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미국형 RPG, 이른바 D&D의 룰을 따르는 RPG를 떠올리자면 머리부터 쥐어뜯는 게이머가 참 많다. 물론 발더스 게이트라는 게임을 이용하여 TRPG 특유의 재미와 D&D의 정통성을 컴퓨터 롤플레잉에 적절히 접목시킨 바이오웨어의 공헌으로 이러한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편이지만 아직 서양식의 복잡한 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가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 이러한 게임이 비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결코 게이머의 수준이 낮아서도 아니고 게임 자체가 복잡해서도 아니다. 이는 국내에서 널리 읽혀지는 삼국지처럼 판타지 문학을 구축한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등의 작품으로 그네들이 즐기는 문화자체에 커다란 벽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네버윈터나이츠(이하: NWN)를 출시한 바이오웨어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는 표현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작품이야 말로 이러한 문화적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게임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네버윈터나이츠는 어떤 게임?
사실 바이오웨어가 회사 설립당시부터 세웠던 목표는 테이블토크 롤플레잉(TRPG)을 컴퓨터 롤플레잉(CRPG)으로 집대성하는 일이였다. 블랙아일스튜디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발더스 게이트 원작을 만들 때부터 2편 제작 후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을 때까지 회사 자체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이들의 배고픔은 결코 가시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창조해낸 세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이 넘는 시간을 NWN 프로젝트에 투자한 바이오웨어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포가튼 렐름 세계를 근간으로 하는 친근한 배경, D&D 3rd 룰의 전문가에서부터 초보자까지 모든 이를 수용하고 있는 NWN의 세계에서도 알 수 있듯 제작 초기부터 이들이 포용하고 있는 정책은 분명 TPRG의 매니아들을 CRPG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들로 하여금 롤플레잉만의 심오한 세계를 맛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의 게임을 구입하는 90% 이상의 게이머는 D&D 매니아도, TRPG의 마스터와 그의 일원도 아닌, 주류 계층에 속해 있는 일반 사람이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에서도 그래왔듯 그네들의 게임으로 인해 정통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만드는 과정, 그것이 바로 바이오웨어가 회사 설립 때부터 꿈꿔왔던 최종 목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초보자들에게 먹혀들기 위해서는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과 음향 그리고 쉬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요소가 NWN에 빠져있다면 필자가 서두부터 휘황찬란한(?) 찬사를 늘어놓을 리가 만무하다.
쉽다고?
그렇다. 적어도 30분만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게임을 훑어본다면, 게다가 매뉴얼까지 정독한 상태라면 게임을 엔딩까지 끌고 가는데 있어 전혀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NWN은 캐릭터 생성에서부터 게이머를 경악하게 만드는 D&D 특유의 난해한 생성구조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발더스 게이트 때보다 훨씬 발전된 능력치별 설명은 매뉴얼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캐릭터 생성과정 또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캐릭터가 미리 만들어져 있다는 점도 라이트 유저를 지레 겁먹게 만드는 ‘초보자 게임의욕 50% 꺾고 들어가기’라는 D&D 게임 특유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NWN은 게임을 시작한 뒤에도 마치 어린아이가 걷는 과정을 가르치듯 카메라 시점 변환 방법에서부터 공격, 마법의 사용방법까지 게이머로 하여금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익힐 수 있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또한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연결되는 모든 인터페이스와 36가지 키의 조합으로 이용이 가능한 단축키 메뉴까지 게임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이면 진행에 훨씬 유리한 특징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일반 게이머들을 끌어당길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각종 효과에 있다. NWN은 발더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턴방식의 D&D 게임 형태를 실시간으로 바꿔 6초에 한번씩 공격 순서를 번갈아서 부여받는 라운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자동 전투방식은 짐짓 게이머에게 지루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데 NWN에서는 캐릭터의 동작자체를 굉장히 많은 종류로 분류시킴으로서 보는 즐거움을 한껏 배가시키고 있다. 가령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주인공의 경우 점프, 왼쪽 어깨돌리기, 오른쪽 어깨 들리기, 앉기, 허리 숙이기 등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칼로 적의 공격을 막을 땐 ‘챙!’하는 단발음이 경쾌하게 들려오며 적을 때릴 때에도 가죽옷, 플레이트 혹은 돌로 만들어진 골렘 등 갑옷의 재질과 맞는 부위(?)에 따라 효과음까지 달라지는 섬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 진행방식은?
