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발더스 게이트 등 미국식 정통 롤플레잉이 처음 선보였을 때, 일본식 롤플레잉에 식상한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식 롤플레잉이 정통 롤플레잉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일본식 롤플레잉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발더스 게이트 2, 아이스 윈드 데일 등 너무 정통 롤플레잉이 판치는(?) 때이니, 생각을 바꿔서 일본식 롤플레잉을 한번 느껴봄이 어떨까?
게임의 특징
바람의 기사가 일본식 롤플레잉이라 해도,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형태의 게임은 아니다. 요즘 게임들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1게임=1장르`라는 등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지 오래다. 바람의 기사도 롤플레잉의 형식에 시뮬레이션적 요소를 가미한 퓨전(?)게임이라고나 할까?
던전을 선택할 수 있고, 적들의 위치를 볼 수 있으며(기존의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들은 랜덤하게 적과의 전투가 발생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바람의 기사는 적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인 등의 계략을 쓸 수 있다), 모든 행동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등이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보드게임 형태라는 것이다. 이점은 깊이 음미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비교대상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의 정통 롤플레잉과 세상을 보드로 표시하고, 파티멤버를 체스판의 말로 표현한 이 게임이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게임에 대한 몰입정도를 표현할 수 있다면, 바람의 기사에서 도입된 변형 3인칭은 게이머가 파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이머가 조종하는 파티의 멤버들은 단지 말판위의 말인 것이다. 즉, 몰입감은 줄어들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람의 기사는 기존의 일본 롤플레잉 게임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다. 게이머는 던전을 탐색하는 탐험가의 역할을 수행하며, 숨겨진 4개의 던전에서 4개의 보석을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는 단순한 스토리 보드만을 가지고 있다.
롤플레잉 게이머의 최대 관건?
다행히도 바람의 기사에 일명 레벨 노가다라 불리는 중노동 행위는 없다. 한번 탐색이 끝난 곳에서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 단, 그렇다고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던전을 제대로 탐색하려면 일명 `벽잡고 돌기`라는 새로운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숨어있는 지역도 아니지만, 그래픽의 특수성 때문에 바로 옆을 지나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따라서 넓은 길이 나오면 적어도 양쪽 벽에 붙어서 2번은 같은 길을 지나쳐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마을을 들어서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지루함도 없어졌다. 마을은 평면상에 나열되어 있고, 단지 선택만 하면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마을 구석 구석에 숨어 있는 비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누비고 다니던 마을의 던전화(?) 현상도 이젠 안녕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제한적이지만 파티 구성원의 얼굴 모양을 바꿀 수도 있고, 구성원들의 능력치를 직접 변환할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는 자유도가 높아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해 나가다 보면, 오히려 다른 일본식 롤플레잉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총 스킬의 종류는(HP를 포함해서) 7가지 밖에 안되며, 모든 던전은 고정된 모양을 지니고, 던전별로 나오는 아이템의 수도 동일한 비율로 나타난다. 또한 파티원이 죽어서 부활시키면 경험치의 아주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다. 다시 로드해서 플레이하는 수밖에 없다. 내외적인 곳에서 제약이 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의 기사가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롤플레잉 게임에서 경험치는 몬스터를 죽이거나 이벤트를 클리어했을 경우 보너스로 받는 것 정도인데 반해, 바람의 기사는 돈을 이용하여 스킬치를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얼마나 돈을 절약하면서 게임을 하는가에 따라서 캐릭터들을 빠르게 최강의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페이스면에서 보아도 모든 조작을 마우스만으로 할 수 있으며 특정 던전 별로 파티를 도와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의 요소가 쏠쏠한 재미를 던져준다.
날 물로 보지마
처음 던전 탐색을 마치고 나면, 꽤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방만한 파티 운영을 하게 되면, 게임 중반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해져 있는 적의 숫자, 충분치 못한 돈과 아이템. 결론은 스킬치의 최적 배분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충분치 않은 경험치와 돈으로 파티 구성원들의 스킬을 조정하는 것이다. --; 게이머를 어렵게 하는 부분은 또 있다. 적의 숫자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몬스터와 파티가 만나게 되면 자동으로 전투가 발생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간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면 주위의 몬스터가 전투장으로 난입하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몬스터에 둘러 쌓여서 도망도 가지 못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몬스터들이 몰려 있다면, 수가 적은 곳부터 전투를 시작해야 하지만, 한 종류, 한 마리로 몬스터를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게임의 후반으로 갈수록, 각기 다른 능력의 다양한 몬스터들로 구성된 파티로 게이머를 괴롭힌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던전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로딩과 세이브를 반복케 하는 고통의 시간을 주는 게임이다.
게임을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다른 롤플레잉에 비해서 사용하는 마법의 수가 많지도 않으며, 마법을 쓴다 해도 화려한 그래픽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공격 방식과 숫자만이 화면을 메우는 단순한 전투화면이며, 배경 그래픽은 단지 어두침침하고, 벽으로 둘러 쌓인 던전 내부가 전부다. 몬스터들이 적게 출현한다지만 이러한 전투 화면과 높은 난이도에 금방 식상할 수도 있다. 게이머가 하는 것은 말판 위에서 파티를 조종하는 일이다. 목표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널려있는 던전을 탐색하는 것이다. 조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조금씩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임인 것이다. 명작 게임들에 묻혀 지내다가 지루해진 게이머라면, 가끔씩 가벼운 마음으로 보드를 펼쳐 놓고, 말들을 움직여 보자. 쉽지는 않지만,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특징
바람의 기사가 일본식 롤플레잉이라 해도,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형태의 게임은 아니다. 요즘 게임들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1게임=1장르`라는 등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지 오래다. 바람의 기사도 롤플레잉의 형식에 시뮬레이션적 요소를 가미한 퓨전(?)게임이라고나 할까?
