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 빠져든 이니셜 D의 팬들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아는가? 실제 존재하는 도로를 배경으로 삼았기에 일본의 젊은이들은 실제 장소에서 원작처럼 주행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이를 우려했기 때문인가? 세가에서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업소용 이니셜 D를 통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를 보다 손쉽게 즐기게 하기 위해 PS2 버전으로 또다시 게이머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실제 이로하자카 고개의 헤어핀 |
▶원작의 이로하자카 고개의 헤어핀 |
만화를 원작으로 나온 게임들은 상당수 있었으나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만든 작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유를 들자면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오히려 하락시켜버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니셜 D는 오히려 원작의 정적인 느낌을 동적인 느낌으로 재 각인시키면서 게임으로서 이니셜 D의 이름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은 곳곳에서 눈에 띄지만 말이다.
이니셜 D PS2 버전의 이점이 마음에 안든다!
처음부터
게임의 단점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좀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어차피 언급해야
할 내용.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단점부터 주르륵 나열해보자. 일단 이니셜 D는
업소용으로 나온 버전이 따로 있으며 결국 PS2버전은 어쩔 수 없이 다운그레이드
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앞서게 된다. 물론 PS2 버전만의 새로운 요소가 도입되었으나
과연 업소용에서의 만족감을 느꼈던 게이머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지는 의문형
부호가 먼저 떠오른다. 왠지 세가답다는 느낌이 앞서지만 게이머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그 상술에서부터 이니셜 D는 약간 마이너스 점수를 안고 가야할 것이다. 지금부터
말하는 이니셜 D는 업소용이 아닌 PS2 버전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이제부터 게임으로 이니셜 D를 말해보자 |
사운드의 중요성을 아는가 세가!
먼저
이니셜 D는 레이싱 게임으로서 음향효과 즉 사운드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발매 예정이었던 출시 시간을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라는 이유로 6월 발매를 했음에도 사운드부분에서는 전혀 신경을 안쓴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업소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가? |
▶사운드의 밸런싱은 적절하다 |
아니 신경을 안썼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적절한 사운드 밸런스가 맘에 걸린다. 드리프트시 찢어지는 듯한 타이어의 굉음과 레드존에 다가가는 엔진의 구동음, 애니메이션에 포함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BGM은 아케이드 버전에도 없는 추가곡의 삽입으로 사운드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쓴 듯 보인다. 심지어 원작에서 등장인물이 배틀을 하면서 중얼거리는 한마디 한마디마저 요소요소에 배치해 그 감동을 더해주지만 여기까지가 세가의 팬서비스를 위장한 기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일단 레이싱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에서조차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옵션인 사운드 조절이 아예 없다. 즉 효과음, 배경음의 볼륨 조절 자체를 게이머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BGM의 수는 늘었으나 오히려 그 풍부함 음량자체는 아케이드 버전에 비해 완전히 죽어버렸다. 설마 위에서 말한 사운드 밸런스, 즉 BGM과 효과음의 적절한 안배를 위해 음량을 줄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것은 옵션에 사운드 조절만 있으면 쉽게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는 끄거나 켜거나 뿐 |
▶설마 사운드 트랙을 위한 것? |
또한 이니셜 D는 PS2 게임 사상 유일하게 5.1 광채널을 지원하지 않는다. 부디 발매된 사운드 트랙을 위한 안배라고 말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싱을 본다면 1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기타 여러 부분에서 까먹은 점수... 아니 업소용을 즐겨본 본인에게는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질적 하락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불타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로딩
이니셜
D를 플레이하다보면 뒤따라오는 상대방을 끝까지 앞서나가는 긴장감과 순간의 실수로
아쉽게 지고마는 일이 쉴새없이 벌어진다. 그때마다 열받기는 커녕 오히려 보다 빠르게
