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일스튜디오의 추억
발더스게이트나 폴아웃을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블랙아일스튜디오라는 이름만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라이온하트: 십자군의 유산(이하 라이온하트)을 시작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블랙아일스튜디오를 멋진 액션시스템과 잘 짜여진 스토리의 명작을 내놓은 회사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게임을 잊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중세시대의 인물들을 만나보자
라이온하트는 12세기에 실제 있었던 3차 십자군 원정이 실패하여 르네상스 대신 영혼과 마법이 풀려나왔다는 가정 하에 중세시대의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변형시켜 만든 역사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게이머는 각기 다른 8명의 영웅으로 플레이를 하거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생성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또한 라이온 하트에는 인간세상임에도 그 특징이 변형된 3개의 종족이 등장한다. 악마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데모킨(Demokin), 야수의 마법과 야수의 정령에 영향을 받아 근접공격에 적합한 페랄킨(Feralkin), 마지막으로 마법에 영향을 받아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실반트(Sylvant)가 등장한다. 그리고 종족은 자신만의 특징을 결정짓는 트레이트(Trait)라는 것을 고른다. 트레이는 장단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재능있는(Gifted)’ 이라는 트레이트를 선택하면 모든 능력치가 +1이 되는 대신 레벨업마다 얻는 스킬 포인트가 적어진다. 또한 종족고유의 트레이트는 캐릭터창조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트레이트의 선택 후 자신의 주력스킬 3가지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태그스킬(Tag Skill)’ 이라고 한다. 이후 3가지의 정령을 자신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게 되며 각각의 정령은 주력으로 하는 마법이 서로 다르며 이것은 자신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냐?
게임을 시작하면 초반에는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며 스토리에 따라 퀘스트를 받아 해결하고, 여행하며 게이머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퀘스트의 아기자기한 맛은 사라지고 결국엔 몬스터만 죽이고 아이템만 모으는 핵 앤 슬래쉬 게임이 되버린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액션을 중시하든가 아니면 스토리의 연관성을 타고 가는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환상적인 인터페이스. 좋은 뜻으로 환상적이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아니라 환상적으로 불편하다. 비디오의 해상도가 고정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화면의 삼분의 일이나 차지하는 인터페이스는 아주 세밀한 내용까지 게이머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나 한번 활용하면 이용하지 않을듯한 부분까지도 전부 메인화면에 띄어놓아 흡사 게임화면 반, 인터페이스 반의 과거 시뮬레이션 게임 인터페이스를 보는 듯하다. 굳이 이렇게 많이 띄어 놓지 않더라도 단축키를 이용해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한글화의 아쉬움
블랙아일스튜디오의 과거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훌륭한 스토리와 냉소적이면서 코믹한 대화가 특징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게이머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 물론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몇몇 게이머에게는 상관이 없겠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영문학 수준의 영어가 난무하는 탓에 단순한 플레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저 그런 게임
폴아웃이나 발더스게이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게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 탓이었을까. 블랙아일의 네임밸류에 못 미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굳어졌다.
중세시대를 멋지게 표현한 그래픽이나 태그 스킬, 정령선택시스템 등은 좋은 시도였으며 이번에 보여준 부족한 점들은 다음 작품에서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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