던전을 선택할 수 있고, 적들의 위치를 볼 수 있으며(기존의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들은 랜덤하게 적과의 전투가 발생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바람의 기사는 적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인 등의 계략을 쓸 수 있다), 모든 행동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등이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보드게임 형태라는 것이다. 이점은 깊이 음미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비교대상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의 정통 롤플레잉과 세상을 보드로 표시하고, 파티멤버를 체스판의 말로 표현한 이 게임이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게임에 대한 몰입정도를 표현할 수 있다면, 바람의 기사에서 도입된 변형 3인칭은 게이머가 파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이머가 조종하는 파티의 멤버들은 단지 말판위의 말인 것이다. 즉, 몰입감은 줄어들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람의 기사는 기존의 일본 롤플레잉 게임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다. 게이머는 던전을 탐색하는 탐험가의 역할을 수행하며, 숨겨진 4개의 던전에서 4개의 보석을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는 단순한 스토리 보드만을 가지고 있다.
롤플레잉 게이머의 최대 관건?
다행히도 바람의 기사에 일명 레벨 노가다라 불리는 중노동 행위는 없다. 한번 탐색이 끝난 곳에서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 단, 그렇다고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던전을 제대로 탐색하려면 일명 `벽잡고 돌기`라는 새로운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숨어있는 지역도 아니지만, 그래픽의 특수성 때문에 바로 옆을 지나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따라서 넓은 길이 나오면 적어도 양쪽 벽에 붙어서 2번은 같은 길을 지나쳐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마을을 들어서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지루함도 없어졌다. 마을은 평면상에 나열되어 있고, 단지 선택만 하면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마을 구석 구석에 숨어 있는 비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누비고 다니던 마을의 던전화(?) 현상도 이젠 안녕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제한적이지만 파티 구성원의 얼굴 모양을 바꿀 수도 있고, 구성원들의 능력치를 직접 변환할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는 자유도가 높아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해 나가다 보면, 오히려 다른 일본식 롤플레잉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총 스킬의 종류는(HP를 포함해서) 7가지 밖에 안되며, 모든 던전은 고정된 모양을 지니고, 던전별로 나오는 아이템의 수도 동일한 비율로 나타난다. 또한 파티원이 죽어서 부활시키면 경험치의 아주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다. 다시 로드해서 플레이하는 수밖에 없다. 내외적인 곳에서 제약이 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의 기사가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롤플레잉 게임에서 경험치는 몬스터를 죽이거나 이벤트를 클리어했을 경우 보너스로 받는 것 정도인데 반해, 바람의 기사는 돈을 이용하여 스킬치를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얼마나 돈을 절약하면서 게임을 하는가에 따라서 캐릭터들을 빠르게 최강의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페이스면에서 보아도 모든 조작을 마우스만으로 할 수 있으며 특정 던전 별로 파티를 도와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의 요소가 쏠쏠한 재미를 던져준다.
날 물로 보지마
처음 던전 탐색을 마치고 나면, 꽤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방만한 파티 운영을 하게 되면, 게임 중반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해져 있는 적의 숫자, 충분치 못한 돈과 아이템. 결론은 스킬치의 최적 배분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충분치 않은 경험치와 돈으로 파티 구성원들의 스킬을 조정하는 것이다. --; 게이머를 어렵게 하는 부분은 또 있다. 적의 숫자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몬스터와 파티가 만나게 되면 자동으로 전투가 발생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간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면 주위의 몬스터가 전투장으로 난입하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몬스터에 둘러 쌓여서 도망도 가지 못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몬스터들이 몰려 있다면, 수가 적은 곳부터 전투를 시작해야 하지만, 한 종류, 한 마리로 몬스터를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게임의 후반으로 갈수록, 각기 다른 능력의 다양한 몬스터들로 구성된 파티로 게이머를 괴롭힌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던전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로딩과 세이브를 반복케 하는 고통의 시간을 주는 게임이다.
게임을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다른 롤플레잉에 비해서 사용하는 마법의 수가 많지도 않으며, 마법을 쓴다 해도 화려한 그래픽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공격 방식과 숫자만이 화면을 메우는 단순한 전투화면이며, 배경 그래픽은 단지 어두침침하고, 벽으로 둘러 쌓인 던전 내부가 전부다. 몬스터들이 적게 출현한다지만 이러한 전투 화면과 높은 난이도에 금방 식상할 수도 있다. 게이머가 하는 것은 말판 위에서 파티를 조종하는 일이다. 목표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널려있는 던전을 탐색하는 것이다. 조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조금씩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임인 것이다. 명작 게임들에 묻혀 지내다가 지루해진 게이머라면, 가끔씩 가벼운 마음으로 보드를 펼쳐 놓고, 말들을 움직여 보자. 쉽지는 않지만,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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