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카비와 관련된 재미난 일화부터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카비라는 게임을 처음 만들 때 원래는 ‘포포포’라는 이름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첫 번째 작품 「별의 카비」는 「팅클 포포」라는 개발명으로 제작이 진행되었다고…. 어떻게 이런 카비와 관련된 비밀스러운 정보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그야 카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캐릭터성이 강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리오와 링크 등을 꼽겠지만 필자는 특이(?)하게도 닌텐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카비를 가장 좋아한다. 단순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표정, 몽실몽실해 보이는 체형, 귀여운 동작 등 그 이유는 얼마든지 많다.
카비와 관련된 더 자세한 신상명세를 알아보자. 키는 약 20cm, 체중은 비밀. 그리고 나이도 비밀. 하지만 정신연령은 3세~5세로 추정된다. 성별도 불명. 살고 있는 별은 호프스타의 푸푸푸 랜드에 있는 베지터블 밸리. 특기는 흡수하기와 적의 능력 카피하기 등…. 쭉 늘어놓다 보니 어쩐지 카비의 스토커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카비가 좋은 걸. 이런 카비가 등장하는 게임 중 필자는 요즘 닌텐도 게임큐브로 발매된 카비의 에어라이드라는 게임에 한창 빠져 있다.
▲ 이 귀여운 표정을 보라. 이렇게 귀여운데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레이싱게임’보다 ‘액션게임’의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드리프트를 넣고, 절묘한 코너링으로 커브를 빠져나와 남은 직선 코스에서 전속력으로 질주! 이렇게 생각한 순간 적의 마이크 공격으로 머신이 하늘 높이 날아가버려 역전패…. 게이머 중에는 “이건 완전히 사기야”라고 외치며 패드를 집어던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하는 필자는 아무 말 없이 리셋 버튼으로 손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내가 일으킨다면 어떨까? 물론 마이크를 단단히 움켜쥘 것이다. 이용할 수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아깝잖아~. 게다가 컴퓨터는 리셋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어쨌거나 이 카피능력이 「카비의 에어라이드」에 열중하게 만드는 최대의 매력이다. 주위에 있는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소드’, 카비가 타이어로 변신해서 지상을 폭주하는 ‘휠’, 에네르기를 모아 5단계의 공격방법을 펼쳐내는 ‘플라즈마’ 등 기존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능력에 더해 이번 작품에 추가된 새로운 능력까지 포함하면 모두 11종류나 되는 카피능력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필자가 가장 애용하는 카피능력은 역시 정통 공격법인 ‘소드’다. 녹색의 모자를 쓴 채 소드를 휘두르는 그 늠름한 모습은 젤다의 전설에 등장하는 링크와 완전 판박이. 전설의 용사처럼 적을 베어넘기며 대활약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하필이면 어째서 녹색 모자일까? 아무래도 링크를 연상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
그런데 의외로 묘하게 까다로운 것이 ‘프리즈’와 ‘니들’이다. 블리자드와 뾰족한 침으로 주위 적을 공격할 수 있지만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기 때문에 활용성이 다른 것에 비해 좀 떨어진다.
「카비의 에어라이드」에서는 스틱 이외에 버튼을 하나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푸쉬라 불리는 이른 바 브레이크 기능을 하는 버튼이 그것이다. 아무 것도 누르지 않으면 액셀을 최고로 밟은 상태로 질주하고 버튼을 누르면 감속하는 시스템. 그래서 ‘프리즈’ 등의 능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푸쉬를 통해 감속할 필요가 있다. 즉, 이 말은 감속하는 장소(=코너)에서밖에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소리. 혼전 상태에서 코너에 돌입하지 않는 한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 역시 이 능력을 저 멀리 봉인한 채 그냥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프리즈’와 ‘니들’의 놀라운 성능을 깨닫게 된 건 시티 트라이얼 모드에서 배틀을 반복할 때의 일이다. 언제나처럼 가장 좋아하는 소드를 한 손에 들고 라이벌에게 접근한 순간, 갑자기 ‘프리즈’로 “쨍” 소리와 함께 얼어버린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 순간을 노려 뒤에서 접근하던 다른 라이벌이 ‘니들’로 침을 삐죽 내놓은 채 박치기!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소드를 휘둘러볼 새도 없이 머신은 대파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프리즈와 니들의 완벽한 협동공격에 처참하게 패하고 만 것이다.
소드는 자동으로 공격할 수 있지만 3회 연속으로 회수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프리즈 등은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지속되는 능력이다. 적이 무리지어있는 가운데로 돌입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간단하게 라이벌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것이다. 세다가 스테이지 끝에 라이벌을 몰아넣고 사용하면…. 이처럼 강력한 능력이 또 있을까 지금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그렇다. 이전부터 애용해왔다고 해서 ‘소드’에 집착하고 있어선 안된다.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과 대전할 때는 이기지 못하는 거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카비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건 심각한 문제. 어떤 카피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한 걸음 나아가 게임 밸런싱을 절묘하게 맞춰 어떤 능력을 사용해도 경기를 유리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좋은 기회였다. 자, 프리즈를 사용해 라이벌과 100연전 시작이닷!
▲ 레이싱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언제 카피능력을 쓰는지 그 타이밍을 재는 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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