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붕어빵`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매년 겨울 동네 어귀에는 붕어빵 아저씨가 등장한다. 팥이 알차게 들어간 붕어빵의 가격은 천 원에 3개. 적당한 수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의 붕어빵 시세는 또 다르다. 천원에 일곱 개, 경쟁이 심화된 곳은 10개까지도 간다. 물가완 별 상관없어 보인다. 붕어빵 사장님에게 이래서 남는 게 뭐가 있나요, 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다. 박리다매라나.
박리다매를 철칙으로 삼는 사람은 넥슨에도 한 명 있다. 정영석 본부장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해보자면, 현재 부분유료화로 자리잡은 넥슨의 뼈대를 구성한 사람이라고 할까. 무료 게임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어둠의 전설’부터 시작해서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 ‘에어라이더’, 최근 ‘배틀스타: 리로드’까지. 소위 ‘넥슨st’ 게임을 대표하는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정영석 본부장을 찾아가 그의 게임력 머리부터 발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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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건설한 캐주얼 게임 왕국 건설에 일조한 정영석 본부장을 만났다
유년시절을 헐리우드 영화의 황금기와 보낸 소년은 자연스레 영화감독을 꿈꿨다. 영화가 준 비주얼적인 감동은 미술로 이어지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어졌다.
“’버츄어파이터’와 ‘메탈기어솔리드 2’를 가장 멋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임을 경험하면서 게임을 만들면 영화감독보다 더 멋진 일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영화나 게임이나 그의 취향은 한결같다. 정 본부장이 말하는 캐주얼 게임의 매력은 영화와 같은 맥락을 가진다. 바로 ‘시간을 잊게 할 정도의 몰입감’이다. 관객이 영화가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났는지 확인하는 순간, 영화가 지루해지듯 게임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게임을 만들게 된 것도 13년. 그동안 자칭 타칭 소프트(라이트) 게이머의 전형인 정 본부장이 세운 캐주얼 게임 개발의 원칙은 하나다. 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임.
“사실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배틀스타: 리로드’도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친숙한 조작은 아니죠. ‘카트라이더’도 마찬가집니다. ‘카트라이더’의 드래프트 키, 슬로우 키는 어디에도 볼 수 없던 기능이었죠. 쉬운 기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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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트라이더`가 공개됐을 때, 전국은 나름(?) 큰 충격에 사로잡혔다
귀여운
캐릭터가 주는 살벌한 드리프트 그리고 속도감까지
사람들이 가지기 쉬운 편견이 ‘캐주얼 게임은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쉬운 것과 쉬울 것 같다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늠하는 기준이 바로 조작이다.
개발과정을 100으로 두었을 때, 정 본부장은 80을 조작에 치중한다. 그가 말하는 조작의 용이함은 캐릭터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느냐는 문제다. 분명 이는 주관적 느낌이 더 강하고, 시스템에도 차이가 없지만 유저 입장에선 아주 크게 느껴진다. 자신이 키보드를 강하게 눌렀을 때, 또 세기를 줄였을 때, 캐릭터가 움직이는 느낌에 차이가 있어야 게임은 쉽게 느껴진다. 쉬운 게임이란 ‘왠지 이걸 누르면 이렇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본능에 맞아떨어지는 게임이다.
국내 캐주얼 게임 시장의 한계
캐주얼 게임은 어차피 짧은 시간 안에 소규모의 인원이 투입돼서 만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소재 선택에서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성공 확률이 높은 유사게임을 양산하는 결과를 이끈다. 하지만 오리지널을 따라가지 못하는 유사작들은 흥행 참패를 맛보기 마련. 이는 다시 캐주얼 게임 시장 파이를 축소하는 요소가 되고 만다.
신기하고 특이한 걸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캐주얼 게임의 강자라 불리는 넥슨도 분명 피해갈 수 없는 문제. 가장 최근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물론 정 본부장 이력에도 ‘우당탕탕 대청소’,. ‘에어라이더’ 등 특이하고 신선한 게임들이 모두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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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종료된 `허스키 익스프레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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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이 기획한 `우당탕탕 대청소`도 2주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캐주얼 게임은 만들어놓으면 기획자들은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이걸로 될까, 뭘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더 넣게 되고 애초의 기획 방향에서 변질되고 말죠. 저는 이정도가 딱 좋은데 주변에선 이 상태로 공개해도 될까 하는 질문은 아직도 받아요.”
