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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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크래프트’ 개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유럽과 북미에서는 시사회 보도 유예가 풀려 여러 리뷰가 나왔죠. 개중에는 극찬도 있고 혹평도 간간히 보이는데, 역시 이런 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 부디 원작 재현과 영화적인 각색을 적절히 병행하여 게이머는 물론 일반 관객도 충분히 아우르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네요.
‘게임 원작’이라는 꼬리표는 영화계에서 일종의 흥행부도수표로 통합니다. 93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이래 수많은 게임 원작 영화가 나왔지만, 명작이라 할만한 작품은 단 한 개도 없어요. 애당초 원작 인기에 기댄 저예산 영화였던 탓도 있지만, 거금을 들이고도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나마 호평을 받은 몇몇 작품은 별 내용 없는 액션 영화였고…
헐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워크래프트’ 제작비는 약 1억6,000만 달러(한화 1,904억 원)랍니다. 이만하면 여느 블록버스터에 견줄만한 규모로, 비교적 저예산인 ‘데드풀’을 세 번 정도 찍을 수 있는 돈이죠. 물론 제작비가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판단의 척도로 삼을 순 있지 않을까요? ‘워크래프트’ 이전에 개봉한 게임 원작 영화 중 가장 ‘비싼’ 작품 다섯 개를 살펴보도록 하죠.
5위 앵그리버드(약 7,300만 달러), 로비오가 간만에 쏘아 올린 흥행’새’
▲ '앵그리버드' 모바일게임(좌)과 영화 포스터(우)
5위는 약 7,300만 달러(한화 869억 원)를 들인 ‘앵그리버드 더 무비’입니다. 원작은 정해진 횟수 내에 새를 쏘아 목표물을 박살낸다는 간단하면서도 중독적인 게임성으로 큰 성공을 거뒀죠. 캐릭터들의 개성도 뛰어나 각종 상품화는 물론 미디어믹스가 활발히 이루어졌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에서는, 화를 참지 못하는 새 ‘레드’가 돼지들의 음모에 휘말리며 겪는 모험담을 그립니다.
지난 19일 개봉해 아직 상영 중이므로 여기서 자세한 내용을 적진 않겠습니다. 대체적으로 ‘깊이는 부족할지 몰라도 보는 내내 즐겁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네요. 국내는 비슷한 시기 개봉한 ‘곡성’에 밀려 상당히 고전했지만, 북미를 비롯해 원작의 고향 핀란드와 중국에서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려 본전은 확실히 챙겼습니다. 게임이 하향세인지라 영화에 사활을 걸었던 로비오에게 천운이 따라줬군요.
4위 픽셀(약 8,800만 달러), 아이디어 외에 모든 것이 어설픈 괴작
▲ 영화에 등장한 고전게임 중 하나인 팩맨(좌)과 '픽셀' 포스터(우)
4위는 약 8,800만 달러(한화 1,048억 원)이 투입된 ‘픽셀’입니다. ‘갤러그’, ‘팩맨’, ‘동키콩’,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 80년대를 풍미한 고전게임 속 캐릭터가 지구를 침략하자, 옛 게임 고수들이 다시금 뭉쳐 맞선다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죠. 이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는 2010년 공개된 2분 30초짜리 단편 영화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원작은 (링크)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원작의 뛰어난 착상과 놀라운 시각효과에도 불구하고 ‘픽셀’은 흥행과 비평 모두 완전히 죽을 쒔습니다. 내용은 주요 관객층인 게이머를 조롱하는 수준이고, 주연을 맡은 애덤 샌들러는 시종일관 특유의 ‘듣기 거북한’ B급 유머를 남발하거든요. 결국 매년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에 모조리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3위 툼 레이더(1편 1억1,500만 / 2편 9,500만 달러), 안젤리나 졸리’만’ 좋았다
▲ '툼 레이더' 게임(좌)과 영화 포스터(우)
3위는 약 1억1,500만 달러(한화 1,370억 원)로 제작된 ‘툼 레이더’ 1편과 약 9,500만 달러(한화 1,131억 원)이 쓰인 2편에게 돌아갔습니다. 2013년 리부트되기 이전 ‘툼 레이더’를 원작으로, 미모의 고고학자 ‘라라 크로프트’가 겪는 온갖 초현실적인 모험을 보여줍니다. 1편은 고대 마야인이 만든 ‘빛의 삼각형’을 두고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와 겨루고, 2편은 ‘생명의 요람’을 찾아 나섭니다.
‘툼 레이더’는 게임 원작 영화의 기나긴 잔혹사에서 그나마 준수한 사례로 꼽힙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특정 부위(…)까지 ‘라라 크로프트’를 200% 재현했다고 극찬 받았고, 내용면에서도 어드벤처물의 왕도를 충실히 따랐죠. 졸리 상대역으로 훗날 007과 레오니다스가 되는 다니엘 크레이그, 제라드 버틀러가 나오는 것도 숨은 볼거리입니다. 비록 2편이 본전 회수에 실패해 10년 넘도록 후속작이 나오지 못했지만, 현재는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으로 리부트 영화화가 추진 중이랍니다.
2위 파이널 판타지(약 1억3,700만 달러), 스퀘어 에닉스 합병의 숨은 공로자(?)
▲ 엄밀히 따지면 원작이 아니지만 '파이널 판타지' 게임(좌)과 영화 포스터(우)
2위는 약 1억3,700만 달러(한화 1,632억 원)이 소모된 ‘파이널 판타지: 더 스피릿 위드인’이 차지했습니다. 이게 게임 원작 영화가 맞는지 살짝 혼란스럽지만 말이죠. 제목은 분명 두말하면 잔소리인 인기 게임에서 따오긴 했는데, 정작 원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없거든요. ‘파이널 판타지: 더 스피릿 위드인’은 외계인의 침략으로 황폐화된 미래를 그린 완전 ‘오리지널’ SF 영화입니다.
어쨌든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였으니, 일종의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한 신작인 셈입니다. 문제는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타고난 게임 개발자일지는 몰라도 영화 감독으로는 영 아니었다는 거죠. 당시 기준으로 1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재미가 없어서’ 망했습니다. 이 후폭풍이 어찌나 거셌던지 스퀘어는 홀로 버티지 못하고 에닉스와 합병을 해야만 했죠.
1위 페르시아의 왕자(약 2억 달러), 디즈니도 피해가지 못한 게임 원작 영화의 저주
▲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좌)과 영화 포스터(우)
대망의 1위는 무려 2억 달러(한화 2,393억 원)로 제작된 디즈니 대작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입니다. 국내에서 ‘페르시아의 왕자’하면 ‘이얏!’하고 뛰었다가 ‘끼요옷’하고 떨어져 죽는 고전 횡스크롤 게임이 유명하지만, 정확한 원작은 부제까지 똑같은 2003년작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죠. 영화의 골자는 누명을 쓴 왕자 ‘다스탄’이 신비한 모래의 힘으로 제국을 집어삼키려는 사악한 숙부에게 대항하는 이야기입니다.
게임 원작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답게, 스크린에 구현된 옛 페르시아는 장엄하고 각종 볼거리도 풍부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호연을 펼쳤던 제이크 질렌할의 ‘다스탄’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젬마 아터튼, 벤 킹슬리 등 주조연도 제 역할을 다했죠. 그러나 다소 유치한 전개가 문제였을까요? 괜찮은 평가를 받은 ‘페르시아의 왕자’ 또한 게임 원작 영화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북미 시장에서 제작비의 반도 못 건졌고, 해외 수익까지 다 합쳐서야 겨우 체면치레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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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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