고갯길을 공략해야 겠다는 도전정신만 활활 타오른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부어버리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오는 로딩시간이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로딩하는데
약 15초의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똑같은 스테이지 그것도 한번 공략에 실패해 재도전을
하는 스테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로딩을 한다는 것이다. 설마 뜨거운 마음을 잠시
식히라는 뜻에서 로딩시간을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똑같은 코스, 똑같은 상대, 똑같은
튜닝, 심지어 BGM마저 모든 것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왜 로딩을 해야 하는가? 설마
원작가의 컬러 일러스트를 긴 로딩 시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개발자의 세심한 배려는
아닐 것이다. 분명히 로딩시 보여주는 일러스트는 팬서비스의 일환이다. 하지만 게이머는
그런 것보다 로딩시간의 길고 짧음을 팬서비스로 생각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다른 의미로 불타오르는 장면 |
▶15초의 악몽인가 서비스 인가 |
패드냐 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실 모든
레이싱 게임이 휠로 조작을 해야 제 맛이겠지만 이니셜 D는 이 두가지의 게임조작성에
장점과 단점을 반반씩 섞어놓았다. 먼저 패드로 조작할 경우 휠보다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 코너 공략을 보다 쉽게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레이싱게임의 조작감은 휠로
할 때보다 현저히 떨어짐은 감수해야 한다. 또한 패드로 조작은 한다고 해도 십자키와
아날로그 스틱의 조작감이 너무나 판이하다. 생각해 보면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작할
때는 십자키보다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 휠과 비슷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직선도로가 아닌 커브길에서는 십자키가 더욱 세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순이 아닐까 한다. 이런 모순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 컨트롤 최적화 옵션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감도조절 옵션이라도
넣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패드의 정밀감 |
▶아날로그 스틱의 코너 공략은 무리? |
그러면 휠로 게임을 즐기면 더 재밌을까? 직접 플레이해본 경험으로는 패드조작보다는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여가는 것은 불만뿐이다. 이미 아케이드 버전으로 느꼈던 손맛을 PS2에서 휠로 조작한다고해서 그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PS2의 휠과 업소용의 휠의 조작감은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휠을 개조하는 게이머도 있지만 그런다 하더라고 업소용의 그 느낌을 100% 충족하기에는 무리다. 조작감에 대한 결론을 말한다면 업소용에서 느꼈던 스티어링의 호쾌한 느낌을 PS2에서는 패드나 휠이나 어쩔 수 없는 엑셀워크로 메꿔야 하기 때문에 업소용에 대한 재미를 기대하고 있다면 그 노선을 좀 변경해야 할 것이다.
왜 사라졌는가 2인 대전모드~
가도배틀,
그란투리스모, 릿지레이서. 이 세가지 게임은 레이싱게임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들과 이니셜 D를 비교해본다면 아주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조작감, 그래픽, 사운드 문제가 아닌 2인 대전모드의 유무이다. 즉 이니셜
D에는 대전모드가 사라져 있다. 다른 게임들이 인공지능과의 테크닉 승부였다면 이니셜
D는 인공지능보다는 상대방과의 배틀이 더욱 중요한 요소인데 어이없이 빠져있다.
이니셜 D 원작 자체가 상대방과 1:1로 승부를 겨루는 박진감 넘치는 배틀이 주된 재미임에도 불구하고 PS2버전에서는 그 재미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업소용에서 친구들과 배틀을 주로 즐겼던 게이머라면 아주 실망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I링크를 통한 대전은 가능한가 생각하면 역시 불가능 하다. 즉 2인 동시 플레이는 꿈도 꾸지 말라는 소리. 한마디로 2인 대전은 게임센터 가서 돈을 주고 즐기라는 전형적인 세가의 상술. 제값을 치루고도 그 게임을 100% 즐기지 못하는 것은 게이머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배신감이다.
▶2인 배틀은 배틀이지만 |
▶인공지능과의 싸움이다 |
결국 PS2 버전의 이니셜 D는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 재미의 축을 이루는 것이 ‘공도최속전설’과 ‘스토리 모드’ 2가지다. 공도최속전설은 이미 마련된 31종의 차량(원작은 물론 실제 존재하는 차량이다)중 한개를 선택해 고개길마다 라이벌과의 승부를 겨루는 모드로 자신의 최고 기록 갱신과 상대방과의 배틀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승부에서 이기면 얻는 포인트로 차량을 하나씩 튜닝해 성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점점 어려운 코스와 라이벌을 공략해나가는 것이 바로 이니셜 D를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다. 즉 게이머가 원작에 등장한 인물들을 한명씩 만나 승리하면서 느끼는 대리만족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포인트.
