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바야흐로 국내 PC게임의 전성기로 불렸던 서기 2000년 말, 창세기전 시리즈와 악튜러스 등 유난히도 많은 국내 대작 게임들이 앞을 다투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이런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영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장르와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임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쿠키샵’이었다.
▲국내 경영+RPG 장르의 효시 쿠키샵 |
▲2004년에는 헤어짱 |
초고속 통신망을 타고 어둠의 물결이 PC패키지시장의 거목들을 휩쓸고 있을 때 ‘쿠키샵 2’, ‘코코룩’ 등의 경영+RPG 게임들은 저연령층을 타켓으로 한 마케팅으로 꾸준히 타이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PC패키지시장의 명맥을 이어왔던 것. 그리고 ‘코코룩’을 개발했던 나비야인터렉티브에서 분리해 나온 ‘라디안 소프트’의 처녀작 ‘헤어짱’이 우리들 앞에 등장했다.
경영시뮬레이션과 RPG
육성과 RPG적인 요소로 큰 호평을 받았던 것은 남쪽 섬나라 일본의 육성시뮬레이션 대작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그 시초라 할 수 있으나 하나의 고정적인 장르로 굳힌 것은 gust의 ‘아뜨리에’ 시리즈 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자식사업도 경영이라 볼 수 있겠다 |
무릇 경영(육성)과 RPG의 만남이라고 하면 경영을 골자로 하지만 RPG적인 요소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육성의 재미와 숨겨진 요소(이게 중요!)를 찾는 재미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이 장르의 바이블이라 볼 수 있는 gust의 ‘아뜨리에’ 시리즈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경영(육성)+RPG의 교과서적인 작품 ‘아뜨리에’ 시리즈 |
‘헤어짱’은 이러한 장르의 특징을 잘 이해한 작품으로 마을에서의 진행은 헤어샵의 경영과 관계를 맺고 있고, 게임의 스토리진행은 RPG요소와 관계를 맺음으로 서로의 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게임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융합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을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행을 파악하자 |
▲필드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숨겨진 마법서를 찾아야 한다 |
또한 RPG파트를 통해 주인공인 ‘마조라미’가 필드곳곳에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아, 숨겨진 고대의 헤어마법을 익힐 수 있게 만든 점은 숨겨진 요소의 탐색이라는 기본적인 게임의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한다고?볼 수 있겠다.
동화적인 분위기의 부담없는 게임성
게임은 주인공 ‘마조라미’가 마법학교 졸업시험을 보기 싫어 궁여지책으로 학교의 종탑을 무너뜨렸는데 그 안에서 우연히 ‘지식의 돌’이 발견되고 그 공으로 헤어샵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다소 황당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동화풍의 게임분위기에 섞여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치고 인생역전 |
▲원래 동화란 이런 억지스러운 맛이 있어야 참맛이라나? |
이런 동화스러운 분위기와 간편한 게임스타일, 반복적이면서도 몰입도를 주는 헤어마법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시스템들은 머리가 굳은 올드게이머들에게도 어느정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어린아이에게는 집중력향상을 어른들에게는 인내력향상을…-_-; |
미니게임에 가까운 헤어마법(하지만 이게 게임의 메인)외에 헤어마법에 들어가는 재료, 그리고 다양한 물품의 관리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어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제에 관한 개념을 자리잡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물품을 구입하고 |
▲3개월마다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근로소녀 마조라미...-_-;) |
RPG파트는 쯔바이와 비슷한 액션RPG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얻게 되는 정령마법을 통해 좀 더 다채로운 공격을 지원한다. 하지만 컨트롤보다는 물약이 중요한 사냥시스템 때문에 결국은 단순한 ‘물약 빨기’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부족한 자유도
비슷한 장르의 해외게임에 비해 그래픽과 사운드가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바로 게임의 다양성과 자유도다.
마조라미의 실력이 향상되고 아무리 명성이 올라간다고 해도, 헤어샵은 자신이 스스로 인테리어를 변경하기 전까지는 큰 형태의 변화도 없고 인테리어를 변경해도 추가적으로 확장되는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름데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지만 |
▲알맹이는 그대로 이다...-_-; |
또 판매되는 물건 역시 돈을 벌어 좀 더 비싼 물건을 사서 진열할 뿐 다른 마을에 가서 뭔가 새로운 물건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등의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딜가나 마을회관을 제외하고는 다 똑같이 찍어낸 듯한 마을의 모습 |
▲게다가 상인NPC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다(-_-;) |
각 마을마다 헤어샵의 분점을 만든다거나, 혹은 각 마을마다 숨겨진 헤어마법을 퀘스트를 통해 얻게 한다는 등의 요소를 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또 마조라미의 육성도 RPG파트의 레벨업(그것도 10이 끝이다)이 전부라 육성과 분기에 따른 다양한 멀티엔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다시 플레이 해도 순서의 변화가 없는 헤어스타일의 유행은 경영이나 육성시뮬레이션의 최고의 장점인 반복적인 플레이를 막고 있다.
시작은 초라하나 그 끝은 창대 하리라
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엄청난 게임들을 접하면서 눈만 잔뜩 높아진 게이머들에게는 비록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하나의 타이틀에 서린 개발자들의 피와 땀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의 게임에 서린(?) 개발자들의 피와 땀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
‘헤어샵’은 ‘쿠키샵’이후 꾸준히 국내에 출시된 경영+RPG 장르의 현재이고 이후 나올 게임의 밑거름이 될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비록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게임을 계속 잡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린세스 메이커’ 나 ‘아뜨리에’ 시리즈와 같은 훌륭한 경영(육성) 타이틀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헤어짱! 부디 판매도 짱!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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