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500원짜리 동전하나면 군것질부터 시작해 오락까지 사먹거나 즐길 수 있었던 우리의 어린시절을 되돌이켜 보면 코흘리게 친구들과 하던 놀이 중에 떠오르는 몇 가지 게임이 있다. 고무줄 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등 이 외에도 해가 산기슭 너머로 너웃너웃 넘어갈 때까지 우리들의 얇은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놀이는 많았다. 그 중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소꿉놀이며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을 가리켜 소꿉친구라 한다.
파이날 판타지에 등장하는 티파나 클라우드, 최종병기 그녀의 주인공 슈우지와 치세가 그런 경우라 하겠다. 비교적 이성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춘기가 다가와도 아직 어린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남녀간의 연애나 애정을 소재로 한 게임이나 만화에서는 종종 소꿉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메모리즈 오프는 이런 소꿉친구들간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아픔을 회상과 만남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러브 스토리와 멀티 시나리오
메모리즈 오프의 스토리는 게이머가 선택하는 대화에 따라 다양한 인물과의 만남을 가지게되는 멀티 시나리오 및 엔딩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소꿉친구와의 아픈 과거에거 오는 아픔을 주위 친구들의 격려와 눈물, 그리고 정성어린 사랑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이야기로 일축해 볼 수 있다. 한 명의 소년과 2명의 소녀, 어렸을 적부터 같이 울고 웃고 언제나 함께였던 그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항상 서로에게서 발견해 왔기에 두명의 소녀 중 한 소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남은 소녀와 소년은 정지된 시간속에 남게 된다. 이 정지된 시간속에서 소년은 남은 소녀와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옛 추억을 하나하나 되살려 나가게 된다. 그러나 떠오르는 건 죽은 소꿉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 뿐, 더구나 그렇게 좋아했기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늘 소년을 괴롭힌다. 이를 보고 있던 남은 한 소녀, 그녀 역시 그를 좋아했기에 죽은 소녀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소년을 보며 애써 웃음 지으며 위로하려 한다. 처음엔 그런 소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옛 기억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소년도 결국 소녀의 정성을 깨닫고 새로운 나날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
그러나 항상 이런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성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전학오자마자 반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여학생들도 다수 등장한다. 즉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꿉친구와의 교제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텍스트 선택 방식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다른 육성 또는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이 메모리즈 오프에서도 게이머는 멋진 비주얼의 한 장면을 잘라낸 듯한 스틸 이미지를 게임내내 봐가며 상대방(소년, 소녀)이 이야기하는 대화에 응답해야 한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다가도 상대의 질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이 최대 3개까지 등장해 이 대답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와 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한 명의 소년과 6명의 소녀들이 등장하며 각각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막중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성격, 그리고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소녀는 몸이 아파 양호실에 왔다가 또는 전학와서 주인공의 옆자리에 앉는 등과 같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며 교제를 시작한다. 또한 교제를 하다가도 약속을 어기거나 다른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면 바로 정권교체 아니 애인교체가 발생한다. 즉 스토리는 게이머 하기 나름이다.
수준 높은 한글화 그리고 게이머를 배려한 시스템
메모리즈 오프와 같은 연애시뮬레이션의 경우 일본어로 된 텍스트와 음성으로 만들어진 일반적인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처럼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메니아적인 성향이 강한데 이번 앰드림에서 한글화 작업을 마쳐 국내 정식 출시한 것을 볼 때 매우 바람직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여기 저기서 우리의 정서에 맞게 일부 수정되거나 말뜻은 살리면서 어휘는 바꾼 부분이 여기저기 보인다. 예를 들어 놀이기구를 ‘자이로 드롭’으로 ‘갈꺼야’를 ‘갈꺼당!’과 같이 사춘기 소녀들 특유의 쾌활한 말투를 살린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주고 텍스트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또한 놓쳐버린 중요 대화장면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대화 회상 시스템과 중요한 대화 선택시 캐릭터의 표정으로 힌트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게이머로 하여금 취사선택시 마음의 부담을 덜어줘 무척 다행이었다.
이런 점이 안타깝다
보통 전략시뮬레이션이나 시뮬레이션롤플레잉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적인 시뮬레이션 즉 연애시뮬레이션이나 육성시뮬레이션의 경우 게이머는 화면에 등장하는 3인칭 캐릭터를 보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지화면을 배경으로 메뉴가 등장, 이를 선택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이런 장르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의 경우 변화없는 화면에 쉽게 지루해지기 쉽다. 때문에 이런 정지화면에서 최대한 게임의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아름다운 비주얼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추가하는게 일반적인 통례로 이루어져 왔다. 과거에야 기술력과 하드웨어 능력의 부재로 불가능했다치더라도 지금과 같이 오락실 기판을 상회하는 수준의 능력으로도 캐릭터의 모션이 여전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스토리,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이어지는 잔잔한 감동은 이러한 비주얼적인 약점을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
연애 시뮬레이션을 한 번 접해보고자 하는 게이머나 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해볼 만한 작품이다.
