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에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날씨가 풀리며 잔뜩 움츠렸던 몸도 어느새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기저기서 놀러가자는 소리가 들리며 필자를 유혹하지만 남태평양의 멋진 섬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비록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의 아가씨와 코코넛 음료는 없지만 대신 방탄복으로 중무장한 적들과 돌연변이 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상관없지 않은가. ㅡㅡ:
정말 멋지지 않은가? 서바이벌 게임이 따로없다. |
파크라이는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크라이텍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자체개발한 크라이텍 엔진을 사용해 만든 1인칭 액션게임이다. 사실 이작품은 스크린샷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이름도 없는 개발사에서 나올 그저 그런 1인칭 액션게임으로 치부됐으며 게이머에게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3년 E3에 공개된 이 작품의 홍보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어드벤처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된 서바이벌 액션게임의 최고 기대작이 됐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역사의 중요한 사건에는 전부 여자가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가? 주인공인 잭 카버는 과거에 특수요원으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은퇴하여 보트대여업을 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50만에 육박하는 이때에 잭 역시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하루하루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다.
장난하냐? 나혼자 이런곳을 빠져 나가라고? |
그러던 어느날 미모의 여기자로부터 작은 산호섬으로 태워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행을 떠나지만 그곳에서 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중무장을 한 정체모를 집단. 이것을 취재하려던 여기자는 죽음을 당하고 잭은 섬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보트는 파괴되고 우리의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다시금 총을 빼들고 이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그래픽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크라이텍스튜디오는 게임그래픽의 혁신적인 변화를 앞서 보여주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다. 이것은 파크라이를 통해 증명이 되는데 일렁이는 해수면과 쭉쭉 뻗은 야자수 나무,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지면 위의 촘촘한 풀들까지, 손에 들려있는 총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음산한 배경음악만 없다면 파크라이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움 열대 섬 탐험” 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나면서 섬세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래픽에 대해서는 정말 감탄사 밖에 안나온다. |
이 작품에서는 정글을 표현하는데 폴리범프맵핑이란 것을 사용했다. 이것은 모델링의 위에 텍스쳐만 입히는 것이 아니라 텍스쳐와 울퉁불퉁한 질감을 동시에 입힘으로써 더욱 사실적인 정글의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눈앞에 정글이 펼쳐져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물의 표현인데 섬을 반사시키며 일렁이는 아름다운 수면과 반투명으로 반짝이는 물살은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며 물속으로 들어갔을 경우 보글보글 올라오는 공기방울 역시 게이머의 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좁은통로에서 갑자기 마주치면?정말 간이 오그라들 지경이다.ㅡㅡ: |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파크라이는 묵직하게 온몸을 휘감는 만족감을 준다. 다른 액션 게임처럼 정신없이 크고 어지러운 소리가 아닌 사실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예를 들어 어두운 선내통로를 통과하게 될 경우 발소리는 크게 울려 퍼지면서 게이머의 청각을 교란 시키며 누군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조용히 접근해 갑자기 게이머의 앞에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모래나 풀을 밟는 사소한 소리에서부터 철제난간을 밟는 소리까지 곳곳에 세심한 정성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니가 인공지능이냐? 사람이냐?
필자는 작품을 즐기면서 “도대체 이것이 컴퓨터의 A.I(인공지능)가 맞을까?”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처음에는 그냥 정해진 스크립트겠지 라는 경솔한 판단을 했고 그 결과는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화면을 보며 모래사장을 몇 번 뒹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들이 더 멋진것 같다.ㅡㅡ |
파크라이의 인공지능은 정말 영악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적은 자신이 중상을 입으면 도망가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의 경보 벨을 울려 지원병을 부르거나 벨이 없을 경우 무전기로 동료들을 부르기도 한다. 또 총소리가 들리면 서로 재빠르게 연락해 경계모드로 들어가 주변수색을 하며, 게이머를 발견하면 사방을 포위해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 어설트 라이플로 적을 제거하면 단번에 게이머의 위치를 알아보고 i아오지만 저격 총을 사용하면 자세를 숙여 주변을 살피는 행동을 하는 등 파크라이에서는 상황에 따라 적들이 숨거나 수색을 펼치는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행글라이더도 탄다니까.
다양한 탈것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
아무래도 배경이 열대섬이니 만큼 물위에서의 탈것은 당연히 등장한다. 하지만 이외에도 기관포를 장착한 버기와 지게차? 거기다 행글라이더 까지 정말 종류별로 다양한 탈것이 존재한다. 이것은 얼핏 헤일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멀티플레이에서는 헤일로와 마찬가지로 탈것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 또한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지만 사실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한 번에 전부 들고 다니지는 못하며 4가지씩을 선택해 들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무기마다 각기 무게가 틀리기 때문에 어떤 무기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이동속도에 변화가 생긴다.
사실적이면서 특성이 뚜렷한 무기들이 대거 등장한다. |
파크라이의 무기는 다른 액션게임에 등장하는 것들과는 달리 오토와 세미오토로 번갈아 가며 사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것을 이용하면 멀리 있는 적에게 어설트 라이플로도 점사사격을 해 명중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스코프를 장착한 저격 총 같은 경우 배율이 높아짐에 따라 흔들림의 크기도 점차 커지지만 자세가 바뀜에 따라 흔들림이 바뀐다. 예를 들어 서있을 때와 누워있을 때 각각 12배로 줌을 당겨 사격을 한다고 하면 누워있을 때의 자세가 훨씬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적다.
여행을 마치며…
파크라이는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시스템의 사양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개한 최소사양은 펜티엄3 1GHz에 지포스 2이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로는 펜티엄4 1.6GHz에 적어도 라데온 9500 이상이나 지포스 4급은 돼야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품질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유저들이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게이머들로써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하튼 2004년 둠 3와 하프라이프 2등 막강한 대작들이 출시될 예정 속에서 파크라이는 이들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을 작품으로 액션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당연히 해봐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쯤 해봐도 후회가 없을 작품이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