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용’ 등의 액션어드벤처장르 게임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을 무렵 춘소프트에서 개발한 ‘드래곤퀘스트’는 RPG라는 낮선 장르에 대한 재미를 일반유저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그리고 ‘울티마’, ‘위저드리’와 같은 해외RPG와는 노선을 달리하며 소위 일본식RPG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1986년 5월, 1987년 1월 각각 발매된 드래곤퀘스트와 드래곤퀘스트 2: 정령의 신들은 일본RPG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
이렇게 드래곤퀘스트가 일본게임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나갈 무렵 당시 스퀘어는 ‘총알을 쏘지 않는 게임’,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게임’ 그리고 드래곤퀘스트와는 다른 컨셉의 RPG를 만들기 위해 ‘파이널판타지’의 기획을 시작하게 된다.
드래곤퀘스트를 통해 RPG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스퀘어는 1987년 자사의 첫 RPG게임인 파이널판타지를 발매했고 17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버린 파이널판타지의 명성 때문에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지금 게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볼품없는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더스완과 PS를 거쳐 GBA용 타이틀로 다시 태어났다.
▲2001년 원더스완컬러로 리메이크된 파이널판타지 2에는 원작에는 없었던 이런 화려한 이벤트신도 추가됐다. 또 PS용 리메이크 작품은 이런 이벤트신을 CG로 처리했다 |
지금까지 리메이크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매체가 CD로 바뀌기 시작한 파이널판타지 7이후의 작품과 파이널판타지 3를 제외한 1, 2, 4, 5, 6 등 5개 작품.
‘본편만으로도 충분한 판매고를 올렸는데 굳이 리메이크까지 해 가면서 오래된 타이틀을 판매해야 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로 스퀘어에닉스(당시 스퀘어)는 다양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다른 플랫폼으로 리메이크해 발매했다.
스퀘어에닉스(당시 스퀘어)는 연이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리메이크에 대해 “팔리기 때문에 리메이크했습니다”라는 유머아닌 유머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 이면에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파이널판타지 팬들에 대한 스퀘어에닉스의 보답이라는 명분이 내재돼 있었다.
리메이크의 대부분은 상위기종으로 파이날판타지를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의 바람 때문에 이뤄진 것이고 리메이크된 순서도 리퀘스트가 높은 순서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9일 발매된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는 1987년과 1988년에 발매된 파이널판타지 1, 2의 최신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더스완컬러, PS에 이어 3번째로 등장한 작품이며 리메이크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가장 나중에 발매된 타이틀이다.
▲원더스완컬러로는 2000, 2001년에 FF1, 2가 리메이크됐으며 |
▲PS로는
2002년에 FF1, 2가 리메이크됐다 |
▲그리고
2004년 7월 대망의 GBA용 FF1, 2 리메이크 작품이 발매됐다
★여전한 시스템, 그러나 변했다
원더스완컬러나 PS용으로 리메이크된 파이널판타지 1, 2가 과거 패미컴으로 파이널판타지 1, 2를 즐겼던 20대 후반 이상의 파이널판타지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서비스차원으로 개발된 타이틀이라고 한다면 이번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의 리메이크는 철저하게 패미컴 시절의 파이널판타지 1, 2를 즐겨보지 못한 저연령층 게이머들을 위해 개발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히라가나로만 표현됐던 텍스트뿐만 아니라 한자로 표현된 텍스트도 선택할 수 있게 초기시스템이 변경되고 단순했던 패미컴시절의 게임시스템이 보기 좋게 외형만 바뀐 채 그대로 이식됐다.
▲몬스터도감은 여전히 건재하며 저연령층 유저를 위해 히라가나와 한자를 선택할 수 있는 모드까지 추가됐다 |
이외에도 마법사용이 일정횟수로 제한됐던 원작과 달리 GBA용 리메이크버전에서는 MP에 의해 마법사용이 제한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한 개의 카트리지로 1, 2 두 타이틀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스템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유저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숙련도 등의 각 작품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시스템을 모두 통일시켰다.
