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 심슨과 마지 심슨은 미국 중산층의 부부다. 원자력공장에서 일하는 엉뚱한 사고방식의 호머, 남편보다 더욱 힘세고 집안일에 있어 최고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마지 그들 부부에게는 바트, 리사, 매기라는 이름의 세 아이가 있다. 바트는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많은 소년으로 동생 리사에 비해 학업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둘째 리사는 나이에 비해 꽤나 어른스러운 소녀. 오빠인 바트에 비해 학업 능력에 있어서도 훨씬 월등하며 늘 이성적이고 현명한 의견만 내놓아 모든 면에서 오빠의 기를 죽이곤 한다. 그리고 TV시리즈가 태동한지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만년 아기로 지내고 있는 막내 매기는 온 집안 식구의 귀염둥이다. |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심슨 가족. 사실 이들에겐 매일매일 벌어지는 엉뚱한 사건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데….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심슨가족의 이야기는 맷 그로닝(Matt Groening)의 원작 만화를 1989년 노먼프로덕션필름(Norman Production Film)과 폭스 TV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올해 14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이 작품은 가족간의 사랑 등 도덕적 가치, 환경문제 대한 신랄한 풍자와 유머를 담아 어린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시청자들에게 아직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심슨가족’이기에 레디컬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된 ‘심슨: 히트앤런’은 언뜻 인기 높은 TV시리즈에 편승하려는 영악한 작품 중의 하나로 생각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이 태동한 이래 무려 15개가 넘는 관련 게임시리즈가 줄기차게 출시됐고 1991년 등장한 코나미사의 아케이드액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심슨의 팬들을 분노케 만드는 졸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랜드씨프트오토(이하 GTA)식 액션과 무례하고도 대담한 원작의 유머가 결합된 액션어드벤처게임으로 태어난 ‘심슨: 히트앤런’은 해외의 각종언론을 통해 원작의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고도 충실하게 재현해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각본가와 성우, 애니메이터까지 삼위일체가 되어 만들어낸 이 작품은 TV시리즈에 출현했던 각종 조연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신랄한 풍자 등 곳곳에서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원작의 퀄리티가 높을수록 단순히 돈 좀 벌어보겠다는 수단으로 졸작이 되버리긴 일쑤인 여타의 라이센스 게임들과는 달리 ‘심슨: 히트앤런’은 원작의 소중함을 알고, 또 그 원작을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어야 되는지를 제대로 아는 자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루카스아츠에서 발매된 ‘인디아나존스 4’나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과 같은 게임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스프링필드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게임은
심슨가족이 살고 있는 스프링필드 마을을 잠식하기 위해 외계로부터 기계화 벌떼(?)가
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마을엔 정부기관의 것으로 여겨지는 정체불명의
검은색 밴과 자동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이들은 곧 마을사람들의 특수 제작한 콜라를
이용해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평화로운 안식처의 소파에서 TV를 켜놓고 낮잠을 자고 있던 호머 심슨. 기계화된 벌이 염탐을 위해 벌어진 창문 틈을 통해 들어오지만 날개짓 소리에 잠을 깬 호머 심슨의 발길질로 호떡이 되버리고 만다. 게임을 이끌고 나가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이처럼 다소 생뚱스러운 이야기로 스타트라인을 끊는다. 하지만 섣부른 예상은 금물.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그렇듯 스프링필드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리라”는 상식을 수준을 벗어나 게이머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치며 배꼽 잡는 웃음을 선사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심슨: 히트앤런의 전체적인 게임진행방식은 GTA3와 매우 흡사하다. 혹자는 GTA3의 엔진을 빌린 심슨의 이야기라고 평할 만큼 미션의 진행방식이나 조작성 등이 유사한 면을 보인다(심지어는 전화를 통해 주어지는 미션 등 GTA3를 연상시키는 구성방식이 곳곳에 녹아있다). 주변배경을 비롯한 캐릭터의 모습 등 모든 그래픽은 카툰렌더링으로 구현되어 있는데, 스프링필드 마을 역시 원작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됐다.
플레이방식과 조작 또한 GTA3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게임만큼의 엄청난 자유도까진 아니지만 심슨가족들은 스프링필드 어느 곳이나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만끽할 수 있다.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스프링필드 마을은 상당히 넓은 편이기 때문에 이동은 대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심슨: 히트앤런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시간의 대부분이 이처럼 자동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액션 드라이빙이라는 장르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형화된 장르로 구분하기 보다는 액션과 어드벤처, 드라이빙이라는 요소가 적절히 섞인 혼합장르성 게임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은가 싶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마을을 활보하는 심슨 가족은 주변사물을 부수거나 외계에서 날아온 벌떼를 제거할 때마다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이 코인은 차량을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데, 혹은 옷을 구입하는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발차기, 점프에서 날아차기, 2단 점프해서 엉덩이로 방아찧기 등 공격방식 또한 심슨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공격은 대부분 사물을 부수거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되지만 길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때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행인을 때리는 일이나 자동차 사고와 같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를 때마다 오른쪽 하단에 나타난 범죄율의 게이지 바가 늘어나고 이를 목격한 경찰에게 체포될 때마다 50코인씩 벌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되도록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총 7개의 레벨로 구성되어 있는 심슨: 히트앤런은 단선적인 방식으로 구성된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레벨은 하나씩 숨겨진 미션이 제공되며 호머, 바트, 리사, 마지 그리고 옆집에 사는 Kwik-E마트 주인 아푸 등 호머심슨의 가족과 이웃으로 이를 해결하나가는 식이다.
미션은 마트를 들려 우유를 사오라는 리사의 지령(?) 등 각종 사소한 심부름에서부터 레즈비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일까지 시종일관 엉뚱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누가 더 빨리 허접스러운 영화를 보고 그 비평을 인터넷 리뷰사이트에 빨리 올리는가에 대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눈이 벌개진 만화가게 아르바이트생을 돕는다는 미션이 그것이다. -_-;
이런 미션은 대게 시간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화면 우측 하단에 나타난 화살표를 따라 이동해 주어진 지령을 해결하는 식으로 무난한 해결이 가능하다. 몇몇 미션은 매우 어렵지만 게이머가 여러번 실패를 겪으면 자동으로 해당미션을 넘겨버릴 수 있는 선택메뉴가 등장함으로서 초보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종착역을 밟을 수 있다.
건방지고도 유쾌한 게임
가끔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신없는 카메라워크가 불편하긴 하나 시종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작품이 국내에 발매되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현지인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시니컬한 유머를 영어로 밖에 접할 수 없다는 점은 그저 아쉬움만
남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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