결국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원칙은 기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마음 좋~은 사장을 만나는 것이지만 말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가진 넥슨은 분명 게임을 잘 만들 수 밖에 없는 회사다. 넥슨이 캐주얼 게임 왕국이라는데 누가 고개를 저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만큼 배척자도 많다. 게이머들이 넥슨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게임 때문이 아니다. 바로 게임 정책 때문이다.
사이버 머니. 캐시. 국내 부분유료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회사가 바로 넥슨이며, 대표 게임은 바로 ‘카트라이더’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기획한 사람도 정 본부장이고. 정 본부장이 말하는 캐시 아이템의 시작은 재미를 판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처음 캐시 아이템 도입 당시 기획 의도는 ‘천 원만 쓰고 만 원어치만큼 놀자’였다고 한다. 쓰고 더 쓰고가 아니라 오락실 같은 마음으로 백원 넣어보고 재미있으면 더 넣자. 그게 캐주얼 게임이 지향하는 점이라는 것.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는 오픈을 8월에 하고 상용화를 10월에 했다. 캐주얼 게임의 첫 표본이기 때문에 일 년 반을 서비스하면서 유저는 30만이 넘었는데 종일 업데이트만 했다고 한다. 정 본부장은 상용화에 대한 계획 없이 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개발팀은 바늘 하나를 구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바늘이 착 들어맞았다. 유저 30만이 넘는데 돈 한 푼 못 벌던 게임이 한 번 더 살 수 있는 바늘을 팔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바로 캐시가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비엔비’를 통해 캐주얼 게임 상용화의 청사진을 구상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어 ‘카트라이더’를 기획하면서는 전략을 바꿔 이제 유저도 즐겁고, 개발사도 즐거운 상용화를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한 방법은 승패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은 루찌로, 하지만 보기에 멋진 아이템은 캐시로 판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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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는 캐쉬아이템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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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의 상점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 승패를 좌우해선 안 된다는 거죠. 대신 재미를 줘야 합니다. 저게 있으면 승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써보고 싶다는 생각. 다른 아이템과 큰 차이 없지만 소비의 만족을 충족시키는 그런 아이템을 주는 겁니다”
그렇게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갈 때마다 유저수치가 늘어나는 것을 봤고, 아이템으로 유저들에게재미를 준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신작 ‘배틀스타: 리로드’는 조금 다르다. 이미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틀스타’에 상점을 만들고 캐시 아이템을 사는 방식은 지양하고, 다만 원하는 캐릭터를 게임 머니나 캐시로 사는 형태로 꾸려나갈 계획을 밝혔다. 그게 바로 박리다매 전략이다. 정 본부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많이 파는 것은 파느냐는 중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승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기쁨을 돈으로 판다. 그게 바로 정 본부장 표 게임 정책이다.
캐주얼 게임의 변화, 그러나 기본은 친밀감이다
정 본부장도 요즘 ‘대격변’을 느낀다고 한다. 캐주얼 게임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멀티플랫폼, 모바일 기기로의 전환이다. 정 본부장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개발자로서 적응해야만 하는 단계로 여기며 이번 신작 ‘배틀스타’를 거의 ‘끝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배틀스타’를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할 계획은 없다. ‘배틀스타’야말로 절대적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 `배틀스타: 리로드는 키보드에 최적화된 게임이다
모바일
기기로 플레이할 경우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소프트 게이머들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타블렛 PC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 누가 ‘배틀스타’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정 본부장은 그렇더라도 좀 해달라는 것이 자신의 심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마트폰은 모두가 모여서 노는 재미를 주지 못해요. 모바일 기기로 이용하는 게임은 ‘혼자’ 조는 게임이잖아요. 저는 캐주얼 게임은 사용자들 사이에 친밀함을 일으켜야 한다고 봅니다. 친구들과 혹은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그로 인해 형성되는 친밀감이 게임의 생명을 연장시킨다고 봅니다.”
쉽고 편하면서 재미있는 생각을 주는 게임. 정 본부장이 추구하는 캐주얼 게임 월드는 그런 것이다. 자신이 과거 오락실에서 종이컵 가득 동전을 쌓아서 게임을 즐겼던 추억처럼 자신의 특색이 확 드러나는 게임보다는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게 유머일수도, 말을 재치있게 하는 걸수도, 센스가 좋은 걸 수도 있다. 어떤 형식이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게임. 그게 바로 정영석 본부장이 만든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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