NWN은 게임의 진행방법과 인터페이스의 구조를 알려주는 프롤로그를 제외, 각각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퀘스트를 완료한다는 가정 하에 플레이 시간은 이전에 공개된 바와 같이 약 60~80시간 정도가 된다. 퀘스트는 발더스게이트처럼 상당히 유기적으로 짜여져 있으며 정보를 수집할 때마다 저널에 정리된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 되어 대화내용을 잊었다해도 퀘스트 자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게임은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 재료를 찾아나선 주인공이 후일에 이에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알아내게 되고 결국 악의 근원을 찾아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반전과 심도 있게 짜여진 스토리는 역시 NWN 즐기는 가장 큰 백미로 꼽을만한 것이다.
일단 게임 진행 방식에 있어 발더스 게이트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고 하면 NWN은 개인 플레이 위주로 시나리오가 흘러나간다는 것이다. 동료는 단 한명만을 고용할 수 있으며(물론 소환물은 제외) 이것도 발더스 게이트처럼 끈끈한 유대관계가 아닌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이루어진 형태를 띄고 있어 마치 디아블로의 용병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듯한 딱딱함이 느껴지는 점이 흠이다. 물론 용병과도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퀘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긴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특유의 파티 시스템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갈등을 풀어나가는 쏠쏠한 재미가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오로라 툴셋과 던전마스터 모드
사실 툴셋의 효용가치라는 것은 일반 게이머들에게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퀘스트 생성을 위해 필요한 스크립트 작성 자체가 거의 언어를 배우는 수준과 맞먹기 때문에 단순히 몬스터가 나열된 미로 생성이나 간단한 PvP용 지도 외에는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네버윈터 나이츠의 메인 시나리오 역시 100% 오로라 툴셋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로 하여금 롤플레잉 게임의 개발의욕을 북돋워주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훌륭한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공로가 인정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툴셋의 이야기는 제쳐두고 NWN 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던전마스터 모드(DM Mode)를 살펴보자. TRPG에서 던전마스터라 함은 게임 전체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참여한 게이머들을 리드하는 일종의 딜러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DM은 컴퓨터였던 셈이며 게이머는 제작사가 미리 설정해둔 시나리오에 따라 게임을 진행했기에 그 생명력은 좀처럼 짧아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NWN에 시도된 게임방식이 바로 TRPG의 특징을 컴퓨터에 그대로 옮긴 던전마스터 모드이다. 여기서 던전마스터를 맡는 사람은 전지전능한 마스터가 되어 게이머들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어내고 또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에서 거의 시도된 바가 없는 거의 획기적인 멀티플레이 모드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네버윈터나이츠에 구성된 세계에 한계가 있는만큼 TRPG 특유의 상상력을 총동원 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TRPG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게이머라면, 그리고 이렇게 생소한 방식의 게임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게이머라면 던전마스터모드는 상당히 매력적인 NWN만의 특징이 될 수 있는 요소로 부각된다.
롤플레잉 게임의 세대교체가 일어난다
오랜 기간을 두고 완성된 게임이지만 최종버전에서도 몇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는 점이 거슬린다. 용병을 비롯, 드루이드나 소서러의 소환물 등이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해 미로 사이에 끼여 길을 헤맬 때가 많다는 점, 그리고 각 지역을 넘나들 때마다 로딩이 수차례 반복된다는 점, 그리고 생각 외로 미진한 한글화 완성도 등은 게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옥의 티가 되고 있다.
