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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미소녀와 JRPG의 완벽한 만남, 전여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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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패미콤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 에닉스와 스퀘어의 손에서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라는 불세출의 명작이 탄생했습니다. 일본에서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두 작품의 공통점은 JRPG 시작을 알린 장본인이라는 것입니다. 두 명작을 토대로 발전한 JRPG는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이목을 끌기 쉬운 미소녀와의 만남도 이뤄졌죠. 오늘 소개하는 게임 역시 2000년대 중반 미소녀 JRPG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에우슈리의 ‘전여신’ 시리즈입니다.


▲ '전여신 Verita'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미소녀 JRPG에 장대한 서사시를 담아낸 개발사, 에우슈리

‘전여신’ 시리즈를 만든 개발사 에우슈리는 1998년 설립된 아캄프로덕츠 사내 개발팀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습니다. 창설 초기부터 미소녀 JRPG 개발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만들 여러 게임의 기반이 될 독자적인 판타지 세계 ‘디르=리피나’를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대표작 ‘전여신’과 ‘환린의 희장군’ 시리즈를 탄생시켰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아캄프로덕츠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가게 되죠.


▲ 판타지 세계관 '디르=리파나'를 여러 작품이 함께 공유한다

에우슈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풍부한 스토리입니다. 에우슈리의 게임은 대부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 게임으로 뻗어가는 풍성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JRPG 특유의 파고들만한 요소도 많이 갖추고 있어 콘텐츠 볼륨으로는 부족한 점이 없을 정도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이번 ‘미소녀메카’의 주인공 ‘전여신’ 시리즈, 그리고 ‘히메가리 던전 마이스터’가 있습니다. 비록 이번 편의 주인공은 아닙니다만, ‘히메가리’는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던 에우슈리가 코믹하고 밝은 게임도 잘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작품입니다. 여기에 그림체도 동글동글해지고, 톤이 부드러워지는 등 비주얼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에우슈리의 변천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임이기도 하죠.


▲ 에우슈리를 논할 때, '히메가리'를 빠뜨릴 수 없다

흔한 JRPG에서, 개발사의 대표작으로... ‘전여신’ 시리즈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 소개할 ‘전여신’ 시리즈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전여신’ 시리즈는 에우슈리의 첫 작품이자 대표 시리즈입니다. 신을 죽인 자라는 의미의 ‘신살인’이라 불리는 주인공 ‘세리카 실피르’와 그녀를 따르는 사도들을 중심으로 신에게 저항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렸죠.


▲ 사랑하던 여신을 죽이고, 그 몸을 차지해버린 비운의 주인공 '세리카'

첫 작품인 ‘전여신’은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필드도 좁고, 스토리도 부실한데다가 의뢰 해결이 주를 이루는 단순한 구성이라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사랑하던 여신을 죽이고 그 몸을 차지했다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운 주인공 '세리카'의 매력을 토대로 팬층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좋은 약이 되었던 것일까요? 이후 발매된 ‘전여신 2’는 1편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배경도 작은 마을에서 ‘아바타르’라는 거대한 지역으로 넓어졌고, 주인공 ‘세리카’와 그녀를 따르는 4명의 사도, 적으로 나오는 8명의 여신까지 다루며 스토리도 풍성해졌죠. 또한, 1편에서 다루지 않은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와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풀어주는 부분을 넣어 만족감을 높이는 세련된 전개를 선보였습니다.


▲ 전작과 달리, 여러모로 발전한 2편은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JRPG인만큼 시리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게이지가 차오르는 순서에 따라 각 캐릭터가 행동할 수 있는 ‘파이널 판타지’의 ‘액티브 타임 배틀’과 비슷한 ‘액티브 프레임 시스템’, 자동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오토 시스템’을 더해 전략적인 재미와 유저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이 때 공개된 배경, 시나리오, 시스템은 나중에 출시된 ‘전여신Zero’와 ‘전여신 Verita’의 큰 기틀이 됩니다.

‘전여신 2’가 발매되고 6년이 지난 후, 시리즈 과거를 다룬 ‘전여신Zero’가 나옵니다. 주인공 ‘세리카’의 과거와 여신 ‘아스트라이아’와의 숨겨진 이야기가 동시에 공개된다는 점은 팬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기 충분했죠. 결과부터 말하자면, ‘전여신Zero’도 성공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세리카’가 점점 신을 죽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스토리가 일품이었죠.