▶31종의 차량 메이커 |
▶하나를 선택하고 |
▶튜닝을 한다 |
물론 업소용도 포인트를 얻어 차량을 개조하는데 쓰이기는 하지만 총 4단계로 다양한 튜닝이 마련되어 있고 이를 게이머의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는데 그나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원래 튜닝은 A는 원작, B는 코너링, C는 가속중시이지만 풀메인터넌스가 되면 별 차이는 없다. A<B<C의 순으로 핸들이 무거워진다는게 정설이지만 PS2버전에서 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PS2만의 즐거움, 스토리 모드
사실
PS2에 스토리 모드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과연 얼마나 잘 접목할 수 있을까?
설마 엄청난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원작과 얼마나 동일하게 재현할까
등 많은 걱정을 한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가볍게 뒤엎은 것이 바로
스토리 모드의 참신성이었다.
일단 단순하게 플레이 하게 될 것이라는 스토리 모드가 상당한 볼륨으로 다가왔다. 원작에서 보여준 종이컵의 물을 안흘리고 달리는 드라이빙, 검 테이프 데스매치, 동당일원들과의 승부, 심지어는 주인공인 타쿠미가 몰고 다니는 AE86의 엔진 블로우까지 다양하게 재현 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승리 조건이 ‘상대방보다 먼저 골을 통과하라’라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거리를 앞서나가면 원작과 동일한 연출을 보여주면서 원작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스토리 모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주었다.
▶원작의 한컷을 보여주고... |
▶다양한 원작 스토리를 재현했다 |
이런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스토리 모드는 원작에 등장한 코스에 따라서 달라지는 드라이빙 테크닉을 게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몇몇 코스는 코너링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고 그 외에서는 액셀조작, 심지어 기록이 가장 중요한 코너가 있을 만큼 자신의 모든 드라이빙 테크닉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스토리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는 ‘아키나의 86’, ‘아카기 레드선즈’, ‘프로젝트 D'로 3개의 큰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서 등장하는 차종도 각각 다르게 나뉘어져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차량의 드라이빙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즉 ’명필이 붓을 가리랴‘라는 속담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테크닉이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자. 바로 차량의 구동방식에 따라 조작방법이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륜구동(FF), 후륜구동(FR), 4륜구동(4WD) 등에 따라 드리프트의 여부, 코너링의 테크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의 그 방식을 게임에서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공도 최속전설이 게이머 자신으로 참가하는 배틀의 재미라면 스토리 모드는 원작의 주인공인 타쿠미가 되어 원작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이니셜 D를 즐기는 2번째 포인트다.
▶나를 따라잡을 수 있는가! |
▶앞서거니 뒤서거니 |
추가코스의 신선함, 짜릿한 승부... 그래서
즐겁다
PS2 버전에는 업소용에 없는 추가코스 5개가 등장한다.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겼으며 이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5개 더 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의
조작이 그란투리스모에 비교해 쉽게 코너링이 된다고 하지만 이니셜 D에서는 조작의
쉽고 어렵고가 아닌 얼마나 뒤를 쫓아오는 상대를 깨끗하게 고갯길의 코너를 공략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승부는 결코 쉽지 않다. 어느새 뒤쳐졌다고 생각한
상대방이 마지막 코너에서 자신을 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고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코스의추가와 사운드 트랙의 추가 |
게임을 하면서 골 지점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뭔가가 이니셜 D에는 녹아있다. 최근 등장하는 비슷한 레이싱 게임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보이는 그래픽, 업소용에 비해 180도 달라진 게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는 이니셜 D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만다. 그 이유는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우선으로 하는 게임성이 아닌 고갯길 배틀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각 자동차의 특징을 파악한 체계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거의 완벽하게 게임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며 스토리 전개도 원작 그대로의 느낌을 풍부하게 재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라인에 도착! |
▶하지만 대부분 이 두 화면을 더 많이 보게될 것이다 |
단지 하나의 레이싱게임으로 보자면 단점 투성이일 듯한 이니셜 D는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아니 이니셜 D의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특히 게이머가 자동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효과는 플러스 알파가 된다. 이런 게이머를 위해 존재하는 ‘이케타니 선배의 차소개 메뉴가 팬을 위한 또 하나의 만족감을 주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아마도 업소용 버전에 대한 느낌만으로 PS2 버전에 실망감을 안고 있는 게이머라면 이니셜 D의 팬으로 다가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지금부터 설명을 하겠다 |
▶실루에티라는 차는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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