어쨌든 NWN은 이러한 사소한 단점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만큼 커다란 매력이 존재하는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다. 길고 길었던 롤플레잉의 빙하기를 깨뜨린 발더스 게이트처럼 정통성과 액션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손에 들고 나타난 NWN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할 혁신적인 게임으로 꼽히게 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름방학이다. 그리고 월드컵도 끝났다. 게다가 3대가 우려먹을 게임으로 불리는 NWN이 출시됐다. 대작의 유혹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겠는가? 길고 긴 여름 방학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이머 여러분이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필자는 아마 DM 서버를 열고 게임마스터가 되어 네버윈터나이츠의 세계를 하염없이 떠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임메카 윤주홍>
국내에 이러한 게임이 비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결코 게이머의 수준이 낮아서도 아니고 게임 자체가 복잡해서도 아니다. 이는 국내에서 널리 읽혀지는 삼국지처럼 판타지 문학을 구축한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등의 작품으로 그네들이 즐기는 문화자체에 커다란 벽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네버윈터나이츠(이하: NWN)를 출시한 바이오웨어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는 표현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작품이야 말로 이러한 문화적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게임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네버윈터나이츠는 어떤 게임?
사실 바이오웨어가 회사 설립당시부터 세웠던 목표는 테이블토크 롤플레잉(TRPG)을 컴퓨터 롤플레잉(CRPG)으로 집대성하는 일이였다. 블랙아일스튜디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발더스 게이트 원작을 만들 때부터 2편 제작 후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을 때까지 회사 자체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이들의 배고픔은 결코 가시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창조해낸 세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이 넘는 시간을 NWN 프로젝트에 투자한 바이오웨어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포가튼 렐름 세계를 근간으로 하는 친근한 배경, D&D 3rd 룰의 전문가에서부터 초보자까지 모든 이를 수용하고 있는 NWN의 세계에서도 알 수 있듯 제작 초기부터 이들이 포용하고 있는 정책은 분명 TPRG의 매니아들을 CRPG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들로 하여금 롤플레잉만의 심오한 세계를 맛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의 게임을 구입하는 90% 이상의 게이머는 D&D 매니아도, TRPG의 마스터와 그의 일원도 아닌, 주류 계층에 속해 있는 일반 사람이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에서도 그래왔듯 그네들의 게임으로 인해 정통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만드는 과정, 그것이 바로 바이오웨어가 회사 설립 때부터 꿈꿔왔던 최종 목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초보자들에게 먹혀들기 위해서는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과 음향 그리고 쉬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요소가 NWN에 빠져있다면 필자가 서두부터 휘황찬란한(?) 찬사를 늘어놓을 리가 만무하다.
쉽다고?
그렇다. 적어도 30분만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게임을 훑어본다면, 게다가 매뉴얼까지 정독한 상태라면 게임을 엔딩까지 끌고 가는데 있어 전혀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NWN은 캐릭터 생성에서부터 게이머를 경악하게 만드는 D&D 특유의 난해한 생성구조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발더스 게이트 때보다 훨씬 발전된 능력치별 설명은 매뉴얼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캐릭터 생성과정 또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캐릭터가 미리 만들어져 있다는 점도 라이트 유저를 지레 겁먹게 만드는 ‘초보자 게임의욕 50% 꺾고 들어가기’라는 D&D 게임 특유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NWN은 게임을 시작한 뒤에도 마치 어린아이가 걷는 과정을 가르치듯 카메라 시점 변환 방법에서부터 공격, 마법의 사용방법까지 게이머로 하여금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익힐 수 있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또한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연결되는 모든 인터페이스와 36가지 키의 조합으로 이용이 가능한 단축키 메뉴까지 게임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이면 진행에 훨씬 유리한 특징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일반 게이머들을 끌어당길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각종 효과에 있다. NWN은 발더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턴방식의 D&D 게임 형태를 실시간으로 바꿔 6초에 한번씩 공격 순서를 번갈아서 부여받는 라운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자동 전투방식은 짐짓 게이머에게 지루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데 NWN에서는 캐릭터의 동작자체를 굉장히 많은 종류로 분류시킴으로서 보는 즐거움을 한껏 배가시키고 있다. 가령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주인공의 경우 점프, 왼쪽 어깨돌리기, 오른쪽 어깨 들리기, 앉기, 허리 숙이기 등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칼로 적의 공격을 막을 땐 ‘챙!’하는 단발음이 경쾌하게 들려오며 적을 때릴 때에도 가죽옷, 플레이트 혹은 돌로 만들어진 골렘 등 갑옷의 재질과 맞는 부위(?)에 따라 효과음까지 달라지는 섬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 진행방식은?
