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도 설마 이렇게까지 뜰 줄을 몰랐던 게임 ‘팡야’.
“모두의 골프를 따라했다”, “온라인으로 무슨 골프를 하냐”는 등 말도 많았지만 꾸준한 동시접속자 상승과 WCG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이 팡야다. 하지만 정말로 팡야는 모두의 골프를 따라한 카피게임에 불과한 것일까? 그 판단은 게이머 자신이 해야 할 문제지만 눈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직접 플레이해본 뒤에 평가해봐야 한다는 것은 명심하자.
▲골프게임 같지 않지만 골프게임일 수 밖에 없는 팡야 |
골프게임의 대중화를 앞당긴 효시작
일단 팡야의 의미를 정의하면
온라인으로 즐기는 골프게임을 대중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팡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손노리표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코믹스러움과 귀여움이 한껏 묻어나고 있다. 주요 캐릭터를 비롯해 캐디의 모습과 필드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오브젝트 와 코스 디자인까지 매우 익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되면 왠지 익숙한 느낌을 받게된다 |
팡야의 개발사인 ‘엔트리브’는 일반 게이머에게 생소할지 몰라도 그 내막을 알고 있는 게이머나 관계자들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편하기까지 하다. 엔트리브가 바로 손노리에서 분사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팡야의 대중화에는 손노리 스타일의 거부감 없는 캐릭터, 코믹한 내용들로 하여금 게이머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왔으며 골프라는 스포츠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단순화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골프의 대중화를 앞당기도록 유도하는 캐릭터성 |
혹자는 모두의 골프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 물론 이런 논쟁에서 도망칠 수 는 없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 신선하고 독특한 시스템만이 게임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장르에 대해서 변화를 주고 새로운 개념의 살을 덧붙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팡야는 눈으로만 보면 모두의 골프와 너무나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FPS를 둠의 아류작이라고 하는 것과 같으며 RTS는 스타크래프트, 액션 RPG는 디아블로의 아류작이라 주장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단순화시킨 골프, 누구에게나 재미를
위한 디자인
팡야는 골프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도 간단하게 즐기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즉 골프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작은
공을 골프클럽으로 날려 구멍에 넣는다는 룰만 알고 있다면 되는 것이다.
이 단순함은 바로 골프 클럽을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시스템에서부터 시작된다. 비거리야 어떻게 됐든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비거리와 필드 조건에 따른 클럽의 선택이다. 예를 들어 우드와 아이언의 차이와 1번부터 9번까지의 클럽의 특징을 하나하나 따지자면 결국 스포츠게임이 아닌 시뮬레이션이 되고 만다.
▲타이거우즈 PGA투어... 아무리 해도 정이 가지는 않는다 |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순함이 모두의 골프를 따라했다는 평가를 받게 만들었다. 인터페이스의 일부는 모두의 골프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이기에 더욱 쉽게 적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있지만 골프에서 한 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임을 엔트리브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특징을 심어 좋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버리는 현명함을 보여준다.
팡야는 이를 자동화시켜 누구나 힘조절만 하면 기본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홀컵까지 남아있는 비거리는 물론 지금 선택한 클럽으로 공을 날릴 수 있는 최대 비거리까지 구체적인 코스를 보여주는 등 초보자들도 자신이 조금만 더 해보면 고수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게임 디자인이다.
▲단순하지만 골프를 위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팡야의 필드 디자인 |
하지만 팡야는 여기서 몇 가지 의도되지 않은 실수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임팩트 게이지의 캔슬이 가능하다는 점은 게이머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캔슬이 가능하기에 제한시간내에 원하는 힘조절과 임팩트 순간을 맞출 수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긴장감은 떨어진다.
▲누구나 게이지 조절을 통해 팡야를 때릴 수 있다 |
팡야가 온라인게임이 아닌 일반 싱글플레이 게임이었다면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이 대전을 펼치는 팡야에서는 단 한번만의 샷으로 게이머의 실력을 판가름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설마 한때 국민게임이었던 포트리스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위한 시스템은 아닐꺼라 믿고 싶다.
누구나 쉽지만 누구나 고수가 되지는
못한다
앞에서는 너무 쉬운 골프게임이라고 말하고 지금에 와서는
어렵다고 말하는 것 같은 모순점이 생기지만 팡야는 결코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골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팡야가 골프의 룰을 이용해 게임성과 절묘한
밸런스를 동시에 맞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아를 맞추기는 쉽지만 이런 절묘한 샷은 쉽지만은 않다 |
골프는 기본적으로 제한된 타수를 얼마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컵에 넣는가를 겨루는 게임이다. 조금만 팡야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파(제한타수)에 한 홀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버디(-1)를 잡아야 하는 것이 기본목표고 이글(-2) 이상을 넘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필드에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고려하고 자신이 원하는 클럽으로 원하는 위치에 공을 날리기까지 수많은 계산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최단코스를 찾아내기까지 수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팡야의 게임밸런스다.
▲기적의 알바트로스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
경험은 바로 실제 골프와 마찬가지로 샷의 기술과 연결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골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샷이 가능한 팡야에서 기술 하나하나가 익숙해질 때마다 게이머는 더 많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단순한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의한 상황변화의 대처와 고급 기술의 적절한 사용이 게이머를 고수의 길로 이끌게 되는데 그 경험을 얻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플레이방식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스템상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부분 때문에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재 보이는 팡야의 단점이다.
