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플레이어 자신이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게임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상에 실존했던 세계를 재현한 게임이라면 플레이어는 게임속 세계에 빠져드는 것뿐만 아니라 마치 그 시대에 자신이 살았던 듯한 가상체험까지 느낄 수 있다.
「풍운 신선조」에서는 플레이어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를 만들 때 이름뿐만 아니라 겉모습, 사용하는 검술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고를 수 있는 항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캐릭터에 대한 애착감은 깊어지고 그 세계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이제 막 플레이가 시작된 캐릭터는 체력, 검술 실력 등의 능력치도 낮고 솔직히 말해 임무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투를 통해 캐릭터는 성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기 자신이 성장하는 듯한 뿌듯함을 만끽하게 된다.
▲ 이름, 겉모습, 검술의 설정 등을 통해 만들어낸 주인공에게 플레이어는 감정을 이입한다 |
그 뿌듯함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 곤도 이사미, 히지카타 토시조 등의 역사상 실존했던 동료 대원들이다. 신선조의 간부이기도 한 그들은 신참대원인 주인공에게 너무나 자상하게 대해준다. “네겐 소질이 있다”, “임무에 같이 가자” 등 대원 한 명 한 명이 저마다 다른 말로 주인공을 배려해준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재로 사용되며 일본 역사상 인기집단으로 꼽히는 신선조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지만, 그 국장과 부장들이 “○○○군”이라며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싸워준다는 건 말 그대로 ‘감격’적이다. 전투 중에 활약하면 “멋진 걸!”이라며 칭찬해주고 적에게 부상을 입으면 “괜찮은가?”라고 걱정해준다. 하진 이건 게임이고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하고 있는 플레이어 본인에게는 동료들의 말로서 그대로 전해져오고 더욱 임무에 집중할 수 잇도록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스토리가 더욱 진행되면 신선조 내에서 주인공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거나 극비정보를 알려주게 된다. 이것은 능력치라는 수치상의 것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신선조 내에서 자신이 높은 평가를 받아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만약 그 신뢰도를 올리는 방법이 너무나 게임적인, 간단한 이벤트를 거치는 것만으로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리얼리티는 격감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원의 한 명으로서 많은 임무를 거치고 동료들과 함께 사선을 넘나들므로써 얻게 되는 신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이라는 것을 잊고 정말로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 게임 초반에는 실존 유명 대원들을?이벤트에서밖에 만날 수 없지만 |
▲ 스토리가 진행되면 함께 임무에 나갈 수도 있다 |
스토리의 중반 이후에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휴양’ 커맨드를 실행시키면 가끔 간부대원들과 만나게 된다. 그 중에 보통은 냉랭한 태도를 보여주는 히지카타 토시조가 “○○○,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라고 의견을 물어올 때가 있다. 일반 대원들에게 ‘냉혈부장’이라고 경원시되는 히지카타가 주인공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이 이벤트를 보았을 때 솔직히 놀랐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뻤다. 소설 등에서 읽은 히지카타 토시조에 대한 인상은 아주 주도면밀하고 오랜 친구 이외에는 믿기보다 의심하기를 먼저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초반부터 자상하게 대해준 곤도 이사미와 오키타 소지의 말보다 이 히지카타 토시조의 말이 내가 신선조의 대원으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 말이었다.
▲ 동료들과 임무를 마치면 우호도가 올라가고 임무 성과에 따라 주인공의 능력치도 상승한다 |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게임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풍운 신선조」는 주인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상에 존재했던 신선조의 신참부터 시작해 대원의 한 명으로서 임무와 사건을 체험할 수 있다. 신선조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 결말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이 게임에서도 거의 사실대로의 결말을 맞게 된다. 단지 소설 등을 읽고 느꼈던 신선조의 마지막 모습과는 달리 게임에서 맞게 되는 신선조의 마지막은 슬프다기보다 충실감 쪽이 컸다. 이는 게임으로서 엔딩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선조의 대원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신념’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요들과 겪어 온 위험했던 전투와 단련들이 추억으로 고이 간직되었기 때문이다.
▲ 거듭되는 사투를 거친 끈끈한 전우애. 이 모든 것들이 플레이어에겐 추억으로 남는다 |
이 게임을 클리어한 후 다시 신선조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러면 제 3자로서 읽는 소설이 아니라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친숙하고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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