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휩쓴 반지의 제왕은 언어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JRR.톨킨 박사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역작이다.
톨킨은 자신의 조국 영국에 다른 프랑스나 기타 다른 유럽국가처럼 제대로 된 신화나 전설이 없다는 점을 늘 아쉬워했다. 그가 남긴 반지의 제왕은 이러한 아쉬움에서 탄생한 멋진 환타지 이야기다. 엘프나 드워프, 오크 등 매력적인 환타지 생명체들은 모두 톨킨의 머릿속에서 구체화 된 것이며, 특히 호빗이라는 다소 게으르고 낙천적인 난장이 종족은 톨킨이 직접 만들어낸 고유의 생명체다. 때문에 톨킨은 호빗이라는 난장이 종족에 특히 강한 애정을 가졌을 것이다.
▶이야기는 이 작은 반지에서 비롯된다
각설하고, 반지의 제왕 말고도 톨킨이 남긴 작품은 많다. 엘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가는 대 서사시 실마릴리온이나 프로도의 삼촌 빌보 베긴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더 호빗 등 반지의 제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이 작품들은 톨킨이 상상했던 중간계의 여러 모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게임의 타이틀 화면
지금 리뷰하는 게임 호빗은 톨킨의 동명 소설 더 호빗을 바탕으로 반지의 제왕과의 연관성을 높여 제작된 액션 RPG다. 소설 호빗의 이야기가 빌보 베긴스의 개인적인 모험담을 담고 있기에 전체적이 스케일 역시 반지의 제왕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한 호빗의 시점으로 중간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톨킨 팬들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은 게임큐브로 발매되었던 젤다의 전설과 상당히 흡사하다. 게임 제작자가 젤다의 전설을 벤치마킹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빗의 전체적인 게임 구성은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닮아있다. 맵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색깔의 보석들을 모으는 것, 마을 사람들과 대화해서 작은 부탁들을 들어주는 미니 게임들, 손놀림을 요하는 퍼즐식 난관 돌파로 게이머는 이 게임의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소모할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과정이 그다지 즐겁진 않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석이나 동전을 모으기 위해 그다지 쾌적하지도 않은 게임 지형을 구석구석 뒤져야 하며, 사람들의 작은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도 그다지 기발하지 않다. 대부분의 NPC들이 서브 미션을 준다는 점은 참신하지만 그 내용이 억지스럽다. 다행이도 이러한 서브 퀘스트는 꼭 해결할 필요가 없다. 해결해도 보상품으로 에너지의 최대치를 높여주는 보석을 줄 뿐이다.
게임 곳곳에 놓여있는 보물상자는 귀무자의 트릭 상자처럼 간단한 퍼즐을 풀어야 열 수 있도록 되있다. 다만 이 퍼즐이 제한시간 내에 버튼을 눌러야 하는 야바위식의 타이밍 싸움이라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같은 보물상자라고 해도 열 때마다 퍼즐의 내용이 바뀐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평생 모험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빌보 베긴스가 드워프들에게 고독한 산(Lonley Mountain)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꿈을 꾸는 데부터 시작한다. 꿈속에서 빌보는 오크 슬레이어 스팅(Sting, 이 검은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에게 대물림 된다)을 들고 전장을 누비는데,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면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꿈에서 깬 빌보는 불현듯 모험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을에서 빌보는 드워프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린 드래곤 인(Green Dragon Inn)으로 가기위해 여행 준비를 한다. 집 안에서 여행에 필요한 도구(지팡이)를 찾아낸 다음 집을 나서면 이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모험이라고 해봤자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보잘 것 없는 부탁들(애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해준다거나, 치즈를 만들 재료를 구해주는 등)을 들어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초반이라 이런 서브 퀘스트들은 게임의 조작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의 의미도 담겨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작동시킬 수 있는 물체에 가까이 접근하면 위에 느낌표 아이콘이 표시되므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느낌표 아이콘이 나타났을 때 엔터키를 누르면 적절한 동작을 하게 된다. 게임의 전체적인 조작방법은 FPS와 비슷하지만 뒤 돌아보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벼랑을 매달려서 오를 때 점프 버튼을 누르면 떨어져버려 상당히 혼란스럽다. 이것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다. 시점은 기본적으로 마우스 룩 방식이지만 좌우로만 돌릴 수 있어 은근히 불편하다.
무기는 근접계열과 원거리 계열로 구분할 수 있다. 근접 무기로는 초반 꿈속에서 사용했던 검, 집 안에서 찾아낸 막대기 등이 있으며 마우스 휠로 선택할 수 있다. 원거리 계열 무기는 돌팔매질을 위한 새총 등이 있다. 새총에 사용되는 돌은 길에서 주을수도 있고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별로 돈 주고 살 만큼 유용한 무기는 못된다).
주인공이 호빗이라는 힘없는 난장이 종족이라 퀘스트를 해결함에 있어 반드시 정공법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잠자고 있는 트롤(반지의 제왕 2편에서 검은 문을 여닫은 거대한 괴수)을 흔들어 깨워서 아랫배에 스팅을 먹여주고 싶더라도 참자. 키가 1미터도 안 되는 숏다리 숏팔 처지를 이해한다면 다소 비굴하지만 트롤님의 단잠을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지나가는 편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는 비결이다.
게임의 그래픽은 깔끔하지만 쉽게 질린다. 쉐이더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다이렉트 X 6.0 수준에서 봤을 땐 상당한 그래픽이지만, 아쉽게도 요즘 게임은 다이렉트 X 8.1을 주로 사용한다. 광원도 거의 없어서 언뜻 카툰 렌더링의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음향효과도 딱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다. 게임의 분위기를 깨진 않지만 그렇다고 돋궈주지도 않는 평이한 음악과 효과음이 사용되었다.
고독한 산의 용 스마우그를 퇴치하는 게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은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인지 부드럽게 흐르지만, 내용이 다소 가볍다는 점은 게임의 주 대상층이 어린이들임을 감안하도록.
이 게임에서도 절대반지가 등장한다. 절대 반지는 주인공을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적의 뒤로 몰래 다가가 치명상을 입히는 등 다양한 액션에 응용된다. 반지 외에도 회색의 겐달프나 골룸, 모리아의 발린 등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만날 수 있어 게임의 전체적인 흥미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호빗은 큰 단점이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액션 RPG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느낌이다. 어린이들이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여성들이 플레이하기엔 난이도가 높고, 그렇다고 게임 매니아가 즐기기엔 어설프다. 본인이 반지의 제왕 매니아라면 톨킨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 번 플레이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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