NWN은 게임의 진행방법과 인터페이스의 구조를 알려주는 프롤로그를 제외, 각각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퀘스트를 완료한다는 가정 하에 플레이 시간은 이전에 공개된 바와 같이 약 60~80시간 정도가 된다. 퀘스트는 발더스게이트처럼 상당히 유기적으로 짜여져 있으며 정보를 수집할 때마다 저널에 정리된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 되어 대화내용을 잊었다해도 퀘스트 자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게임은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 재료를 찾아나선 주인공이 후일에 이에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알아내게 되고 결국 악의 근원을 찾아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반전과 심도 있게 짜여진 스토리는 역시 NWN 즐기는 가장 큰 백미로 꼽을만한 것이다.
일단 게임 진행 방식에 있어 발더스 게이트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고 하면 NWN은 개인 플레이 위주로 시나리오가 흘러나간다는 것이다. 동료는 단 한명만을 고용할 수 있으며(물론 소환물은 제외) 이것도 발더스 게이트처럼 끈끈한 유대관계가 아닌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이루어진 형태를 띄고 있어 마치 디아블로의 용병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듯한 딱딱함이 느껴지는 점이 흠이다. 물론 용병과도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퀘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긴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특유의 파티 시스템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갈등을 풀어나가는 쏠쏠한 재미가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오로라 툴셋과 던전마스터 모드
사실 툴셋의 효용가치라는 것은 일반 게이머들에게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퀘스트 생성을 위해 필요한 스크립트 작성 자체가 거의 언어를 배우는 수준과 맞먹기 때문에 단순히 몬스터가 나열된 미로 생성이나 간단한 PvP용 지도 외에는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네버윈터 나이츠의 메인 시나리오 역시 100% 오로라 툴셋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로 하여금 롤플레잉 게임의 개발의욕을 북돋워주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훌륭한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공로가 인정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툴셋의 이야기는 제쳐두고 NWN 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던전마스터 모드(DM Mode)를 살펴보자. TRPG에서 던전마스터라 함은 게임 전체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참여한 게이머들을 리드하는 일종의 딜러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DM은 컴퓨터였던 셈이며 게이머는 제작사가 미리 설정해둔 시나리오에 따라 게임을 진행했기에 그 생명력은 좀처럼 짧아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NWN에 시도된 게임방식이 바로 TRPG의 특징을 컴퓨터에 그대로 옮긴 던전마스터 모드이다. 여기서 던전마스터를 맡는 사람은 전지전능한 마스터가 되어 게이머들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어내고 또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에서 거의 시도된 바가 없는 거의 획기적인 멀티플레이 모드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네버윈터나이츠에 구성된 세계에 한계가 있는만큼 TRPG 특유의 상상력을 총동원 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TRPG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게이머라면, 그리고 이렇게 생소한 방식의 게임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게이머라면 던전마스터모드는 상당히 매력적인 NWN만의 특징이 될 수 있는 요소로 부각된다.
롤플레잉 게임의 세대교체가 일어난다
오랜 기간을 두고 완성된 게임이지만 최종버전에서도 몇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는 점이 거슬린다. 용병을 비롯, 드루이드나 소서러의 소환물 등이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해 미로 사이에 끼여 길을 헤맬 때가 많다는 점, 그리고 각 지역을 넘나들 때마다 로딩이 수차례 반복된다는 점, 그리고 생각 외로 미진한 한글화 완성도 등은 게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옥의 티가 되고 있다.
어쨌든 NWN은 이러한 사소한 단점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만큼 커다란 매력이 존재하는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다. 길고 길었던 롤플레잉의 빙하기를 깨뜨린 발더스 게이트처럼 정통성과 액션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손에 들고 나타난 NWN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할 혁신적인 게임으로 꼽히게 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름방학이다. 그리고 월드컵도 끝났다. 게다가 3대가 우려먹을 게임으로 불리는 NWN이 출시됐다. 대작의 유혹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겠는가? 길고 긴 여름 방학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이머 여러분이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필자는 아마 DM 서버를 열고 게임마스터가 되어 네버윈터나이츠의 세계를 하염없이 떠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임메카 윤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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