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가 지난 11월 4일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타이틀로 유명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신작 ‘인피니트 워페어’가 지난 11월 4일(금) 출시됐다. 본래 이름값이 있는 타이틀이지만, 이번 신작은 ‘수작’으로 손꼽히는 ‘모던 워페어’를 탄생시킨 인피니티 워드가 맡으면서, 팬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이번 신작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우주’를 택했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미래전을 보여주겠다던 각오였지만, 사실 초기 반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전작 ‘블랙 옵스 3’에서 충분히 근미래전을 맛본 사람들은 ‘미래전’ 설정에 아쉬워했고, 공개 후에는 이런 불만이 유튜브 ‘싫어요’ 1순위 등극으로 표출됐다.
여기에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배틀필드 1’이 ‘1차 세계대전’을 선택해 파격적으로 나서자, 나중에는 게임성과 개발자들의 마음가짐까지 비교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려와 악평에도, ‘인피니티 워페어’는 차츰 자신의 장점들을 차례로 보이며 조금씩 이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느렸지만, ‘인피니트 워페어’가 날리는 카운터 펀치...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아니면 ‘콜 오브 듀티’는 역시 ‘현대전’이 아니었으면 안됐던 걸까?
▲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무중력 전투에 우주 전투기까지... 더 말이 필요하나?
‘인피니티 워페어’의 가장 큰 변화는 무대다. 다른 FPS 경쟁작들이 지상에서의 전투에 집중할 때, 인피니티 워드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SF를 소재로 한 FPS는 기존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래전’에 ‘콜 오브 듀티’ 특유의 현실적인 감각과 더해지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재미를 창조해냈다.
우선 ‘캠페인’을 처음 시작하면, 한층 넓어진 맵이 눈에 들어온다. 전작처럼 일직선 진행은 변함없으며, 진행 루트가 딱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맵이 커짐과 동시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엄폐물 수가 늘어나면서 ‘모던 워페어’처럼 수시로 상황이 달라지는 전장의 분위기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 역시 '우주'...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 '콜 오브 듀티'를 하면서, 외계 행성을 달려볼 줄이야...
여기에 새롭게 선보이는 ‘무중력 지대’에서의 전투도 의외로 어지럽지 않았다. 특히 먼 곳에 발사한 후, 몸을 끌어당겨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갈고리’ 액션은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중력 지대에서는 틈만 나면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갈고리’를 활용한 이동이 주를 이루어 마치 우주인이 된 감각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직접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늘어났고, 전작부터 이어진 특수장비 활용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 예로, 플레이어가 활용하는 수류탄만 해도 적을 추적하는 ‘추적폭탄’, 일시적으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내는 ‘반중력탄’ 그리고 새로 등장한 인간형 드론 처치에 용이한 ‘충격탄’ 등 다양하다. 덕분에 전투를 풀어나갈 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넓어졌다.
▲ 거대한 로봇도 '충격탄'만 있으면 혼자서도 충분!
기본적인 플레이 자체도 훌륭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서브 미션’의 추가다. 게임 내 거점인 우주 함선 ‘레트리뷰션’의 함교에서 다양한 ‘서브 미션’을 준비됐는데, 적 함대에 잠입하거나, 수배 중인 장교를 추적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골라 즐길 수 있었다. 보상으로 새로운 무기 혹은 전투기 부품을 얻을 수 있어, 원하는 적도 잡고, 실속까지 챙길 수 있었다.
특히 수행하는 ‘서브 미션’ 역시 단순 반복되지 않는다. 각각 고유한 스토리와 컷신이 있었다. 보통 부가적으로 붙는 임무의 경우, 대사나 영상을 반복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피니트 워페어’는 여기에 메인 스토리에 비견할만한 볼륨을 채워 넣었다. 덕분에 플레이를 하면서도 즐길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 서브 미션이지만, 주는 느낌은 거의 '메인 스토리'급
마지막으로, 새롭게 추가된 우주 공중전 ‘자칼’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칼’은 게임에 등장하는 우주 전투기로, 무중력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실제로 주인공도 함장이라는 직책 이전에, 전투기 ‘에이스 파일럿’으로 활약한다.
‘자칼’ 플레이는 메인 스토리는 물론, ‘서브 미션’에서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조작 자체도 그리 어렵지 않으며, 조금만 해보면 금방 익숙해질 정도다. 여기에 조준 보정도 이루어져 있어, 적 전투기를 격퇴했을 때의 짜릿함을 손쉽게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거대한 우주 구축함과 전투도 펼쳐지기 때문에, 백병전이 질렸을 때 기분전환용으로도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인피니티 워페어’의 기본 플레이는 ‘우주’와 ‘미래전’을 다루는 세계관에 잘 빠져들게끔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기존에 계속해서 보여준 ‘건 앤 런’ 대신, 신선한 콘텐츠가 더해진 플레이로 신선함까지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전작에서 고수하던 현대전의 특징이 거의 사라지고, 기존 맵 구조도 확 달라졌음에도, 게임은 한층 더 흥미로워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 주인공은 함장도 하고, 직접 전투기도 몬다
▲ 거대한 함선을 파괴했을 때의 짜릿함은 그야말로 일품!
