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배틀필드: 스페셜 포스 외에 이렇다할 총기액션게임의 발매가 없었던 차에 등장한 갱스터 액션게임 25 투 라이프. GTA를 연상시키는 게임의 그래픽과 소콤과 같이 3인칭 시점으로 진행하는 액션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발매 전부터 화려하게 소개됐던 만큼 게임의 완성도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
▲총기난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게임, '25 투 라이프' |
그래픽은 심하게 뽀샵처리 한거냐?
그동안
공개된 동영상이나 스크린샷에서는 평범한 최신게임처럼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의 그래픽은 말도 못할 수준으로 떨어져 보였다. 그래도 시점변경이나 다소 나은
캐릭터 움직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난 주 소개한 ‘데몬벡터’보다 높은 점수를
준다. 그래픽만 본다면 게임은 GTA시리즈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자유도로 승부한
GTA의 게임성보다 더 떨어져 보이니 말 다했다 하겠다.
멀리서 바라보거나 건물의 옥상에서 지면의 건축물들을 보는 전체적인 그래픽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사물에 가까이 다가서면 구조물에서 질감은 느껴지지 않고, 때때로는 종잇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은 밋밋하며, 플레이화면보다 동영상의 퀄리티가 더 떨어져 실질적으로 게임속에서 볼 거리는 없다고 하겠다. 유리가 깨지는 장면과 자동차나 드럼통이 폭발하는 장면은 그러한 실망감을 더해준다. 그나마 주인공이 치명상을 입어 화면이 흐릿해지거나 연막탄이 터져 시야가 가려지는 것, 총알의 궤적이 표현되는 요소는 게임의 액션감을 잘 살렸다고 하겠다.
듣고 있으면 절로 흥이 나는 배경음악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 사운드를 꼽겠다. 게임에는 해외 유무명 뮤지션들의
앨범에 수록된 힙합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듣고 있는 것 자체로 흥분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또 적들과 대치한 상황에 따라 음악크기를 자동조절해 플레이템포를 조정한
점, 게임곳곳에 산재해 있는 CD플레이어를 조작해 배경음악을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은 게이머를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경쾌한 음악부터 침울한 음악까지
매우 다양한 정서를 대변하는 배경음악이야말로 게임의 가장 큰 매력!
동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음성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났다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서만큼은 원래의 제작의도에 맞게 잘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종 동영상과 따로 흘러나오는 음성은 게임의 질을 떨어뜨려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총소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폭발음 등의 효과음은 아주 생동감이 넘치지도, 전혀 어색하지도 않게 그 상황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적당히 표현됐다.
조작은 쉽지만, 스피드는 안 느껴져
일단
조작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다고 하겠다. 왼손으로는 키보드를 조작해 캐릭터의
이동을 행하고,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여 총을 쏜다거나 무기를 교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수류탄을 던지거나 정조준, 앉거나 상체만 벽 밖으로 내미는 등의
조작도 왼손 안에서 모두 이뤄져 조작의 편의를 도왔다(참고로 움직이면서 스크린샷을
찍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반면 그런 조작에 따른 캐릭터의 움직임은 좀 느린 느낌이었다. 카스나 언리얼 토너먼트와 같은 스피드를 기대했다면 큰 착각! 게임화면에서는 분명 뛰고 있는 모습인데, 마치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는 소콤과 비슷하지만, 세밀한 움직임을 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은 소콤보다 떨어진 조작감을 보여줬다.
적을 쓰러뜨릴 때만 느낄 수 있는 타격감
총기를
주로 사용하는 게임인 만큼, 총알에 맞은 타이밍에 맞춘 동작만 취해주면 적절한
타격감을 줬다고 얘기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적을 사격해 쓰러뜨릴 때는 날아가는
적의 동작을 보며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헤드샷을 날렸을 때,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은 묘한 쾌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총에 맞거나 주변사물이 폭발했을
때 전혀 미동도 없는 게임화면에서 다소 생동감이 떨어졌다.
자동차를 향해 총을 쏘거나 TV나 나무상자와 같은 배경사물을 가격하면 별다른 효과가 없어 또 아쉬움을 남겼다. 적어도 사물이 파괴되는 중간과정이라도 표현했더라면 더 생동감있는 연출을 기대할 수 있었을텐데, 기껏해야 폭발 후 불길이나 연기가 나는 정도였다. 단지 적을 총으로 맞췄을 때만 느껴지는 타격감은 향후 유사게임 개발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보인다.
평이한 난이도, 무기와 구급약은 너무
많아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한 난이도를 제공한다. 조금
어렵다면 여경찰 멘도자를 쓰러뜨릴 때 스왓팀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과 마지막에
숀과 그의 일당을 쓰러뜨리는 정도. 그 밖의 부분에 있어서는 게임 곳곳에 배치된
구급약과 탄통을 통해 체력과 무기의 압박없이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선택한 난이도에 따라 적의 움직임과 아이템의 효용이 달라지지만 수많은 구급약과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새로 입수하는 무기는 게임 전체적인 난이도를 낮추는데 한
몫 했다.
