, 타 종목의 성장 역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2010년부터 인기를 끌어 모으기 시작한 ‘철권6’는 화면만 보면 쉽게 경기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인 게임성이 e스포츠와 잘 맞아 떨어져 스스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기업의 투자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 중 하나다. 12개 팀 체제로 운영된 프로게임단은 현재 10개 팀으로 줄었으며, 위메이드가 후원하는 프로게임단 ‘폭스’의 해체설이 불며 그 규모가 더욱 축소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위메이드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없으나 팀을 해체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다른 기업으로의 매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e스포츠는 사업 구조상 종목의 개발사 및 퍼블리셔가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이 불분명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실질적인 수익이나 게임 플레이어 수의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가 물음표로 남기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한 종목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종목의 자생능력이 확보될 때까지 꾸준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사실 역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스타1’ 종목의 개발사 블리자드도 “e스포츠 사업은 성과보다는 게임을 사랑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어둡고 긴 침체기를 타계할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 한국e스포츠협회의 4기 협회장으로 새로 부임한 김준호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직접 들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지난 7월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된 ‘대중화’와 ‘세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타1’ 내수시장에 집중된 국내 e스포츠의 진출영역을 보다 넓은 세대와 지역으로 넓히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김준호 협회장은 e스포츠의 해외 진출이 국산 종목의 수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통로가 되는 것이 ‘스타1’ 프로리그와 같은 국내 e스포츠 콘텐츠를 방송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해외에 노출하는 것이다.
김 협회장은 “프로리그 미디어를 해외로 확대하여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콘텐츠를 송출할 계획을 잡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e스포츠의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콘텐츠를 통해 노출되는 우수 국산 종목의 해외 진출 및 시장 개척에 e스포츠가 일조하는 부가 효과 발생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e스포츠의 정식체육종목화 추진 및 현재에도 암암리에 진행중인 불법배팅 근절에 대한 내용을 아래 인터뷰 전문을 통해 공개한다.
한국e스포츠협회 4기 회장으로 새로 부임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 활동에 대한 각오가 어떠한가?
김준호 협회장: e스포츠에 대한 높은 이해와 열정으로 한국e스포츠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전임 협회장들의 후임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실감하고 있다. 재임기간 동안, 여러 관계자와의 협력 하에 현재 국내 e스포츠를 세계적인 스포츠 문화 콘텐츠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이바지하겠다.
7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스포츠의 대중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언급되지 않아 아쉬웠다. 이를 위해 KeSPA는 어떠한 활동을 추진 중에 있는가?
김준호 협회장: 국내 e스포츠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젊은이들에게 인기 여가생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 열기를 보다 대중적으로 퍼트리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협회 등 유관기관 및 게임개발사와 힘을 모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재고하고 e스포츠의 팬을 중장년층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종목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e스포츠협회는 ‘스타1’과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성공적으로 대중화한 노하우와 향후 설립될 전국 시도지회를 기반으로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다시 글로벌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e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다.
2011년 7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e스포츠의 국민레저화를 위한 PC방 활동 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미루어볼 때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대통령배 전국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주관하는 콘진원과 PC방을 또 다른 e스포츠의 장으로 구축하는 부분에 대한 협력관계 형성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지난 2009년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로 승인되었다. e스포츠의 진정한 대중화를 위해서는 정식 체육 종목 공인 절차가 꼭 필요한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김준호 협회장: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화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대한체육회 정 가맹단체 가입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반 형성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전국에 시도지회를 세우는 것이다. 2008년 광주지회를 시작으로 부산, 경북, 전북, 전남 등 총 5개 지회가 설립되었다. 오는 2013년까지 전국에 11개 이상의 지회를 확충하는 것이 우선 목표이다. 각 시도지회를 통해 지역별 e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여 생활스포츠로의 정착을 도모할 것이다.
▲
지난 7월 14일 진행된 한국e스포츠협회 전남지회 설립행사 현판전달식
조현경
전남지회장(좌)와 최원제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오는 8월 6일 ‘스타1’ 프로리그 사상 최초로 상해에서 해외 결승전이 개최된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국내 e스포츠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프로리그 결승전을 상해에서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e스포츠의 국제화를 위해 어떠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오는 상해 결승전의 성과는 어느 정도 되리라 예상하는가?
김준호 협회장: 한국e스포츠협회는 2006년부터 국제e스포츠 심포지엄을 주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일본과 중국,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e스포츠 단체 설립을 지원하고, 교류전을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진행해 왔다.
2009년 출범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의 한국-대만 인터리그와 양국 프로리그 우승팀이 맞붙은 챔피언쉽(2011년)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
스페셜포스 한국-대만 인터리그 참가팀
오는 8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되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은 국내 팬은 물론 해외 e스포츠 팬들에게 한국 프로리그 콘텐츠를 직접 선보일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결승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프로리그의 위상을 드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
`스타1` 프로리그 최초 해외 결승전이 펼쳐질 중국 상해 세기광장
e스포츠의 해외 진출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이후에도 프로리그 단위의 국제 교류 경기 진행과 동시에 프로리그 미디어를 해외로 확대하여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콘텐츠를 송출할 계획을 잡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e스포츠의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콘텐츠를 통해 노출되는 우수 국산 종목의 해외 진출 및 시장 개척에 e스포츠가 일조하는 부가 효과 발생까지 기대할 수 있다.
2010년 승부조작 및 불법배팅으로 관계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e스포츠 불법배팅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까지 배팅에 동원되고 있는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지 궁금하다.
김준호 협회장: 스포츠에 대한 불법배팅은 e스포츠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닌 광범위한 분야에서 터지는 뿌리 깊은 문제이며, 모든 배팅사이트를 근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종목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
`스타1` e스포츠 승부조작 및 불법배팅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마재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0년 3월 이후, 상시 감시 인력을 운영하고 사이버수사대와 조사 및 법적 처리에 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배팅사이트를 신고한 일반인에게 일정 정도의 포상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