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PS로 등장해 현재는 PS2로 플랫폼을 바꿔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은 시리즈 7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됐다. 필자는 「아머드 코어」를 첫 작품부터 계속 플레이해왔는데, 유독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만큼은 발매일을 한참 지나 최근에서야 플레이하게 됐다. 이미 최신작인 「아머드 코어 넥서스」도 발매됐고, 차기작도 공개됐는데….
어쨌거나 「아머드 코어」 시리즈는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파츠의 증가에 의한 커스터마이즈 볼륨업이 계속 이루어졌고, 새로운 요소에 의한 전술의 변화 등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아마 이런 점이 시리즈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아닐까?
이번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은 파츠의 추가 이외에도 AI의 육성이나 무기파손 등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 더욱 다양한 플레이를 가능케하고 있다.
▲ 뛰어난 그래픽 역시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전통적인 특징 중 하나다 |
메카닉
조종자(레이븐)가 되어라
플레이어는 속칭 ‘레이븐’이라 불리는 용병이 되어 기업들로부터 내려오는 의뢰를 받아 이를 실행, 보수를 받게 된다. 이렇게 받은 보수를 통해 AC라 불리는 메카닉의 파츠를 모으면서 자신만의 AC를 커스터마이즈 해가는 것이 게임의 기본이다.
미션의 내용은 참으로 다양하고 풍부해서 적의 섬멸을 비롯해 특정 목표의 방어나 탐색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를 달성하면 다음 의뢰가 발생해 스토리가 진행된다. 또한 미션 클리어 후에는 평가가 내려져 레이븐으로서의 랭크가 상승한다. 랭크가 높아지면 보다 고도의 미션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아리나라 불리는 투기장에서 같은 랭크의 AC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들 미션은 게임의 진행에 맞춰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미션을 의뢰받으면 다른 미션을 의뢰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수를 보고 미션을 고르는 것도 좋지만, 고액의 보수가 약속되는 미션일수록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자신의 실력을 고려해 미션을 고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미션은 실패해도 게임 진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되거나 미션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 드물게 미션 실패가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미션을 고를 때에는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또 하나 주의할 건 미션 수행시 수입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비가 나간다는 점이다. 머신 건이나 라이플 등 실탄계 무기의 탄약비, 기체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수리비가 보수에서 제해진 체 지급되기 때문에 어렵사리 미션을 클리어했다고 해도 오히려 이런 경비 때문에 적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기체가 입는 대미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헛쏘는 탄이 없도록 미션을 수행,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에 따라서는 동료기와 함께 출격할 수도 있다. 함께 싸워줄 든든한 동료가 있다면 미션 수행이 편해지겠지만, 동료기를 출격시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정해진 금액 내에서만 동료를 골라야 하는 제한이 있다. 동료기를 출격시키지 않으면 그만큼 자신에게 돌아올 보수가 늘어나므로 돈인지 안전인지를 고려해 결정하자.
400개를
넘는 막대한 파츠 수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AC라 불리는 메카닉들을 구성하는 파츠들이다. 이들을 조합함으로써 자신만의 오리지널 AC를 커스터마이즈하는 것이 시리즈 전통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은 전작과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작의 파츠는 모두 등장한다. 여기에다 200 종류 이상의 신규 파츠가 추가되어 놀랍게도 파츠의 총 수는 400개를 넘는다. 이는 그만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AC의 배리에이션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하고, 시리즈 전통의 특징이 배가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파츠들 중에서 주목할 점은 왼손용 무기다. 전작부터 실드나 블레이드 이외에도 중화기를 장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파츠가 적어 실망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에선 머신 건이나 레이저 라이플 등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된 덕분에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양손에 바주카를 장비해 단숨에 상대에게 접근, 동시에 바주카를 발사해서 큰 대미지를 주거나 머신 건으로 상대를 견제하면서 그리네이드 런처로 일격을 노리는 등 전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또한 에네르기 소비 시스템을 폐지한 실드가 등장한 것도 포인트. 이전에는 실드를 펼칠 경우 에네르기를 소비했다. 이 때문에 실드의 효용을 제대로 살릴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새로운 타입의 실드인 경우 에네르기 소비가 없기 때문에 실드의 이용가치도 높아진다. 공격과 방어 모두 무장의 이용가치를 높여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덤이 파츠 증가에 의한 최대 메리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파츠는 샵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 미션 클리어 후에 입수할 수도 있다. 미션의 의뢰주는 AC 파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며 각자의 이익을 위해 레이븐인 플레이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션을 거치면서 의뢰주의 신뢰를 얻으면 새로운 파츠가 개발되었을 때 플레이어에게 제공된다. 파츠를 모으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공헌도가 중요해졌다는 소리다. 아무 생각 없이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파츠를 여간해서는 얻을 수 없다. 최대한 대상기업을 좁히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아리나에서 랭크가 올라갈 때도 파츠가 제공되므로 미션뿐만 아니라 아리나에서의 대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간혹 미션 도중 필드에 숨겨져 있는 파츠도 있는데, 이런 파츠는 대부분 성능이 뛰어나므로 절대 놓치지 말도록.
참고로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파츠는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가 있다면 컨버팅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파츠는 그대로, 자금은 1/10이 되지만 새롭세 시자갈 때보다 훨씬 초반이 편해진다.