▲ 프리퀄에 해당하는 '전여신Zero'


▲ 전투도 전에 비해, 깔끔하게 개선됐다

그렇지만, ‘전여신Zero’의 가장 큰 위업은 후속작 ‘전여신 Verita’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이어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전여신 Verita’에서는 여태까지 나온 스토리 '떡밥'이 모두 회수되며, 이를 통해 각 이야기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대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이 ‘전여신Zero’를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이전 시리즈를 통해 뿌려진 ‘떡밥 ’은 나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전여신 Verita’에 녹아들어 스토리에 깊이를 더했죠.

하나로 통합된 ‘전여신’의 이야기, ‘Verita’로 완성되다

이윽고, 2010년 에우슈리 최고의 작품이라 꼽히는 ‘전여신 Verita’가 발매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인공이 두 명이라는 것입니다. 전에는 ‘세리카’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전여신’ 시리즈 주인공 ‘세리카’와 에우슈리가 만든 또 다른 미소녀 JRPG ‘환린의 희장군’ 시리즈의 주역 ‘리위 마쉬룬’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두 게임 주인공이 한 곳에 모인 셈이죠.


▲ 세리카 실피르: '전여신' 시리즈의 주인공. 본래 신을 모시는 신전기사였으나, 여신 아스트라이아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를 좋지 않게 본 신전의 계략으로 여신 아스트라이아를 죽이게 되고, 그 몸을 차지하여 '신살인'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이후 여신의 몸을 노리는 수많은 신, 인간, 세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신과 무리하게 결합한 터라, 자주 기억을 잃고, 인간성을 상실해 감정이 없다.


▲ 리위 마쉬룬: '환린의 희장군'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전여신 Verita'의 2번째 주인공. 반인반마족으로, 인간 세력에 의해 흩어진 마족을 결집해 멘피르라는 국가를 세운다. 본래 인간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했지만, 왕녀 이리나에게 감화되어, 복수심을 버리고 국정에만 매달리고 있다. 전쟁 중 이리나를 죽인 에크리아를 증오한다.

'전여신'과 '환린의 희장군', 두 게임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전여신 Verita'는 에우슈리 작품 중 역대 최대 볼륨을 자랑하게 됩니다. 등장 캐릭터가 수십 명에 달하며, 패치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 이벤트가 추가되며 분량이 더욱 늘어났죠. 여기에 전작과는 달리 ‘멀티엔딩’을 도입해, 다양하고 풍부한 시나리오를 선보였습니다. ‘전여신 Verita’는 ‘전여신’과 ‘환린의 희장군’ 시리즈, 총 6개 작품에 걸친 서사시를 훌륭하게 마무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점들을 명쾌하게 해결하며 미소녀 J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으로 기록됩니다.


▲ 주인공끼리의 만남,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선택한 주인공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졌다


▲ 역대 시리즈의 캐릭터가 그야말로 총출동했다!

대작 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

‘전여신 Verita’를 끝으로 그동안 진행해온 모든 스토리를 완결한 에우슈리는 '전여신' 1편을 리메이크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2014년에 ‘전여신’을 리메이크한 ‘천칭의 라데아’가 등장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었지만 스킬 트리는 복잡하고, 전투는 오히려 단조롭다는 혹평을 면치 못하며 참패했죠.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에우슈리는 ‘전여신’ 2편, 3편 리메이크를 원하는 유저들에게 “2편의 리메이크는 2100년에 발매됩니다”라는 농담을 던질 뿐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 시도는 좋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천칭의 라데아'


▲ 설상가상으로, 최신작 '산해왕의 원한'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여신' 후 추진 중인 최신작 ‘신의 랩소디’와 ‘산해왕의 원한’ 역시 혹평을 면치 못한데다가 판매량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개발 중인 웹게임 역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회사에 암운이 드리웠죠.

하지만 아직 에우슈리의 미래를 점치기에는 이릅니다. 지역점령 SLG라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끈 ‘명색의 례희’와 기발함을 앞세운 카드게임 ‘청각의 아테리얼’을 탄생시키는 등, 에우슈리는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온 뚝심 있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언젠가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유저 곁으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 다시 한번, 신작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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