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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섬머레슨의 대선배, 일루전의 '인공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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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게임쇼 2016’이 성황리에 폐막했습니다. 3대 게임쇼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번 행사에는 많은 업체 참여와 함께 역대 최다 관람객까지 달성하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죠.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가장 주목 받은 부분은 ‘가상현실(VR)’이었습니다. 차세대 게임산업을 이끌어갈 동력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상현실. 그 중에서도 전세계 유저의 관심을 사로잡은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반다이남코의 ‘섬머레슨’입니다.

한 소녀의 가정교사가 되어,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섬머레슨’은 작년 ‘지스타 2015’ 소니 부스를 통해 국내 유저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는데요. 이때 직접 시연해본 유저 반응이 하나같이 ‘신세계를 봤다’고 감탄해, 체험해보지 못한 유저들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필자 역시도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시연에 성공한 지인으로부터 그 평가를 듣고 만족해야 했습니다.

‘섬머레슨’에 대한 이런저런 평을 듣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3D 미소녀 게임 브랜드의 거장 일루전의 ‘인공소녀’입니다. 아마 제목을 듣는 순간 ‘아!’라고 감탄사를 터트린 독자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은 이제는 아재가 되어버린, 한때 ‘섬머레슨’ 못지않게 게이머들 영혼을 사로잡았던 그 ‘인공소녀’입니다.


▲ 일루전의 3D 미소녀게임 '인공소녀'

3D 미소녀 깎는 장인들, 일루전

먼저 일루전에 대한 소개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일루전은 1992년 하트전자산업이라는 회사의 브랜드로 탄생한 후, 1996년 설립된 주식회사 아이온의 산하 브랜드로써 무수히 많은 3D 미소녀게임을 제작한 미소녀게임 개발사입니다.

탄생 당시의 연도로도 추측이 가능한 부분입니다만, 일루전은 본래 3D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가 아니었습니다. 3D 미소녀게임으로 명성을 떨치기 전에는 RPG나, 마작, 낚시게임 같은 게임을 주로 제작해왔죠. 하지만 당시에는 게임 완성도가 그리 높지 못한 탓에 지지부진한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재정난에 허덕이던 일루전은 돌연 개발 방향을 선회해, 당시에 생소한 3D 미소녀게임 제작을 시작합니다. 초창기에는 당연히 악평을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만, 일루전은 장인 정신을 발휘해 그래픽을 거듭 개선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내놓으며, 2000년대에는 업계 최고의 3D 미소녀게임 개발사로 인정받게 됩니다.

대표작으로는 미소녀들과 해변, 수영장에서 신나게 노는 ‘섹시비치’ 시리즈, 어딘가 어정쩡하지만 나름 혁신적인 재미를 선사한 ‘DES BLOOD’, 한층 진화한 미소녀 커스터마이징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스쿨메이트’, 그리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인공소녀’ 시리즈가 있습니다.


▲ 미소녀들과 바다에서 신나게 노는 '섹시비치'와...


▲ 혁신적인 재미를 선사한 'DES BLOOD' 시리즈

꿈에서만 그리던 이상형과의 즐거운 일상

‘인공소녀’는 2004년에 처음 개발된 미소녀게임으로, 공식 장르는 커뮤니케이션 게임입니다. 당시 게임은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3D 미소녀를 만들고, 그녀와 함께 무인도에서 일상을 즐긴다는 설정으로 공개 당시에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죠.

다만, ‘인공소녀’ 1편은 어디까지나 체험판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판매된 게임이 아니라 일루전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 가능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일루전은 같은 해 11월 본편인 ‘인공소녀 2’를 정식 발매하게 됩니다.


▲ 의상부터, 모습까지... 직접 꾸미는 나의 이상형!


▲ 남자를 설레게 만드는 상황들은 당시 호평을 받았다

체험판이었던 1편에서 보여준 미소녀 커스터마이징과 일상 파트를 대폭 강화시킨 ‘인공소녀 2’는 유저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엄청난 흥행을 불러옵니다. 특히 주인공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미소녀의 다양한 반응은 유저들로 하여금,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진행한다는 느낌을 줘서, 보다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죠. 어떤 면에서, 이는 처음에 언급했던 ‘섬머레슨’에서 유저들이 느낀 재미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부분입니다. 

‘인공소녀 2’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일루전은 이후 2007년,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큰 폭으로 늘린 신작 ‘인공소녀 3’ 발매합니다. 아마 국내 게이머들이 기억하는 ‘인공소녀’가 바로 이 3편일 것입니다. 무대를 무인도에서 마을로 바꾼 3편은 기본 방식은 2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해진 미소녀 커스터마이징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 3편부터는 정말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모든 걸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캐릭터와 의상이 본편 시나리오에 나오는 것으로 한정된 2편과 달리, 유저들이 직접 제작툴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를 똑같이 만들어 ‘인공소녀 3’에서 연애 생활을 즐기는 등 마치 ‘스카이림’에 비견할만한 끝없는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실사보다는 만화풍, 시대의 흐름에 밀려버린 ‘인공소녀’

독보적인 커스터마이징과 미소녀와의 설레는 연애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인공소녀’. 미소녀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엄청난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3편 이후 발매된 ‘인공학원’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시리즈가 영영 묻히게 됩니다. 이는 3D 최적화에서 문제점을 보이며 점점 내리막을 걸은 일루전의 문제도 있습니다만, ‘인공소녀’와 ‘인공학원’을 대체할 다른 콘텐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비운의 작품...'인공학원'

대표적으로 경쟁사 작품인 ‘3D 커스텀 소녀’와 ‘3D 커스텀 메이드’ 그리고 3D 동영상 작성 툴 MMD의 보급 등이 있습니다. 이중에 ‘3D 커스텀 메이드’는 미소녀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분야로 일루전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던 Kiss사의 작품입니다.

본래 Kiss사는 2D 미소녀 커스터마이징에 집중했기 때문에 일루전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표작인 ‘커스텀 례뇨’ 시리즈가 점점 쇠퇴하면서, Kiss사는 2D를 버리고 3D로 방향을 바꾸어 ‘3D 커스텀 메이드’를 발매하게 됩니다. 두 작품은 비교적 실사에 가까운 모델링을 보여주는 일루전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2D 미소녀 그림체에 가까운 모델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일루전도 최근 수년간 2D 미소녀에 가까운 모델링을 내놓았으나, 아무래도 이미 선점 당한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위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 실사풍이 지고, 점차 만화풍 모델링이 뜨기 시작했다

추억은 추억이기에 아름다운 법...

자고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처럼, 이제 와서 ‘인공소녀’를 다시 플레이한다고 그 때의 즐거움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뒤떨어지는 그래픽에 남아있던 추억마저도 망칠 가능성이 크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좀 더 ‘섬머레슨’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마치 처음 ‘동급생’을 했을 때처럼, 처음 ‘인공소녀’를 했을 때처럼, 뭔가 새로운... 그때의 그 설렘을 다시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말입니다.


▲ '섬머레슨'에서도, 다시 한번 그때 그 설레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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