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타임 크라이시스 3(이하 타임 3)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발매되었다. 이번 동시발매는 단순한 수입판매가 아닌 한글화를 거친 로컬라이징 작품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발매를 기념해 타임 크라이시스 3의 디렉터가 일본을 떠나 한국에서 발매 기념 행사를 하는 등 한층 높아진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의 위상을 실감케했다.
버추어 캅 시리즈와 함께 건슈팅 게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타임 크라이시스 3의 PS2판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번 살펴보자.
무기
선택 시스템의 채용으로 전략성 UP!
타임 3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 선택(웨폰 셀렉트) 시스템의 채용으로 건슈팅 게임의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의 타임 시리즈 아니 건슈팅 게임에서는 다양한 무기가 등장해왔다. 기본은 재장전이 필요한 핸드건이었고, 특정한 적을 쓰러뜨리거나 오브젝트를 파괴했을 때에야 비로소 다른 무기가 등장했다. 이렇게 해서 입수한 무기는 핸드건을 대체해 플레이어의 무기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입수한 무기를 플레이어가 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강제로 사용하게 되었기에 무기를 얻은 특정 장소에서만 잠깐 유용할 뿐, 무기를 다 쓰고 나면 다시 핸드건으로 스토리를 진행해야했다. 다른 무기의 개념이 아닌 잠깐 쓰고 버리는 아이템의 의미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임 3에서는 변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굳이 머신건이나 샷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는 핸드건으로 진행하고, 꼭 필요한 장소에서 무기를 바꿀 수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한 시스템. 이 당연한 시스템으로 인해 타임 3는 나오는 적을 무조건 쏘고 보는 단순한 건슈팅 게임에서 탈피해 그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재빨리 판단, 사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이 되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한다는 ‘회피’의 개념을 도입한 타임 크라이시스 시리즈. 여기에 무기 선택 시스템이 더해져 타임 크라이시스 3는 적의 공격을 적절하게 피하면서 무기를 바꾸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건슈팅 게임이 되었다. 이후에 등장할 작품은 또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등장하는 무기는 총 4가지(저격 모드 제외). 언제 어느 무기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
▲ 보트나 탱크, 포탑처럼 내구도가 높은 적은 그리네이드 런처로 공격하는 것이 최상의 전법 |
앨리시아 모드의 도입,
그 무한한 즐거움
타임 3가 PS2판으로 이식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앨리시아 모드의 도입이다. 아케이드판에서는 스토리와 관련된 서브 캐릭터로
등장해 주인공들을 도와주었던 앨리시아. 팬들의 많은 사랑 덕분에 PS2판에서는 당당히
제 3의 주인공이 되었다. 앨리시아 모드의 특징을 살펴보자.
재핑 시스템에 의한 타임 크라이시스 3의 Another Story
PS2판
타임 3에는 아케이드판을 그대로 이식한 아케이드 모드가 있다. 아케이드 모드는
주인공 앨런과 웨즐리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이 어떻게 아스티고스 섬에 잠입해 임무를
완수해가는지를 그리고 있다.
반면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의 주인공 앨런과 웨즐리가 아스티고스 섬에서 활동하는 중에 만나게 되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인 앨리시아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앨런과 웨즐리를 만나게 되었는지, 앨런과 웨즐리가 적진에 잠입하여 한창 적들과 싸우고 있을 때 앨리시아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앨리시아 모드는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아케이드 모드 후반에 조르지오 장군을 추격하던 앨런과 웨즐리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앨리시아가 레지스탕스와 함께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는데, 앨리시아 모드에서는 앨리시아가 붙잡혔던 동료들을 구하는 장면과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두 명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사건들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묘사한 ‘바이오 해저드 2’, 두 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표현한 ‘이브 버스트 에러’ 시리즈 등에서 사용된 재핑 시스템이 타임 크라이시스 3에서도 사용되어 극적 완성감을 고취시킨다.
타임 3의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 이상의 볼륨감을 자랑한다. 마치 게임을 하나 더 공짜로 얻은 듯한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필자는 그 볼륨감보다 외전을 다루면서도 타임 3와 완벽히 하나로 융합되어 작품 자체의 질을 상승시킨다는 점에서 앨리시아 모드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 앨런과 웨즐리가 마리노 해변에 8시 경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얻은 앨리시아 |
▲ 앨리시아는 접선을 위해 마리노 해변으로 향하는 중 사고가 발생했음을 깨닫는다 |
저격,
잠입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미션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와 달리 플레이어의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민간인들이 앨리시아 모드에서는 등장한다. 민간인을 쏘면 라이프가 하나 줄어들기 때문에 혹여 혼동해서 쏘는 일이 없도록 성급한 사격은 삼가야하며, 정확한 조준과 적의 공격을 재빨리 파악해 피하는 순발력이 요구된다.