깡패로 플레이할 경우 인질을 잡는 액션을 취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른 이점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인질은 아랑곳않고 마구 총을 쏘는 경찰들은 복장만 다를 뿐, 깡패와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한편,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 외에도 중간중간 지정된 포인트에서 자동세이브가 돼 게임오버에 대한 부담감을 낮췄다.
복수를 소재로 한 단순한 스토리, 욕설만은
제대로 표현
GTA를 표방했다면 자유도가 높아야 하겠지만, 게임은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또 게임의 공식 트레일러에서는
경찰과 깡패, 두개의 상반된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비중있게 다뤘는데 반해, 정작
게임에서는 깡패들의 시점만을 강조해 뭔가 속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단방향의
시간선상에서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교대해 진행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 수년
전과는 달리 갱게임이 대중화된 현실에서, 단순한 스토리와 식상한 소재의 25 투
라이프는 게이머를 끌어들이기 힘든 요소를 모두 갖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5 투 라이프가 아무리 식상하더라도 갱게임임에는 틀림이 없다! 게임속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뻑(FUCK)’을 꼽을 정도로 25 투 라이프에는 수위높은 욕설과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갱조직을 탈퇴하려다가 친구 숀의 배신으로 감옥신세를 지게 된 주인공 프란시스와 숀을 검거하려다가 부패한 여경찰 멘도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경찰관 브라운. 서로 안면은 없지만 하나의 사건에 연관된 이 두 명의 이야기가 게임의 핵심이다. 얽히고 설킨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피가 피를 부르는 복수극! 게임은 나름대로 범죄스릴러에 ‘복수’라는 코드는 잘 살렸다.
아무 것도 없는 시스템, 오로지 총격전만을
강조!!
게임의 시스템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좀 더
강한 무기를 입수해 적들을 쓰러뜨리고, 체력이 바닥나면 구급약을 찾아서 먹으면
그만이다. 닫혀진 문은 열면 되고, 구멍은 앉아서 통과하면 된다. 사다리가 나오면
오르내리고, 전기가 흐르는 장애물은 피하거나 데미지를 감수하면 그만이다.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기교체와 이동 뿐! 캐릭터 성장이나 아이템 요소는 없고,
게임은 순전히 총격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단순한 시스템이다 보니, 옵션을 조정하거나 미션목표를 확인할 경우가 아니라면 메뉴창을 띄울 일도 없다. 또 맵이라고는 가까이 있는 적과 아군, NPC들의 대략저인 위치를 표시한 레이더밖에 없어 썰렁함을 더한다. 어차피 한방향으로만 진행하게끔 스테이지를 구성해 전체맵이 없어도 큰 불편함은 없지만, 맵을 보고 건물 구석구석을 뒤지는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총격전자체는 꽤 흥미진진하게 구성됐다. 특별히 많은 무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권총과 쌍권총, 기관총 등 다양한 총기를 사용가능해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 밖에 수류탄과 연막탄 등의 투척무기, 몽둥이와 나이프, 망치 등의 근접무기를 등장시켜 좀 더 다양한 액션을 연출토록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스텁스 더 좀비’를 연상시키는 듯한 체력게이지 표시는 현장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배경과 잘 어우러졌다.
스토리보다 더 재미있다, 화끈한 멀티플레이
정작
스토리보다 더 재미있는 부분이 게임의 멀티플레이다. 최대 16명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된 멀티플레이는 2개의 팀을 이뤄 화끈한 총격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토리 상 즐겨봤던 스테이지에서 게이머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멀티플레이의 묘미! 멀티플레이에서는 각종 장애물을
이용해 다른 플레이어를 농락하면서 기뻐할 수도, 헤드샷을 당해 머리가 없어진 자신의
캐릭터를 보고 비참해 할 수도 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비교적 쉽게 즐긴 싱글플레이와는 차원이 다른 난잡한 전투도 펼칠 수 있다. 전투는 적에게 지그재그로 돌진해 총기난사를 하는 패턴이 주로 사용되지만, 상대방의 특성을 파악하면 팀원들과 함께 전략적인 작전도 펼칠 수 있다. 제한된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상대를 쓰러뜨리고, 죽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평가되는데 승패에 따라 자신의 계급을 높여나갈 수도 있다. 대기시간 동안에는 동료팀원들의 플레이를 감상할 수도 있어 자신의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게임을 실행한 상태에서 간략한 정보입력만 거치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몰입의 요소는 충분, 초보게이머에게
적합
듣고 있으면 절로 흥분을 일으키는 힙합음악!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5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는 분량의 심플한 스토리! 기관총을 난사하며 적들을
등장하는 족족 쓰러뜨리는 쾌감! 도심의 뒷골목, 지하철역과 은행, 저택, 주차장,
시장, 카지노 등 다양한 무대! 팀을 이뤄 생동감있는 전투를 펼치는 멀티플레이!
이런 점들이 어울려 게임은 보이는 것과는 달리 게이머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투박한 그래픽과 식상한 소재, 단순한 시스템은 코어게이머들에게까지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FPS게임을 많이 접하지 않은 초보게이머나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오랜만에 멀티플레이에서 혼을 불태운 만큼, 개인적으로 꽤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것 같다. 멀티플레이를 처음 한 필자를 10연속 KO시킨 블랙도그(black-dog), 실력을 키워 꼭 맞짱뜨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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