날씨에 따른 그린의 변화와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어느정도 패턴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단순한 필드 디자인덕분에 대부분의 게이머는 특정 필드에서는 특정한 위치와 거리로 스윙하고 게임을 플레이한다. 단지 게이머의 경험에 따라 샷의 정확도가 달라질 뿐이다.
▲결국 버디를 잡는 패턴은 누가 코스를 찾는가 보다는 누가 실수를 먼저하는가다 |
즉 누군가 새로운 필드의 공략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공략법에 따라 누가 더 정확하게 샷을 날리는가에 따라 승부는 거의 판가름 난다. 이러다 보니 게이머들의 강제종료율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골프대회가 열리는 메이저 골프장은 매년 코스를 수정하면서 골퍼들에게 연구의 대상이 된다. 즉 이전 대회에서 벙커의 위치가 쉽게 공략이 가능했다면 필드디자이너들은 역으로 골퍼의 허를 찌르는 곳에 벙커를 재배치하거나 미묘한 경사각조절 등으로 괴롭히지만 팡야는 단지 그린위에서 홀컵의 위치 변경으로 퍼팅 밸런스만 조절하고 있다.
▲코스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료 미묘하다--; |
어느정도 자유로운 패치가 가능한 온라인게임이라면 고정된 필드에서 다양한 필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모두가 ‘아니오’할 때 ‘예’라고 말한
게임
팡야를 처음만든다고 했을때 그리고 골프를 소재로 온라인게임을
만든다고 했을때 팡야의 성공을 점친이는 거의 없었다.
골프를 통해 게이머 스스로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캐릭터를 남들과 차이가 날 정도로 성장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귀여운 캐릭터에 치장 아이템을 도입해 아바타 게임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몇몇 있었다.
하지만 팡야는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함으로서 골프의 사실적인 재미와 허구의 재미를 쉽게 느끼게 해줌으로서 성공했다. 특히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게임에서 실현 시킬 줄은 글쓴이마저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야....야구인가 골프인가! |
무슨 소리냐고? 설마 야구배트를 가지고 골프하리라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물론 있었다(--). 필자의 군생활 시절 박세리의 우승으로 골프 열풍이 일어났다. 그때 전 장병이 쉬는 시간마다 미니골프를 즐겼는데 준비물은 단 2가지였다. 바로 야구방망이, 테니스공으로 공을 굴릴 수 있는 도구라면 그것이 쇠파이프든지 삽이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팡야에서는 이런 즐거운 상상을 게임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장난을 게임에 넣음으로서 골프라는 생소한 스포츠를 친숙하게 만든 생각의 전환은 손노리라는 괴짜 개발사에서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팡야는 패러디가 아닌 오마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팡야와 모두의 골프를 놓고 비교해보자. 팡야는 모두의 골프의
카피게임인가? 아니면 패러디 게임인가? 이문제의 답은 모두의 골프의 원산지인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팡야는 일본에 진출해있는 상태로 많은 일본 게이머들도 플레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 게이머들은 팡야가 모두의 골프를 따라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더이상 베끼기 게임이라고 말하지 말라!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골적으로 ‘팡야가 모두의 골프를 베낀 것 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때 돌아온 답변은 “글세요. 비슷한 점은 있지만 전혀 다른 게임으로 느껴집니다”였다.
이유는 단 한가지. 모양은 비슷하지만 게임성이 다르다는 것이 일본에서의 평가다. 오히려 팡야의 캐릭터성으로 인해 색다른 골프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이 일본 게이머들의 플레이 성향이었고 이제 한국에서도 제법 긴 시간동안 서비스를 하면서 이런 논쟁은 서서히 사그러졌다.
팡야에 바라는 점
지금
상황에서 팡야가 해결해야할 것은 부분상용화를 채택함에 있어 아이템의 적절한 밸런스
조절이다.
부분상용화가 되면서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아이템에 따라서 극심한 실력편차가 생기게 됐다. 물론 돈을 지불한 게이머가 좀더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게임의 밸런스가 아이템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게임성을 깍아버리는 행위일 것이다.
▲금단의 물약 리스트 |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새로 생긴 필드인 ‘위즈위즈’. 고급 사용자를 위한 맵이라고는 하지만 이 맵은 대놓고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맵으로 인식될 정도다. 물론 다른 필드에서 게임을 즐기면 되겠지만 게이머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기 마련이며 이런 속성을 이용한 장사는 너무나 속보이는 것 아닐까?
차라리 다양한 모드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용하게 해준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필드 공중에 원형 링을 세워놓고 통과시키면 보너스 점수를 주지만 이를 위해서는 아이템을 사용하게 만드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승부에는 영향이 없지만 게이머에게는 뭔가 이득을 줄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안을 것이다.
▲구멍에 공을 넣기까지의 과정에 이벤트성 시스템을 추가했으면... |
아이템이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게임성을 해치는 지름길이며 우리는 이런 게임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이런 게임은 결국 수명이 짧고 쉽게 잊혀지게 된다.
팡야는 대표적인 골프게임인 타이거우즈 PGA시리즈, 링스 시리즈도 잡지 못한 한국 게이머들을 사로잡고 있다. 왜 게이머들이 팡야를 선택하고 애정을 갖고 있는지 개발사 스스로 파악하고 더욱 확고한 온라인 골프게임의 효시작으로써 굳힐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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