또 휴대용게임기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필드뿐만 아니라 마을, 던전 등 아무 곳에서나 자유롭게 세이브할 수 있게 했다.
▲마법사용은 MP로 제한되며 효과는 일취월장했다. 마법은 각각 레벨8 백마법 홀리와 흑마법 데전 |
이러한 다양한 변경점은 모두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나 원작을 즐겨보지 못한 저연령층 유저들을 위한 배려라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파이널판타지 1, 2의 밸런스 및 난이도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를 즐기면서 전체적인 난이도가 원작에 비해 10배정도 낮아진 것처럼 느꼈다.
스퀘어에닉스에는 이런 난이도 하락에 대해 게임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 레벨이 높아도 숙련도가 낮아 새롭게 얻은 무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딜레마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스토리를 중반까지 별도로 레벨노가다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파티원들의 평균레벨이 40이상 도달한 것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높은 레벨이라해도 4~5정도의 레벨을 올리는데는 1시간도 안걸린다. 크리스탈 2개 구했는데 40이 넘었다. 여담이지만 마지막 카오스인 티아매트를 잡을 때 필자의 레벨은 70에 육박했다 |
★보너스가 있지만 뭔가 아쉽다
이런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의 난이도 하락은 패미컴 시절의 원작을 즐겨본 유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많이 보급된 휴대용게임기를 통해 원작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게 한 스퀘어에닉스의 보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올인원! 화끈한(?) 스퀘어에닉스의 배려 |
하지만 이런 난이도하락이 반가울 때도 있다.
바로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만의 보너스이자 오리지널 요소인 ‘소울 오브 카오스’와 ‘소울 오브 리버스’를 즐길 때다.
소울 오브 카오스와 소울 오브 리버스는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에만 추가되는 오리지널 요소로 소울 오브 카오스는 파이널판타지 3~6에 등장하는 보스들을 특정한 던전을 만들어 등장시킨 것이며 소울 오브 리버스는 파이널판타지 2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그린 오리지널 스토리다.
특히 소울 오브 카오스의 경우 각 크리스탈을 가지고 있는 카오스를 쓰러뜨리게 되면 봉인이 해제되는 추가던전에서 영웅의 방패, 알테마웨폰, 라스트엘릭서 등의 장비 및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는데 던전이 최소 5층에서 최대 40층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원작의 난이도라면 꽤 고생해서 얻어야 할 것들을 낮아진 난이도 덕에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원작에 없었던 추가던전이 생기고 제국군이 아닌 반란군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체험하게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
이런 스토리적인 추가요소는 원작에서 즐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전혀 색다른 무대에서 파이널판타지 역대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원작을 즐겼던 게이머라도 리메이크 작품을 통해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부여하지만 이런 모든 요소들이 결국에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두 작품의 게임볼륨을 병렬적으로 확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듯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결국 이런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의 보너스는 게임을 기다려온 게이머들에게 양적인 만족감은 줬지만 질적인 만족감은 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의식하면서 선택할 작품은 아닌 듯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는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파이널판타지 1, 2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에서 부족했던 부분, 그리고 2% 모자랐던 완성도를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보완해준 작품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전투, 난이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몬스터 구성, 정리되지 않은 듯한 스토리 전개 등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는 원작을 즐겼던 팬들보다는 원작을 즐기지 못했던 저연령층 라이트 유저를 위해 개발된 타이틀이며 그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했을 때는 만점이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는 저연령층 유저와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유저에게만 추천한다 |
파이널판타지 1, 2 어드밴스는 과거의 향수에 젖어보기 위해 아니면 그냥 파이널판타지 1, 2라는 게임을 체험해보고 싶은 게이머에게는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게임을 선택하는 게이머에게는 그리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다.
설마 그럴리 없겠지만 17년 전 게임이 리메이크됐다고 당시에 없었던 감동적인 스토리, 멋진 그래픽, 화끈한 전투 등이 추가됐을 거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타이틀을 구매하려는 유저가 있다면 내년에 발매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최신작 파이널판타지 12를 기대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 감동적인 스토리, 멋진 BGM 등을 체험하고 싶다면 그냥 FF12의 발매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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