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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팩으로 나왔어야 했는데(히트맨: 컨트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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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어디선가 한발의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사람과 그것을 바라보며 어둠속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거나 또는 멍하니 경비를 서고 있는 사람을 등 뒤에서 피아노 줄로 목을 감아 해치우는 장면을 영화 속에서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비록 실제로 해볼 수는 없지만(하면 큰일 난다ㅡㅡ) 간접적으로나마 어둠속의 킬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게이머에게 선사해주는 작품이 바로 히트맨 시리즈다.

킬러의 고독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히트맨 시리즈는 2000년에 첫 작품이 나온 뒤로 게이머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높은 자유도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게이머의 성격이 화끈하다면 온 맵을 누비고 다니면 쌍권총으로 보이는 데로 적들을 사살할 수도 있고, 반대로 소리 없이 적을 피해 다니며 임무만 완수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어둠속에 모습을 감추고 소리 없이 적을 죽이는 사일런트 어쌔신 마저 될 수 있는 것이 히트맨 시리즈가 보여준 킬러의 로망(?)이다.

다시 돌아온 히트맨

히트맨: 컨트랙트(이하 컨트랙트)는 히트맨의 3번째 시리즈로서 1편과 2편의 외전격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컨트랙트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줄거리를 알아두는 것이 게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히트맨 1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코드네임 47이라는 복제인간이며 암살의 목적으로 탄생돼 살아오다 자신의 과거를 깨닫고 자신을 만든 박사와 클론들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창조한 박사를 죽이면서 끝나게 된다.

2편에서의 주인공은 수도원으로 피해 은둔생활을 하던 중 존경하는 신부님이 납치되고 거액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해 깊숙이 숨겨놓은 자신의 권총을 뽑아들고 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의뢰받은 임무를 수행도중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수도원으로 돌아와 갱들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신부를 구한다음 자신의 쌍권총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과 함께 마무리를 장식한다.

컨트랙트는 1편과 2편의 중간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컨트랙트에서는 1편의 결말인 박사를 죽이고 도망을 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 되는데 이곳에서 히트맨은 자신을 추격해온 스와트팀을 죽이고 작전을 지휘하는 형사마저 죽인 후 현장을 벗어나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왜 킬러들은 대부분 빡빡 머리일까?

미션은 총 12개로 구성돼 있지만 히트맨 1의 스테이지를 리뉴얼한 미션이 중간 중간 섞여있어 과거에 전작을 해봤던 게이머라면 다소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브젝트들의 모델링이 더욱 디테일해졌다. 또한 포스트 필터를 적용함으로써 암울한 분위기를 살렸으며 거울 같은 미세한 부분과 사물의 색감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게임의 그래픽이 눈에 띄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외로 사양이 높아진 점은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또한 게임이 초반부분은 신선하고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진행을 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그래픽과 배경만 달라진 히트맨 1의 리뉴얼한 스테이지들은 아무래도 게임의 흥미를 떨어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진정한 손맛은 암살에 있다.

하지만 히트맨의 백미인 은밀한 암살의 재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소리소문 없이 잠입해 주어진 목표대상만 처리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주변의 적을 발견해서 처리하는 재미는 더욱 게임을 즐겁게 만든다. 특히 적을 발견하고 어둠을 타고 은밀히 접근해 뒤에서 와이어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재미는 히트맨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손맛중의 단연 으뜸이다.

물론 살금살금 접근해 뒤에서 목 조르기만 하면서 언제 게임을 진행하느냐 하는 게이머를 스타일리쉬한 액션^^: 까지는 아니더라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쌍권총까지 지급해 주니 정 답답하다면 화려한 총격전을 펼쳐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운드 적인 면에서도 히트맨은 주변이 특성상 발소리나 사물의 움직이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경음악이 너무 크거나 화려하면 안되지만 전작에 비해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켜주는 음악과 사실적인 총기의 사운드나 이펙트들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한편의 영화 같은..

히트맨은 스토리만으로도 한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연출력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물론 이번에 나온 컨트랙트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회상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영상들은 게이머로 하여금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마지막 미션전의 영상에서 스와트 팀에게 포위당해 가스탄이 날아들자 한잔이 술을 비우고 자신의 권총을 들고 독백을 하는 모습은 과거 “영웅본색”의 한 장면을 다시 떠오르게 할 만큼 훌륭한 장면중의 하나이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컨트랙트는 괜찮은 작품이긴 하지만 플레이를 하는 내내 3편이라기 보다는 확장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며 조금 더 새로운 요소들로 구성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시스템 또한 전작에서 새롭게 얻는 재미들이 상당했던 반면 컨트랙트에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무기들이 나와 그 재미 또한 반감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전작이 완성도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아무래도 3편 보다는 확장팩으로 나왔어야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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