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는 드라이빙
매년
그랬듯이 많은 레이싱 매니아들이 강조하는 스핀턴, 드리프팅, 터보 타이밍 등은
나스카 레이싱 2003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는 포스피드백없이 키보드로 컨트롤
하려면 오직 숫자 패드만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사이드 브레이킹
턴? 다 꿈이다. 나스카에서는 사이드 브레이크 자체가 없다.
필자는 보통 레이싱 게임을 할 때 1인칭 시점을 이용해 좀 더 현실감을 가져보려고 노력하지만 나스카 시리즈는 예외다. 투박한 3D그래픽으로 그려진 스톡카의 내부모습은 최근에 출시된 것들과 비교하면 어색함이 없지 않다. 그나마 3인칭 시점에서 플레이하면 타이어의 스키드 마크까지 표현하는 정교한 트랙 묘사와 실제를 방불케 하는 날씨묘사가 위안을 주니까 말이다.
옵션 메뉴에서 오토매틱이 아닌 매뉴얼조작을 선택하면 스톡카는 스틱으로 수동조작하게 설정된다. 핏 스톱에서 1단 쉬프팅을 한 후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하면 화면 좌측에 부착된 다코미터 게이지가 상승하며 스톡카가 출발을 한다. 5.1채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면 1단에서 스톡카가 내지르는 굉음을 잠시 감상할 것을 권하고 싶을만큼 사운드 묘사는 뛰어나다. 하지만 기어 쉬프팅에 걸리는 시간은 약 0.5초 정도로 실제와 비교해 무척 느리고 2단부터 4단까지는 조용하다고 느낄만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물론 기어 쉬프팅에 오토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 수동 클러치를 사용하면 쉬프팅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겠지만 키보드 숫자판을 통해 모든 조작을 다 해야하는 키보드 유저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볼품은 없지만 기본은 한다
나스카에서는
자기 운전 스타일에 맞게 차량을 점검하는 기능이 있다. 기본세팅에 아무런 조절을
하지 않고 레이스할 트랙을 미리 몇 바퀴 돌아보니 거의 손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본 세팅이 훌륭하다. 좌측으로 약간 기울어진 트랙에 맞게 스티어링휠 밸런스도
이미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바디와 윙도 좌측이 더 낮게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드라이버의 드라이빙 스타일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다시 세팅하는
것이 빨리 초보수준을 벗어나는 길이다. 나스카 레이싱 2003 시즌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편한 조작감 대신 정교한 세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차고(Garage)'
기능이 너르 레이싱 게임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 직선의 경우 추월 차량의 좌측을 공격하지만 커브에서는 과감히
우측 바깥쪽을 공격한다.
커브에서 바깥쪽을 공격할 경우 세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자동차는 트랙과의 마찰을 버티지 못하고 펜스에 부딪히거나 중심을 잃고 회전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은 차고에서 타이어 공기압과 서스펜션, 그리고 날개의 높이를 조절함으로써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바퀴 한바퀴 돌 때마다 차고에 들러 조금씩 조절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신만의 스톡카를 소유하게 된다. [Shift + R]키는 실제 레이싱이 아닐 경우 언제든지 차고로 불러들이므로 수시로 눌러 자신의 드라이빙 스타일에 맞는 세팅을 하게 도와준다.
레이싱 시뮬레이션은 뛰어나다
필자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부류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본다. 실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을 즐기기 위한 부류와 그 분야를 좀 더 자세히 배우기 위해 플레이하는
부류가 대표적이다. 나스카 레이싱은 이 부류 중 후자를 위해 다듬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타 레이싱 게임처럼 멋진 드래프팅을 위해 4단에서
1단으로 바로 다운 쉬프팅하면 멋진 드래프팅 대신 엔진이 터져버리는 결과만 낳게
된까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비행 시뮬레이션 동호회에서 모 회사의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747 점보기를 몰고 13시간동안 미국까지 가는 모임을 가졌다고 들었다. 아무 액션도 없이 단순히 LA 공항까지 가는 도전에 성공한 후 그 성취감에 들떠 있는 모습은 진정한 매니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나스카 레이싱 2003 시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자신이 완주한 기나긴 2,500마일 트랙을 반복 검색하고 또 잘못된 점을 수정해 나가면서 언젠가는 체크 플래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때의 짜릿한 성취감을 나스카 레이싱 2003 시즌은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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