생동감 넘치는 동료들 덕분에 ‘나’도 살아난다
사실 ‘콜 오브 듀티’ 같은 일직선 진행을 보여주는 게임에서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가 스토리와 미션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오픈월드가 드넓은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내세운다면, 일직선 진행 게임은 선택의 폭이 좁은 대신 그만큼 확실한 경험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모던 워페어 2’ 이후, 몰입감이 높은 경험을 보여주지 못한 편이다. 매번 전형적인 ‘건 앤 런’ 게임이 되어가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유저들이 아는 ‘2차 세계대전’, ‘현대전’, ‘근 미래전’도 아닌 완전히 다른 ‘SF 미래전’을 한다? 팬들 눈에는 모험을 떠나서, 싱글플레이에서는 실패 요소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 보기는 좋아도, 아무래도 전작 때문에 우려가 더...
이런 우려와는 다르게 ‘인피니트 워페어’는 유저들이 원하던 부분을 제대로 잡아냈다. 싱글플레이 몰입감을 확실히 잡았을 뿐만 아니라, 어색하게 느껴질 법한 세계관 역시 주변 캐릭터와의 스토리를 잘 담아내면서 완성도 높은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선보였다.
일단, 게임에서 보여주는 세계관이 확실하다. 적과 아군의 목적의식 모두 뚜렷하고, 요즘 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선과 악의 모호함이 전혀 없다. 초반에 나온 내레이션은 세계관에 대한 놓칠만한 부분들을 보충해줄 뿐만 아니라, 메인 스토리가 끝날 때마다 ‘함내 뉴스룸’에서 직접 수행한 미션에 대한 뉴스도 볼 수 있어, 우주전쟁 한복판에 있다는 기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로봇이지만, 인간보다도 인간적이었던 '에단'
▲ 인물들도 몹시 흡입력있게 묘사된다
실감나는 동료들의 모습도 한몫을 더한다. 인공지능 성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전투 중 던지는 대사와 컷신에서 보여주는 동료의 활약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플레이어 외에도,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까지 보여줘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령, 전투를 앞두고 로봇과 해병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에서 전작 ‘모던 워페어’에서 보았던 끈끈한 전우애가 생각났다.
스토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는 ‘캠페인’의 재미를 살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는 ‘캠페인’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지켜보는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더 큰 감정이입과 플레이 동기를 불어넣으면서, 플레이어 스스로 주인공 본인이 된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 '전우애'는 예전 '모던 워페어'에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싱글플레이는 완벽, 그렇다면 멀티플레이는?
‘인피니트 워페어’는 이처럼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역대급 부활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후 즐기게 될 멀티플레이가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점이다. 실제로 PC판 기준으로 동시접속자 수가 ‘블랙 옵스 3’ 발매 때와 4배 가량 적은데,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멀티플레이 게임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캐주얼 혹은 미래전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인피니트 워페어’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오죽하면 ‘로켓 런처’, ‘저격총’, ‘샷건’ 외에는 총기 특성에 따른 차이를 느낄 새도 없을 정도다. 여기에 사망 후 부활 대기 시간도 따로 없어, 숨 돌릴 틈도 없이 방금 죽인 적이 빠르게 와서 복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신식 무기로 무장해도...
▲ 숙련되지 않은 자에게는 빠른 죽음만이 기다린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이처럼 가볍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타임 투 킬’을 특징으로 한 멀티플레이를 자랑해왔지만, 이번만큼은 좀 심하다 할 정도로 게임 콘셉과 시스템이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나 죽음이 워낙 빠르게 반복되기 때문에, 초보자 입장에서는 뭔가 배운다기보다는 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느낌밖에 받을 수 없었다. 이처럼 높은 진입 장벽은 여러모로 아쉽게 다가왔다.
둘째는 바로 오락가락하는 그래픽이다. 특정 구간에서는 2014년 발매된 ‘어드밴스드 워페어’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 텍스처가 갑자기 무너진다. 여기에 최적화도 안정적이지 않다. 50~60 프레임으로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게임이, 순식간에 20~30 프레임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또한, 때때로 무한 로딩까지 걸리면서, 플레이어 참을성을 시험하기까지 한다.
▲ 최적화라도 잘 되어 있으면... 억울하지는 않을텐데
여기에 사실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위에서 말한 ‘블랙 옵스 3’와의 멀티플레이 동시접속자 수 격차의 원인이기도 하다. 바로 PC 버전을 구매 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구입하면 ‘스팀’에서 구매한 유저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PC 버전 멀티플레이 네트워크 구축방식이 데이터보호에 취약한 ‘피어 투 피어’ 형식이라, 핵을 사용하는 유저를 막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는 콘솔판이 주가 되어, 판매량을 견인하고는 있다지만, 같은 금액을 내고 구매한 PC유저에게도 그만한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게임
‘인피니티 워페어’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다. 전작과는 다르게 훌륭한 완성도의 싱글플레이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나온 ‘우주’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씻어 내렸다. 작중 연출이나 표현 역시 전작처럼 화려하기만 한 게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를 게임에 집중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개발사다운 면모였다.
그야말로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았던 게임... 그래서 그런지, 즐길 틈도 없이 끝나버리는 멀티플레이와 판매 전략 오류 같은 단점이 너무나도 아쉽게만 느껴졌다. 만약 이 부분까지 인피니티 워드가 충분히 고려했다면, ‘모던 워페어’의 뒤를 이을 명작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 지금이라도 우주로 날아오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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