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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화려한 컴백(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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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다른 조짐
id소프트가 3D 액션게임의 명가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3D 액션게임의 명확한 장르 정의를 내리게 해준 이른바 ‘3D 액션게임의 할아버지’인 울펜슈타인3D부터 시작해서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퀘이크 3 그리고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둠 3까지... 그야말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업계 최고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998년에 나온 하프라이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id소프트에 의해서 주도되어온, 쏘고 달리고 죽이는 그야말로 슬로터 무비에 버금가는 액션만으로 채워진 3D 액션게임이었다면 하프라이프라는 또 다른 명작이 등장한 시점부터 점차로 게임 제작사에서는 너도 나도 3D 액션게임에서의 ‘스토리’라는 또 다른 요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울펜슈타인3D, 둠 1, 둠 2, 퀘이크 1, 퀘이크 2 등의 기라성같은 3D 액션 게임들에서 우리는 왜 ‘학살’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고, 열쇠를 얻기 위해서는 그 주변에 있는 걸리적거리는 존재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명제에 의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 ‘스토리’라는 것은 별반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알고 보니까 ‘주인공은 우주 해병이었다더라’ 혹은 ‘차원의 문이 열려서 이공간의 다른 생명체들이 지구로 날아온거라더라’는 식의 나중에 스토리 붙여주기 정도일 뿐이었다. 결국 하프라이프가 게임의 완성도와 그 ‘스토리’에 의한 새로운 시도로 톡톡히 한 몫을 한 시점 이후로는 id소프트의 게임은 기술력과 기획력은 여전히 최고로 인정받지만 혼자 하기에는 무언가 허전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돌아왔잖아. -_-;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하 울펜슈타인)을 플레이해보면 “그래 잘 돌아와줬어. T.T\"라고 감탄할 부분들이 많다. 우선 노원 리브스 포에버나 프로젝트 IGI 등, 최근의 유사 장르의 게임을 살펴보자.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밀리터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이외에도 각각의 미션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치열한 총격전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잠입해야 하는 진행 방법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격이나 폭파도 당연히 중요한 기술 중에 하나로 간주되어진다.

울펜슈타인에서는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한 ‘스토리’ 와 함께 잠입, 저격, 폭파 등의 그동안 다른 게임들을 통해서 검증된 모든 재미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미 퀘이크 3: 팀 아레나를 통해서 검증된 엔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서 디자인된 지하 던전, 폐허, 공장, 연구소 등의 실내맵과 그러한 시설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야외맵들은 단순히 싱글플레이 모드에만 국한되지 않고, 멀티플레이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끔 해준다.



손이 아닌 눈으로도 즐겨주세요~
하프라이프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손맛’이라고들 한다. 각각의 무기들을 사용할 때 화면상으로 보여지는 타격감이 기존의 다른 게임들과는 비교불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고, 그런 타격감과 액션성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또 다른 걸작 멀티플레이어 MOD를 만들어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필자가 울펜슈타인을 플레이하면서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았던 생각은 이 게임은 단순히 싱글플레이만을 강조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퀘이크 3의 MOD들이 수없이 나오긴 했지만 하프라이프를 기반으로 하는 밀리터리 MOD 만큼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퀘이크 3 엔진이 현대적인 무기의 반동이나 시각적인 효과를 재현하기에는 아무래도 아마추어 제작자들에게는 많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울펜슈타인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다. 각각의 사용 탄과 위력에 따른 각기 다른 총기류들이 등장하고, 그 성능들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3D 모델링을 통한 스킨만 교체하는 작업만으로도 울펜슈타인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즉, 울펜슈타인을 이용한 MOD를 만든다는 가정을 해보면 기존의 총기 모델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전까지도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볼 수 있다는 뜻이 되며, 이것은 곧 그만큼 MOD의 제작에 큰 이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DoD 가 울고 갈 게임
울펜슈타인은 정말 그동안 화제가 되었던 게임들과 MOD를 철저하게 벤치마킹을 하면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닌가 싶다. 잘 짜여진 스토리 구조가 있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밀리터리 붐에 편승할 자격마저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에 새로운 흥행 코드로서 인식되고 있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는 멋진 맵 디자인과 다양한 총기류의 등장 그리고 액션성과 적당한 사실성의 조화는 이 게임이 다른 게임을 말려죽이기 위해서 내놓은 사악한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한다. 레인보우 식스에서는 이동과 정지간의 크로스 헤어의 벌어지는 정도차에 의해서 명중률이 달라졌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는 멋진 타격감과 음향 효과가 있었고, DOD(Day of Deafeat -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하프라이프 MOD)에서는 스테미너 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요소들이 울펜슈타인에 들어 있는 것이다.



좋게 보면 유사 장르의 게임에서 좋은 점을 모두 절충해서 만들어낸 완성판이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남의 게임에서 좋은 점을 죄다 짜집기해서 울궈먹은 버릇없는 게임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3D 액션으로 진행하는 코만도스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퀘이크 3의 DOD모드라고도 한다.


하지만 좋고 나쁘고, 혹은 양심적이든 아니든 울펜슈타인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만큼 재미있다는 것이다. 싱글을 해보니 의외로 재미있고, 하지만 멀티는 더욱더 기대되는 게임. 그게 바로 울펜슈타인인 것이다.



사족으로 덧붙이는 몇 가지 이야기들관
울펜슈타인을 처음 플레이하면 난데없는 좀비와 괴물들의 등장에 혹시 배경만 제 2차 세계 대전이고 난데없이 열린 차원의 문을 통해서 지구로 난입한 외계 괴물들을 없애는 전형적인 지구영웅의 이야기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는 의외로 조금은 그럴듯한 사실과 허구를 조합하고 있다. 우선, 이모든 사태를 계획한 하인리히 히믈러(Heinrich Himmler)는 실제로 나치의 SS(친위대) 장관이었고,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자 히틀러의 오른팔격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나치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는 상당히 유약하게 생긴 사람이었고, 그저 평범한 지방 관청 서기정도로나 보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울펜슈타인에서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오컬트(occult)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실제로 히믈러는 중세 유럽 신화와 오컬트라고 하는 신비주의 철학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미션 중에 등장하는 X-프로젝트는 제 2차 세계 대전기간 중에 독일군이 연구한 비밀무기 계획으로서, 핵무기와 화학 무기 그리고 각종 제트 전투기와 유도탄 등 현대의 무기 체계의 기틀을 만들었을 정도의 많은 부분에 대한 연구를 뜻한다. 물론 게임 중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실제와는 다른 경우도 있다.


사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수없이 많은 X-파일감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히틀러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독일이 광선 무기와 초음파 무기도 개발했고, 심지어 UFO까지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는 나치의 기지가 남극에 있어서 지구에 종종 나타나는 UFO들은 그들이 보내는 정찰용 UFO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자신의 책에 썼을 정도이다.



물론, 그중에는 미세하게라도 사실에 근접한 이야기도 있고, 너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울펜슈타인의 스토리라인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X-파일류의 또 다른 맥락에서 이해해보면 의외로 무언가 그럴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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