또한 앨리시아 미션 중에는 몇 번인가 저격 미션이 포함되어 있다. 저격 미션에서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이용해 적을 저격하게 되는데 조작법이 보통 때와 다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멀리서 적들이 어렴풋하게 움직이는 위치를 빨리 포착, 줌을 당겨 신속히 저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숙지해야 미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저격 모드가 아닌 통상 모드일 경우 앨리시아는 아케이드 모드와 마찬가지로 4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아케이드 모드와는 달리 무기에 레벨 개념이 있어 해당 무기로 적을 명중시켰을 경우 경험치가 조금씩 쌓이는 시스템을 채용했다. 이렇게 해서 레벨업된 무기는 최대 장전수가 늘어나고 연사력이 좋아진다. 균형있게 각 무기를 성장시켜가며 성장시키는 와중에 소모된 탄환을 적 보급명을 통해 얻어야 하므로 이것 역시 전략적인 플레이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에서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 본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 스나이퍼 라이플을 든 앨리시아의 멋진 모습 |
▲ 코나미가 사일런트 스코프 전용 컨트롤러를 만들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건콘 2에 대응되게 이런 형식으로 게임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저격 모드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
▲ 처음에는 레벨 1이었던 머신건으로 적들을 많이 명중시키면 |
▲ 이렇게 레벨 2로 업그레이드된다. 연사력과 장탄수가 UP! |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긴장감과 정신집중의 극대화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앨리시아 모드를 진행하다가 라이프가 떨어져 컨티뉴를 하게 될 경우 스테이지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점이다.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라이프가 다 떨어져도 그 자리에서 컨티뉴를 할 수 있었지만, 앨리시아 모드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스테이지 거의 마지막까지 진행했는데 라이프가 하나밖에 없는 상황! 이러면 정말 가슴 떨리게 긴장된다. 플레이어는 더욱 집중해서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란 시스템은 비록 플레이어를 조금 짜증나게 하겠지만 이로 인해 생겨나는 긴장감과 집중감은 게임 플레이어 있어 분명히 재미가 되는 부분이다.
▲ 죽으면 끝이다.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좌절을 맛보기 싫다면 실력을 갈고 닦자 |
▲ 스테이지가 끝나면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이 긴장감이 좋다! |
역시 남코! 본편보다
더 오래 즐기는 크라이시스 모드
남코는 이식을 잘 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회사다. 특히 아케이드로 발매되었던 게임을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할
때 그 이식 퀄리티는 많은 게이머가 첫 손가락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타임 3 또한 남코의 그런 전통을 살려 다양한 추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했던 앨리시아 모드의 추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앨리시아 모드는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러 재미를 포함하고 있는 데다 볼륨 또한 아케이드 모드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명작 건슈팅 게임을 2개 구입한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앨리시아 모드를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크라이시스 모드는 라이프가 하나인 상황에서 여러 가지 주어진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모드로 조금만 실수하면 게임오버된다는 극한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짜릿하다.
크라이시스 모드는 뒤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 난이도가 플레이어에게 절망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도전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정신없이 크라이시스 모드에 빠져든다. 본편과는 색다른 재미, 그리고 풍부한 볼륨감. 타임 3는 남코의 명작 이식작 반열에 오른 또 하나의 작품이다.
▲ ?전형적인 패턴 암기를 요구하는 크라이시스 미션. 적들이 언제 어느 위치에서 나오는지 통째로 외우자 |
▲ 필자가 가장 고생했던 미션. 장장 3시간 동안 도전한 끝에 성공했다 |
2인 플레이는
비추천!
타임 3의 가장 큰 단점은 2인 플레이가 힘들다는 것이다.
2명이 함께 플레이할 때에는 화면 크기가 1인 플레이 때의 1/4로 줄어들기 때문에(화면의
상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적들의 위치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명중 판정이 작아지고
1인 플레이 시의 박력감 넘치는 연출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게임센터에서 친구와
함께 2P 플레이했을 때의 재미를 PS2용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이다.
PS2 2대, TV 2대, 게임 소프트웨어 2개, IEEE1394 케이블이 1개 있다면 PS2의 IEEE1394 포트를 통해 게임센터에서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집에 이 기구들이 다 갖춰졌을리도 없고 행여 친구 집으로 이것들을 갖고 놀러갈 수도 없으니 그림의 떡인 셈. 게다가 11월 20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형 PS2(SCPH-50005/N)에는 아예 IEEE1394 포트가 없으므로 이것도 불가능하다. 비록 게임센터와 집이라는 환경상의 차이가 있지만 제대로 된 2인 협동 플레이가 타임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장점임을 고려하면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 이런 화면에서 실감나는 협동 플레이가 가능할까? |
▲ 참고로 아군을 맞추면 1,000점이 감점된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타임 3만 같아라
이상으로 타임 3의 장점과
단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대충 짐작했겠지만, 타임 3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게임이다. 원작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고, PS2용으로 이식되면서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한글화되어 일본과 동시발매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타임 3는 더욱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자, 지갑이 근질거리지 않는가? 애써 참지 말고
가까운 게임샵으로 가자. 그리고 말하는 거다. “타임 크라이시스 3 하나 주세요”라고.
물론 정식발매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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