<글 / 이혁준>
500원짜리 동전하나면 군것질부터 시작해 오락까지 사먹거나 즐길 수 있었던 우리의 어린시절을 되돌이켜 보면 코흘리게 친구들과 하던 놀이 중에 떠오르는 몇 가지 게임이 있다. 고무줄 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등 이 외에도 해가 산기슭 너머로 너웃너웃 넘어갈 때까지 우리들의 얇은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놀이는 많았다. 그 중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소꿉놀이며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을 가리켜 소꿉친구라 한다.
파이날 판타지에 등장하는 티파나 클라우드, 최종병기 그녀의 주인공 슈우지와 치세가 그런 경우라 하겠다. 비교적 이성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춘기가 다가와도 아직 어린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남녀간의 연애나 애정을 소재로 한 게임이나 만화에서는 종종 소꿉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메모리즈 오프는 이런 소꿉친구들간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아픔을 회상과 만남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러브 스토리와 멀티 시나리오
메모리즈 오프의 스토리는 게이머가 선택하는 대화에 따라 다양한 인물과의 만남을 가지게되는 멀티 시나리오 및 엔딩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소꿉친구와의 아픈 과거에거 오는 아픔을 주위 친구들의 격려와 눈물, 그리고 정성어린 사랑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이야기로 일축해 볼 수 있다. 한 명의 소년과 2명의 소녀, 어렸을 적부터 같이 울고 웃고 언제나 함께였던 그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항상 서로에게서 발견해 왔기에 두명의 소녀 중 한 소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남은 소녀와 소년은 정지된 시간속에 남게 된다. 이 정지된 시간속에서 소년은 남은 소녀와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옛 추억을 하나하나 되살려 나가게 된다. 그러나 떠오르는 건 죽은 소꿉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 뿐, 더구나 그렇게 좋아했기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늘 소년을 괴롭힌다. 이를 보고 있던 남은 한 소녀, 그녀 역시 그를 좋아했기에 죽은 소녀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소년을 보며 애써 웃음 지으며 위로하려 한다. 처음엔 그런 소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옛 기억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소년도 결국 소녀의 정성을 깨닫고 새로운 나날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
그러나 항상 이런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성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전학오자마자 반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여학생들도 다수 등장한다. 즉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꿉친구와의 교제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텍스트 선택 방식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다른 육성 또는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이 메모리즈 오프에서도 게이머는 멋진 비주얼의 한 장면을 잘라낸 듯한 스틸 이미지를 게임내내 봐가며 상대방(소년, 소녀)이 이야기하는 대화에 응답해야 한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다가도 상대의 질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이 최대 3개까지 등장해 이 대답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와 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한 명의 소년과 6명의 소녀들이 등장하며 각각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막중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성격, 그리고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소녀는 몸이 아파 양호실에 왔다가 또는 전학와서 주인공의 옆자리에 앉는 등과 같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며 교제를 시작한다. 또한 교제를 하다가도 약속을 어기거나 다른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면 바로 정권교체 아니 애인교체가 발생한다. 즉 스토리는 게이머 하기 나름이다.
수준 높은 한글화 그리고 게이머를 배려한 시스템
메모리즈 오프와 같은 연애시뮬레이션의 경우 일본어로 된 텍스트와 음성으로 만들어진 일반적인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처럼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메니아적인 성향이 강한데 이번 앰드림에서 한글화 작업을 마쳐 국내 정식 출시한 것을 볼 때 매우 바람직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여기 저기서 우리의 정서에 맞게 일부 수정되거나 말뜻은 살리면서 어휘는 바꾼 부분이 여기저기 보인다. 예를 들어 놀이기구를 ‘자이로 드롭’으로 ‘갈꺼야’를 ‘갈꺼당!’과 같이 사춘기 소녀들 특유의 쾌활한 말투를 살린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주고 텍스트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또한 놓쳐버린 중요 대화장면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대화 회상 시스템과 중요한 대화 선택시 캐릭터의 표정으로 힌트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게이머로 하여금 취사선택시 마음의 부담을 덜어줘 무척 다행이었다.
이런 점이 안타깝다
보통 전략시뮬레이션이나 시뮬레이션롤플레잉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적인 시뮬레이션 즉 연애시뮬레이션이나 육성시뮬레이션의 경우 게이머는 화면에 등장하는 3인칭 캐릭터를 보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지화면을 배경으로 메뉴가 등장, 이를 선택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이런 장르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의 경우 변화없는 화면에 쉽게 지루해지기 쉽다. 때문에 이런 정지화면에서 최대한 게임의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아름다운 비주얼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추가하는게 일반적인 통례로 이루어져 왔다. 과거에야 기술력과 하드웨어 능력의 부재로 불가능했다치더라도 지금과 같이 오락실 기판을 상회하는 수준의 능력으로도 캐릭터의 모션이 여전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스토리,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이어지는 잔잔한 감동은 이러한 비주얼적인 약점을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
연애 시뮬레이션을 한 번 접해보고자 하는 게이머나 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해볼 만한 작품이다.
<글 / 이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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