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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에 전략성이 더해진 게임(카오스 레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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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내에 PS2용 ‘카오스 레기온’이 발매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이 갖는 정체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그 논란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PC용 ‘카오스 레기온’이 등장했다. 이번에 등장한 PC용 ‘카오스 레기온’은 과연 PS2용 ‘카오스 레기온’의 단순한 이식작인가 아니면 PS2용에서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충족시킨 컴플리트 버전인가. 영원히 실험작의 꼬리표를 달고 다닐 것인지, 아니면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평가될 것인지는 직접 플레이해보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카오스 레기온’이 표방하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판타지 오페라’라는 것이다. 본래 개발부장인 오노 요시 씨가 주장하는 ‘판타지 오페라’라는 것은 판타지적인 느낌을 극대화 시킨 장르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카오스 레기온’을 보면 판타지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켰다는 것은 온데간데없고 ‘판타지 오페라=클래식’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게임 디자인이나 음악들이 클래식 풍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게임을 해 봤다면 한번쯤은 ‘내용 정말 진부하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카오스 레기온’의 키워드는 바로 ‘사랑’, ‘배신’, ‘비극’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했을 당시의 센스로 게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카오스 레기온’은 그런 클래식에서 오는 느낌을 극대화 시켜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판타지 오페라’라는 말 보다는 ‘클래식 오페라’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전체적인 컨셉을 재 수정했더라면 시작과 끝이 깔끔하게 맞아들어 틀이 꽉 짜여진 완벽한 게임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바로 ‘카오스 레기온’이다

 

흔히 캡콤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인 ‘데빌 메이 크라이’와 비교되는 ‘카오스 레기온’은 눈으로 보여 지는 액션성이 강조된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액션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는 ‘데빌 메이 크라이’와 같이 게임 내내 시종일관 클리어에 집착한 버튼 누르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액션이란 장르에 사로잡히게 되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게임 시스템이 어찌되었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전쟁터에서 병사가 피아 식별에 따라 방아쇠를 당기듯이 그렇게 패드의 버튼을 연신 누르게 되기 때문이다. ‘카오스 레기온’은 이런 유저들에게 액션게임이 무조건 버튼만 눌러서 해결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레기온’은 게임을 박진감 넘치게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동시에 최근 액션게임에서 크게 강조되고 있는 전략성이란 부분을 만족시켜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레기온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게임을 이끌어가는 핵심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런 점을 인지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단순한 장르로 생각하는 액션게임에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해 혼선을 주는 것이 걱정이 되었는지 단순히 버튼만 누르면서 잘 피하기만 하면 최종보스까지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도록 레벨 디자인이 되어 레기온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게임의 본래 취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이 문제는 ‘카오스 레기온’이란 게임 자체의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게임을 모두 클리어 한 상태에서 필자는 ‘이 게임은 기존의 단순한 패턴으로 일관해 온 액션게임에 경각심을 던지는 하나의 보기 좋은 예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카오스 레기온’이라는 게임은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이다.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은 직접 즐기는 부분보다는 보고 즐기는 부분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과거에 비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강해졌다. 최근에 발매되는 캡콤 게임의 대부분이 컨트롤러로 직접 즐기는 게임이라기보다는 플레이어가 눈으로 보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카오스 레기온’도 그 범주를 넘어서기는 힘든 타이틀이라고 생각된다.

그래픽 분야의 발전은 기술발전의 산물일 뿐이지 결코 게임이 유저에게 주는 느낌의 주(主)가 될 수는 없다.

‘카오스 레기온’이 내세우는 것은 ‘Emotion Action’. 이것은 바로 플레이어가 컨트롤러로써 ‘카오스 레기온’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자가 배려한 것이다. 제작자가 말한 대로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사람은 조작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게임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그래픽과 음악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카오스 레기온’이며 그것이 바로 ‘Emotion Action’이다.

하지만, 과연 그 배려가 유저들의 취향에 맞았는가와 제작자가 그것을 제대로 표현했는가는 유저가 내리는 평가에 달려있다. 필자가 게임을 모두 마친 후에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본 결과 ‘카오스 레기온’은 새로운 액션 장르의 시작으로서는 꽤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보는 즐거움과 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이루어 내기에는 역부족인 타이틀이다. ‘카오스 레기온’은 보는 즐거움보다는 ‘하는 즐거움’을 내세우는 게임이다.

이번 PC용 카오스 레기온이 갖는 의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PS2용의 실험적인 부분을 개선해 그 단계를 뛰어 넘었는가 하는 것이다. 결과는 비디오 게임이 PC로 완벽히 이식되었다는 것과 다양한 오브젝트의 움직임을 무리 없이 부드럽게 처리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PS2용과 크게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이 외에 PC용 ‘카오스 레기온’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바로 얼마나 비디오 게임이 가지고 있던 느낌을 잘 표현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듀얼 쇼크로 느낄 수 있는 진동이라든가 조작계의 편리함을 모두 느낄 수는 없지만(PC게임이 비디오 게임으로 이식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조작계의 불편함과 비슷하다)

플레이어가 직접 또는 레기온을 소환해 적을 공격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임팩트는 PS2용 타이틀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짜릿했기 때문이다.

물론 TV와 컴퓨터 모니터의 해상도 차이에 의한 선명도가 차이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적을 공격했을 때의 타격감이라든가 캐릭터들의 무게감은 PC쪽이 더 우세했다.

PC용 컨트롤러에서 느낄 수 없는 진동의 느낌을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PC용 ‘카오스 레기온’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해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새로운 개념의 액션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정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게임이다. 그러나 ‘카오스 레기온’은 액션 장르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처음부터 이것저것 다 시도하려고 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액션 장르로써 꽤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후속작의 등장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등장한다면 액션게임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면 그만큼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서 ‘카오스 레기온’은 액션 게임의 획일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캡콤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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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액션
제작사
게임소개
‘카오스 레기온’을 보면 판타지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켰다는 것은 온데간데없고 ‘판타지 오페라=클래식’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게임 디자인이나 음악들이 클래식 풍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게임을 해 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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