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물건인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이 게임의
원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이 게임은 캐릭터 게임이라
원작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 ‘일격살충 호이호이상(이하 호이호이상)’은 일본에서 출간되고 있는 월간 만화잡지 ‘덴게키 다이오(電擊大王)’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다나카 쿠니히코 씨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만화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해충들을 퇴치하기 위해 개발된 해충살충 로봇 호이호이상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애환(?)와 에피소드가 주 내용인데, 만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이 게임 내에서도 등장하는 등 다소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원작만화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음에도 캐릭터 게임인 ‘호이호이상’이 국내에 한글화되어 발매된 걸 보면 코나미에게 순수하게 감사해야할지, 무모함에 박수를 쳐야할지 고민스럽다(하지만 감사해야겠지?).
참고로 다나카 쿠니히코 씨는 제노기어스, 제노사가 시리즈의 메인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다.
▲ 오른쪽이 호이호이상, 왼쪽이 라이벌 컴뱃이다. 무표정이 매력 포인트 |
▲ 하드가 350GB, USB 그래스 와이어 케이블을 사용하며 충전식 니켈-카드뮴 전지를 채용하는 등 각종 정보가 빼곡한 카탈로그. 물론 전부 농담이다 |
원작을 염두에 둔 캐릭터
게임
캐릭터 게임이란 게임 자체의 완성도, 즉 게임성으로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보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인기를 이용해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려는
게임을 통칭하는 말이다. 간혹 캐릭터 게임 중에서도 게임성을 인정받아 게이머들로부터
폭넓은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 게임은 원작(코믹이나
애니메이션 등)이 인기를 끄는 동안에 선보여야한다는 시기성 때문에 짧은 기간내에
제작이 완료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 작품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듯 캐릭터 게임이란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의미를 더 많이 내포한다. 유감이긴 하지만 이제부터 언급할 ‘호이호이상’ 역시 ‘캐릭터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게임 호이호이상에는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수 출현한다. 호이호이상은 물론이고 코믹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부라츠보가 게임 내에서 주인공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약국 점원인 키미코, 머즈 제약의 부장 후루야시키 등 원작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인물들이 게임 내에서 등장한다.
호이호이상에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게임적인 특징이 없다. 다른 게임과 구분되는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이머의 흥미를 유발할만한 그럴 듯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놀라운 그래픽,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이슬비와 같은 사운드 역시 없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무엇을 무기로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는 것일까? 바로 게임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즉 호이호이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이 최대이자 유일한 세일즈 포인트다.
코믹이나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끼어들 틈이 없는 일방적인 의사전달 수단을 따른다. 만화가, 애니메이션 감독이 의도한 연출에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를 단지 바라만 보아야 한다. 그림 속에서, 화면 속에서 꼬물꼬물 귀엽게 움직이는 캐릭터들. 이들을 단지 바라보기만 하면서 만족할 수 있을까?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캐릭터에 빠져 피규어, 관련 팬시상품들을 돈 아까운 줄 모르며 마구 구입한다.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관계를 위해서.
게임 역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인터랙티브한 관계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설정에 따라서 움직이는대로 쳐다보아야 하는 피동적인 입장이 아닌, 게이머가 원하는대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조작하고 반응시키는 능동적인 입장에 서서 캐릭터를 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캐릭터 게임이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이유다.
▲ 이 띨띨하게 생긴 녀석이 원작의 주인공 아부라츠보다. 호이호이에 빠져 사는 폐인… |
▲ 쿄토 약국의 점원인 키미코. 호이호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라이벌 모델인 컴뱃을 구입하지만…. 걸쭉한 간사이 사투리가 일품이다 |
액션
게임인가, 커스터마이징 게임인가?
‘호이호이상’은 게임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정해진 몇 개의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면서 호이호이상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해충들을 박멸하는 것이다.
단순한 게임 내용에 다양성을 주기 위해 호이호이상은 사격과 격투, 두 종류의 무기를 채택했고 스테이지 내에 리프트를 두어 한 번 클리어해도 이후에 아이템을 얻기 위해 다시 오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런 요소들은 게이머에게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게이머를 만족시키는 가장 큰 요소이자, 유일한 요소는 호이호이상에게 다양한 옷과 무기를 장착시켜 그 모습을 관람하는 부분이다.
사격무기는 핸드건, 리볼러, 스나이퍼 라이플 등 무기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것들이므로 일단 넘어가자. 볼만한 요소는 격투무기부터다. 마고로쿠, 코테츠, 엑스칼리버 등의 검 종류는 그렇다쳐도 파리채, 매지컬 스틱, 속죄의 봉 등은 무기로서의 위력은 영 꽝이지만 이걸 장비한 호이호이상의 모습이 너무 귀엽기 때문에 게임에 채택되었다. 또한 호이호이상의 의상으로 웨이트리스 드레스, 수영복, 체조복, 위장복, 무녀복, 차이나 드레스 등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옷들로 가득하다. 마치 어렸을 적 종이 인형으로 옷갈아입히기 놀이를 했던 것처럼 게임 내에서도 이런저런 옷들을 호이호이상에게 입히며 게임을 즐기게끔 게임은 만들어졌다. 뿐인가? 기타 액세서리 종류로 안경, 선글라스, 고양이 귀, 토끼 귀 등이 있어 게이머의 이런 요구를 더욱 충족시켜준다.
앞서 이야기했던 게이머의 의향이 반영되는 캐릭터. 그 의향이 캐릭터의 겉모습을 꾸미는 것뿐일지라도 게이머는 충분히 만족한다. ‘호이호이상’은 그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출시된 게임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산타 복장 |
▲ 무기를 휘두르면 특별 효과가 연출되기도 한다 |
▲ 어째서 수영복이 있는지는 묻지 말자 |
▲ 무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밀리터리 룩 |
보이는대로
즐겨라
‘호이호이상’은 액션게임으로서 전혀 작품성이 없다,
투박한 그래픽과 졸렬한 사운드로 떡칠했다, 캐릭터 하나만 믿고 출시된 작품이다.
이런 불만을 늘어놓지 말자. 원래 ‘호이호이상’은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시된 게임이므로 게임에 대한 불만과 칭찬은 그 사람들에게 맡겨두자. 캐릭터 게임으로서
팬들을 만족시켰다면 ‘호이호이상’은 잘 만들어진 게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화나게 했다면 ‘호이호이상’은 잘 만들어지지 못한 게임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혹시나 게임을 구입하기 전에 이 글을 보고 있는 게이머가 있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혹시 원작 ‘호이호이상’을 보고 캐릭터의 매력에 취했는가? 그렇다면 이 게임을 구입해 플레이할만한 자격이 있다. 만약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또는 아직 본 적이 없다면 그냥 “캐릭터 게임이 하나 나왔다보네”라며 넘어가기 바란다. 진심으로….
▲ 만약 진짜 이런 로봇이 있다면… |
▲ 29,800엔(세금별도)이더라도 하나 구입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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