▲ 커스터마이즈 자체는 전작과 달라지지 않았다. 파츠마다 있는 제약을 지켜가며 AC를 만들어야 한다 |
▲ 익시드 오비트라 불리는 코어 내장 무기에도 실탄계가 등장한다. 탄이 보충되지 않지만 열 대미지가 뛰어나다 |
무기파손으로
새로운 전략이 가능
상대의 공격에 명중된 경우 피탄된 부위에 따라 무기도 대미지를 받아, 한계를 넘어서면 파손되어 사용불능 상태가 된다. 전작까지는 중장갑 AC로 상대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가며 강력한 무기로 역전을 노리는 전법이 유용했다. 하지만 파손의 리스크를 고려하면 이 전법은 쉽게 사용할만한 것이 못된다. 이는 기동력을 중시한 AC가 선회가 어려운 중량급 AC와 싸울 경우 그 기동력을 살려 상대의 측면으로부터 팔을 공격해 무기를 파괴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소리다. 계속해서 회피하면서 조금씩 대미지를 주거나 단숨에 접근해 블레이드로 공격한 후 이탈하는 전법밖에 없었던 경량급 AC에 새로운 전략이 더해진 것이다.
무기파손을 막고자 한다면 우선 피탄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의 기량이나 무기의 성능, AC의 기동력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무기에 피탄되는 가능성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해진다. 기동력이 없는 중량급 AC라면 강제선회를 가능케 하는 파츠를 장비해 재빨리 상대 쪽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는 오버 부스트로 도망치면서 태세를 바로 잡는 방법도 좋다.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공격 시에 무기를 정면으로 내밀게 되기 때문에 무기에 피탄되기 쉽다. 따라서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짐작해 횡이동으로 탄도를 피하면서 공격하는 전법도 필요해진다.
이처럼 공격하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피탄 조절이나 상대의 방향을 고려하면서 싸울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 이상으로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 소모전을 특기로 할 때 무기파손은 치명적이다. 상대의 위치에 따라 방어를 철저히 하자 |
▲ 무기뿐만 아니라 실드도 파손된다. 어깨 장비도 마찬가지로 파괴되므로 최악의 경우 모든 장비가 파손되기도… |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AI 육성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그리고 가장 열중한 부분이 AI 육성이다. AI 육성이란 자신이 커스터마이즈한 AC를 등록해 두고, 아리나의 전투를 통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시켜 가는 걸 뜻한다. 이 AI를 대전 상대로 삼거나 팀 배틀에서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
육성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리나에서 승리한 상대에게 다시 도전하면 AI의 AC로 전투가 가능해진다. 전투는 전용 필드에서 이루어지며 AI 등록 시의 기체를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데, 이 조작을 AI의 행동 패턴으로서 기록해간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의 나쁜 버릇 등도 멋지게 재현된다. AI 육성의 과정에서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쁜 습관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어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의 실력도 높아지게 된다.
AI는 플레이어의 조작을 매번 기록해 데이터에 덧씌워 간다. 따라서 강한 상대가 되면 많은 조작을 할 수 있게 되어 AI의 육성 스피드도 대폭 상승한다. 단, 강한 상대가 되면 될 수록 자신의 나쁜 습관이 나오게 되므로 반드시 강해진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특정 상대에 대해서만 통용되는 전법이 되어 범용성이 떨어지는 AI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다양한 타입의 AC와 싸워 학습 후에 AI의 나쁜 부분들을 파악해 다음 육성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아리나에서 AI 기체를 조작해 AI 데이터를 덧씌워 가자.
또한 AI를 등록할 수 있는 기체는 한 대뿐이므로 파츠나 무기 장비를 변경하고 싶을 경우 새롭게 AI를 키워야 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AI를 키우고 싶다면 각종 파츠를 모두 구비한 후 시작하자. 게임 초반에는 갖출 수 있는 파츠의 수도 적기 때문에 AC의 커스터마이즈에 한계가 있다. 고성능 파츠를 찾아내 AC 조작에 고민하지 말고 육성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자.
이렇게 육성시킨 AI를 활용하는 모드도 준비되어 있다. 바로 AI ARENA 모드다. 육성시킨 AI를 등록시켜가면 독자적인 아리나를 만들 수 있다. 친구들이 키운 AI를 등록해 각자의 AI를 선보이는 것도 재밌다. 모드 자체는 보통 아리나와 같으므로 순수하게 AI와의 대전을 즐기는 방법도 좋다. 만약 AI 아리나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면 VS MODE에서 AI를 특정화시켜 배틀 로얄이나 팀 배틀을 시도해보자. 역시 특정 친구와 서로의 AI를 파트너로 삼아 대전하면 더욱 재밌다. 참고로 AI를 참가시킬 경우 기본적으로는 대전 필드로 육성 시의 필드밖에 고를 수 없다. i-Link, 인터넷을 통한 대전일 경우 다양한 필드를 고를 수 있지만….
만약 이 게임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구입해보기를 권한다. 게임은 무엇보다 ‘익숙해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 게임에 익숙해지면 커스터마이즈의 재미와 전투의 심오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까? 과거 등장했던 「카니지 하트」라는 게임이 생각난다 |
▲ 일단 시작해보자. 모든 게임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