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팅업: 컨텐츠 언더 프래셔’는 세계적인 그래피티아티스트 마크 에코(Marc Echo)씨가 실제로 체험한 삶을 소재로 개발돼 발매전부터 화제를 모은 액션게임이다. 게임은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돼 콘솔 뿐만 아니라 PC판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그래피티를 게임속에서 직접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도시인의 자유를 표현한 게임, '게팅 업: 컨텐츠 언더 프레셔' |
도시의 분위기를 표현, 감정이 느껴지는
얼굴
게임의 그래픽은 수많은 그래피티 작품들이 등장하는 만큼 다채롭고
화려하다. 힙합음악을 소재로 한 게임 중 얼마전 리뷰했던 25 투 라이프와 비교할
때, 배경이나 캐릭터디자인이 월등히 좋은 편이다. 아주 실사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은
아니지만, 배경화면은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색상과 질감을 입혀 꽤
입체감있게 구성됐다(상점과 같이 미미한 굴곡이 있는 부분은 평면으로 처리된 경우도
있다).
배경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캐릭터의 얼굴표현이다. 신체나 얼굴의 윤곽은 다소 각이 지고 밋밋하게 표현됐지만, 캐릭터 얼굴은 꽤 정교하게 표현됐다. ‘실제같다’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눈동자와 얼굴의 그늘, 피부의 거칠함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 동영상은 실제플레이화면과 동일한 퀄리티의 영상을 수록했지만, 흥미롭게 연출됐으며 무엇보다도 플레이화면에서 인물과 배경이 어색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다.
조작은 어렵지만, 움직임은 부드러운
편
이미 아타리는 여러 게임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의 주고객층은
콘솔게이머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즉, 전용컨트롤러를 통해서만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 PC판 역시 전용컨트롤러를 사용할 땐 조작이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마우스로 행하는 시점이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크게 움직여 목표로 한 곳을 응시하기가 어렵고, 키보드 조작은
왼손 하나로 다 커버하기 힘들 정도다(동시에 눌러야 하는 버튼이 여럿 있는데, 왼손만으로
2~3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기가 쉽지 않다).
게임속에는 파이프를 타고 오르내리고, 난간에 바짝 기대거나 매달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액션이 자주 등장한다. 또 점프를 뛰어 맞은편의 아슬아슬한 장소로 이동해야되는 경우도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페르시아의 왕자 3에서 보여줬던 주인공의 액션과 비슷한데, 실제 움직임 역시 그와 별반 다를게 없다. 움직임은 부드럽지만, 페르시아의 왕자만큼 빠르고 역동적인 액션은 없는 정도. 비슷한 개발시기를 가져 아류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 평범한 효과음은
아쉬워
게임은 주로 적들을 물리치고, 그들이 그려놓은 그래피티 위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두가지 작업이 대부분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전투는 게임속에서 그래피티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킥과 펀치를 이용해 상대에게 콤보를 먹이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상대를 잡은 후
연계기를 펼칠 수도 있다. 또 무기를 사용하거나 상대의 공격을 피해 반격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특정한 인물들과 겨룰 경우엔 조르기나 날라차기 등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속에는 웬만한 액션게임 못지않게 다양한 액션이 등장한다. 여기에 타격감도 괜찮은 편이라 정작 게임의 핵심인 그래피티보다 전투에 더 흥미를 느낄지 모른다. 각목, 방망이, 쓰레기통 뚜껑 등의 무기로 적을 가격할 때나 적을 잡아 벽으로 던져버릴 때의 임팩트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또, 적의 공격을 받아 넘어지면서 주변사물이 함게 부숴지는 것 또한 타격감을 높여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효과음이 배경음에 묻혔다는 것. 눈으로는 타격감이 느껴지지만 귀로는 그렇지만도 않다.
한편 게임은 ‘GTA: 산 안드레아스’에 출연했던 성우들 중 일부를 게임속 성우로 채용했는데, 주인공의 독백장면이나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장면에서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성우 외에도 게임속에는 다양한 힙합음악이 수록됐는데, 메뉴화면에서 아이팟(‘1’키)을 사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점은 신선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중 배경음은 적막하지 않을 정도. 달성률 따라 아이팟에서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점은 수집욕을 높여준다.
적절한 밸런스
게임은
시나리오를 진행할수록 점점 더 강력한 적들을 등장시켜 적정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한다.
게임초반부는 다양한 액션에 대한 튜토리얼 형식으로 적들과 전투를 펼치며, 이후에는
동시에 출현하는 적의 숫자가 늘어나거나 무기를 사용하는 적들이 등장한다. 적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맞게 주인공은 그것들을 빼앗아 되려 공격할 수도 있으며,
적재적소에 비치된 스프레이통을 입수해 체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액션을
펼치는가에 따라 데미지의 차이를 크게 해 주변사물을 이용한 전투를 펼치게끔 유도한다.
그래피티를 행하는데 있어서는 작품의 크기와 잘못그린 부분, 시간제한을 두어 평가에 차이를 두었다. 특정한 장소에서 어떤 크기의 작품을 그려넣을지 게이머의 센스도 필요하며, 시간안에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스프레이의 사용과 보충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또 한 곳만 너무 오래 그리다보면 큰 점이 남아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F’키를 사용해 오브젝트(그래피티를 행할 장소)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곳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는 게이머가 스스로 생각하게 한 점도 난이도를 적당히 높여줬다.
소재는 신선하지만, 지루해지기 쉬워
그럼
게임은 재미있는가? 일단 대답은 신선하지만 썩 재밌지는 않다는 것이다. 먼저 게임의
스토리는 바로 앞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전투 역시
미션별로 다양한 외모와 무기를 지닌 적들이 출연하고, 적들이 펼치는 새로운 액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하지만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그래피티를 완성하는 과정은 지루해지기 쉽다. 비슷한 모양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어떤 것들은 도저히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은 위치에 있다. 이 중 중요한 것들을 빠뜨리면
스토리진행이 안되니 그래피티를 하는 행위는 어느새 자유의 표현보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다가온다.
발매된지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콘솔로 나왔던 젯셋라디오와 비교가 되는 게임이다. 이 둘은 똑같이 그래피티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속도감이나 음향효과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사실적인 스토리와 움직임에 기반을 두고 제작된 것도 좋지만, 이동을 좀 더 빠르게 해 속도감을 더하고 그래피티의 달성정도에 따라 다른 효과음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대체로 평작 이상의 잘 만들어진 수작이지만, 좀 더 흥미요소를 부각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운 게임이다. 그 밖에 게임은 달성률에 따른 다양한 특전을 수록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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