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2P기술이 발달하고 각종 에뮬레이터나 대전액션 사이트 등 온라인으로 대전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격투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온라인 대전’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온라인 대전’에 사용되는 게임의 대부분이 기존의 아케이드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일 뿐, ?‘온라인만의 독창적인 요소’가 있는 대전액션게임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대전액션 붐을 조성한 포포루 역시 아케이드의 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것뿐이다 |
그러던 중 드디어 ‘전통 온라인 대전액션’을 외치는 게임이 등장했다. NHN에서 내놓은 권호가 바로 그것. 아직 미개척분야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대전액션’에 당당히 뛰어든 게임, 권호를 만나보자.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
손맛을
살려라!
대전액션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타격감’, 좀 더 친숙한 말로 표현하자면 게임의 ‘손맛’이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등장한 게임이라고 해도 ‘대전액션 = 타격감’이라는 기본공식만은 깨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손맛’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 특히 ‘맞고 때리는 순간’의 그래픽과 사운드다. 권호는 이것을 타격이 성공할 때 나타나는 화려한 이펙트와 다소 과장된 캐릭터의 액션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
▲손맛을 주는 첫 번째 요소. 이펙트! |
▲두 번째 요소인 과장된 액션. 정말 아파 보인다! |
특히 기존의 철권시리즈에서 사용되던 타격 이펙트는 공격의 강도와 타격지점 등을 한눈에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통쾌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타격이 성공할 때마다 울리는 강렬한 효과음도 한몫을 거든다.
▲타격감이 살아있다! |
키보드로도 잘만 되더라!
그리고 대부분의 유저가 우려하던 조작법 역시 만족스럽다. 권호의 기본적인 조작법은 P, K G(각각 펀치, 킥, 가드)의 세 가지 버튼을 이용한 버추어파이터식의 조작을 따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눌러야 하는 버튼의 수가 적고 입력이 용이한 편이다.
▲버파와 철권을 적당히 섞어 놓은 느낌 |
그리고 커맨드의 입력을 쉽게 해주는 선입력(해당기술의 다음 버튼을 미리 눌러두는 것. 예를 들어 PPK를 입력할 경우 P의 행동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 PK를 입력해도 PPK가 순서대로 나간다)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키보드의 특성상 동시에 3가지 이상의 버튼 입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고, 선입력 해놓은 커맨드를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버튼을 한 번만 더 눌러도 의도하지 않는 기술이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앞의 문제야 키보드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지만 선입력에 관한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버추어파이터의 경우 가드버튼으로 선입력을 취소할 수 있었다 |
▲키보드로 입력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커맨드도 있다 |
두 마리의 토끼.
캐릭터의 성장과 밸런스
아무리 잘 만든 대전액션게임이라도 온라인으로 등장한 이상 ‘오랜 시간 동안 유저들을 잡아 놓을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플레이타임이 짧은 대전액션게임에서 오랜 시간의 접속을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권호는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바로 캐릭터 성장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는 대전액션이라는 장르로서는 매우 위험한 시도다. 개인 간의 컨트롤을 겨루는 대전액션게임에 캐릭터의 레벨과 능력치가 개입되면 자칫 게임의 목적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전액션에 스킬트리라니!! |
그러나 다행히도 권호는 이런 ‘캐릭터의 성장에 따른 즐거움’과 ‘밸런스’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레벨 업을 통해 능력치를 올리고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지만 그 효과가 게임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레벨이 5이상 차이나는 태권도 유저 두 명과 연달아 대결을 벌렸지만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을 정도다.
그나마 스킬의 경우 직접적인 차이를 느낄 수는 있지만 대전액션게임의 특성 상 스킬 한 두 개로 승패가 뒤바뀌는 일은 없다. 결국 캐릭터의 성장에 따른 밸런스의 파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보통의 대전게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캐릭터의 성장을 중요시해서 밸런스’를 망치거나 ‘밸런스를 위해 캐릭터의 성장을 없애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권호의 성장시스템은 두 가지의 절충점을 잘 찾아낸 느낌이다.
▲성장도 가능하고 |
▲초반부터 대부분의 스킬을 쓸 수도 있다! |
나는 짠손이 싫어요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권호 역시 3D 대전액션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속칭 ‘짠손’의 남발과 특정 기술의 판정이 지나치게 좋다는 점이다.
단순한 ‘짠손을 통한 견제’야 3D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권호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치다. 어지간한 기술은 무시할 정도로 짠손의 판정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횡이동 중 하단가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하단공격을 해온다면 측면이동을 통한 격파도 불가능하다 |
또한 각 캐릭터마다 지나치게 판정이 좋은 기술이 2~3가지씩 있기 때문에 실제로 대련에 들어가면 짠손 플레이와 판정이 좋은 몇 가지 기술만을 남발하는 단순한 대전이 자주 벌어진다.
아직 오픈베타테스트이니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판정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짠손이 지나치면 이런 모습도... |
▲기술의 판정만큼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
몰입할
가치가 있다!
철권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공중콤보부터 사람의 피를 말리는 심리전까지, 처음으로 시도되는 온라인 대전액션이라지만 권호의 퀄리티는 기존에 나온 대전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그동안 대전액션게임에서 금기시 되어왔던 캐릭터의 성장을 도입하면서도 게임의 밸런스를 크게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점은 온라인이라는 특성과 대전액션이라는 장르를 충분히 고려한 뛰어난 판단이었다.
▲팀 대전을 구현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 다른 사람이 싸우고 있는 동안 시끄럽게 떠들어 주자! |
물론 아직까지 편파적인 판정 때문에 다양한 스킬이 사용되지 못하고, 특정 직업으로 인원이 몰리는 등 수정해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권호는 이제 막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게임인 만큼 앞으로 충분히 수정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온라인으로 펼치는 얼굴도 모르는 유저와의 대전’은 더 이상 꿈의 플레이가 아니다. 온라인게임에 ‘대전액션’이라는 새로운 개척지를 보여준 게임, 권호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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