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추억
1981년 코난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아놀드 슈왈츠제너거가 우락부락한 근육을 뽐내며 마법이 판치는 세상에 악을 물리치는 검사로 나오는 그런 줄거리의 영화였다. 지금이야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미국주지사에 당선됐지만 당시에는 그의 근육이 너무 발달돼 칼을 휘두르기 위해 운동을 줄였다는 우습지도 않은 비화가 있을 정도였다.
여하튼 그런 그가 검사로 나와 수많은 적들을 무 베어버리듯이 넘어뜨려가며 적진을 헤치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의 다른 작품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으며 그와 비슷한 형식의 아류작 또 한 수없이 탄생시켰다. 이른바 ‘핵앤슬래쉬’를 모토로 내세운 액션게임이 코난과 같은 영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게임 또한 찌르고 베는 ‘핵앤슬래쉬’의 배경으로 칼과 방패가 난무하는 중세판타지는 매력적인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골머리를 썩이며 난해한 퍼즐을 풀 필요도, 여기저기 미로 같은 길을 찾아 해매는 일도 없는 엔클레이브는 그저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을 흩날리는 피와 함게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가로 막는 것들은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
게임은 수 천년전 마법의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악마 바타르(Vatar)가 어둠의 군대를 마법의 세계로 보내는 것으로 그 서막을 연다. 그에 저항하던 ?마법세계는 결국 궤멸지경에 이르지만, 제일(Zale)이라는 마법사가 등장해 그들을 땅속으로 가둬버려 멸망은 모면한다.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셀렌하임이라는 도시를 세우고 발전시켜 번영을 이룩한다.
그러나 지하세계에서 힘을 키운 어둠의 군대는 갈라진 땅의 틈새로 나와 다시 셀렘하임을 포위하고 공격을 준비한다. 이 때문에 도시는 방어를 위해 세금을 올리고 주민들은 폭동을 일으키게 된다. 게이머는 분노한 시민들 중 한명으로 감옥에 갇혀있는 것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스스로 개척하는 운명
엔클레이브의 특징으로는 선과 악의 입장을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머는 어둠의 군대로부터 제국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거나 어둠의 편에서 제국을 몰락시키는 어둠의 인도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이것에 따라 전혀 다른 스토리와 방향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어느편에 서든 그건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다 |
엔클레이브에서는 ‘금화’라는 일종의 보상시스템을 차용, 일반적인 액션게임과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금화는 게이머의 눈에 띄지 않게 맵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금화는 게임내의 두 가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하나는 체크포인트로 불리는 저장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와 방어구에 관련된 것이다.
엔클레이브는 체크포인트를 지원한다. 그래서 진행을 하다 죽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 지점부터 다시 진행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듯이 체크포인트의 사용에는 약간의 금화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소지하고 있는 금화가 없다면 체크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어 죽었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체크포인트에만 금화가 사용된다면 별 어려움 없이 진행을 할 수 있겠지만 금화는 무기구입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한 미션이 끝났을 경우 획득한 금화는 화면에 표시가 되며 새로이 구입할 수 있는 장비들을 보여준다. 여기서 금화가 부족할 경우에는 눈앞에 멋진 아이템을 두고도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맵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금화를 찾아내는 것 또한 게이머의 몫이다.
열심히 뛰어다니면 금화를 모와야 먹고 살만하다 -- |
다양한 캐릭터와 무기의 활용
엔클레이브의 다양한 클래스 등장은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다. 무조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동료로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다양한 클래스를 받아들여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제국의 편으로는 기본적인 클래스 외에도 드루이드나 엔지니어 같은 제국만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고 어둠의 편으로는 어세신이나 봄바디어 또는 리치 같은 전형적인 어둠의 클래스가 있다. 이 같은 클래스가 12가지나 존재하며 숨겨진 캐릭터 또한 4가지나 되므로 그것을 찾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클래스와 더불어 등장하는 무기 역시 다양하다. 검, 도끼, 해머 등 중세시대의 모든 무기뿐만 아니라 마법과 폭탄까지 등장한다. 또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경우 화면의 중앙에 작은 점이 표시되면서 1인칭 액션게임을 하는 느낌을 주는데 벽에 붙어 멀리 있는 적의 머리를 활로 쏠 때는 스나이퍼의 짜릿한 손맛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근접전 무기를 사용할 때 무기의 휘두름이 화면과 일치하지 않아 적이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근접무기에서도 원거리 무기처럼 타겟목표를 두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피 튀기는 중세시대
엔클레이브는 27개의 퀘스트와 6개의 미니 게임으로 구성된 핵액슬래쉬 형태의 게임이다. 비록 해외에서는 Xbox용으로 먼저 나왔지만 훨씬 발전된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이번에 PC버전으로 정식으로 발매됐다. 비록 한글화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제대로 된 타격감과 무기를 휘두르는 손만이 느껴지는 오래간만에 나온 화끈한 액션게임으로 중세시대의 판타지 모험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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