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로 단순히 게임만 즐기던 시대는 지났다. 게임 기능을 넘어서 멀티미디어 장비로 거듭난 휴대용 게임기들은 이제 전문 학습용 장비들의 경계선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PSP와 NDS용으로 출시된 타이틀을 통해, 휴대용 게임기가 어떻게 학습용으로 쓰일 수 있는지 살펴보자.
요즘에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PSP 등의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PSP를 들고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휴대용 게임기들은 음악과 동영상, 인터넷 등 단순한 게임 기능을 넘어서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장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요즘 출시되는 휴대용 게임기들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학습용이다. 이번 시간에는 대표적인 휴대용 게임기인 소니의 PSP(Playstaion Portable)와 닌텐도의 NDS(Nintendo DS)용으로 출시된 학습용 소프트웨어를 살펴보고,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PSP - 토크맨(TALKMAN)
장르 : 엔터테인먼트 툴 |
소니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토크맨’은 PSP의 가능성을 보여준 타이틀이다. USB 단자에 외장 마이크를 연결해 PSP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이 소프트웨어는, 원하는 표현을 4개 국어로 통역해줌은 물론 발음 교정을 위한 게임까지 포함하고 있다.
PSP가 통역기로 변신한다
자신이 주로
쓰는 언어를 고른 뒤 마이크 테스트를 거치고 나면, 메인 화면에 들어갈 수 있다.
Start 키를 누르면 ‘말하기 모드’와 ‘게임 모드’의 메뉴가 나온다.
‘말하기 모드’는 외국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을 상황별로 나누어 그에 맞는 대화를 가르쳐준다.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통역 프로그램에 가깝다. 한국인 A가 일본에 여행을 가서 지하철역을 찾는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토크맨의 시스템을 한글 모드로 설정하고 말하기 모드로 들어간 뒤, 상대방의 언어를 일본어로 선택한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다양한 상황들을 제시해주는데, 그 중에서 ‘지하철’을 고르면 된다.
이제 □ 키를 누른 채 원하는 한국어 표현을 말해보자. 토크맨 안에 그와 비슷한 표현이 들어있다면, 그에 맞는 일본어 표현을 찾아준다. 상대방의 대답이 필요한 표현이라면 토크맨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맞는 대답을 직접 고르게 하자. 그 표현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들려준다.
말로 입력해서 원하는 표현을 찾을 수 없다면, R2 키를 눌러 ‘컨닝 페이퍼’ 모드로 들어가면 된다. 컨닝 페이퍼 안에는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표현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캐릭터인 맥스는 해당 표현에 맞는 여러 가지 동작을 보여준다 |
▲현재 대화의 상황에 맞게 배경의 캐릭터들도 바뀐다 |
듣고 말하면서 논다!
메인
화면의 ‘게임 모드’에서는 ‘듣기 게임’과 ‘발음 게임’ 등 두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듣기 게임은 일종의 듣기평가로, 몇 가지 예제를 읽어준 뒤 그 중에서 발음과 맞는 표현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짧은 단문으로 된 표현이라서 문제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게임 속의 숨겨진 요소들을 찾으려면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진행해야 하므로 게임 전체의 난이도는 상당한 편이다.
시험을 보기 원하는 언어에 따라 게임 캐릭터인 맥스의 복장이 바뀌고, 게임을 계속 진행하다보면 흥분한 맥스가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등 잔재미도 쏠쏠하다. 듣기 훈련은 물론 단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발음 게임은 맥스가 제시하는 표현을 USB 마이크에 말하면 그에 대한 평가를 내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박또박 끊어 읽는 발음보다 억양과 스피드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발음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듣기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든 테스트에서 A급 판정을 받지 않으면 보너스 요소들을 찾을 수 없다. 한 과목 당 5문제가 출제되는데, 5문제에서 전부 A를 받으면 퍼즐 조각을 하나 얻을 수 있다. 퍼즐을 전부 모아 그림을 완성하면 숨겨진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언어를 중국어로 설정하면 맥스의 복장이 이렇게 바뀐다. 한국어 모드에서는 갓과 도포를 입고 나온다 |
▲발음 게임의 난이도는 무척 높다. 대충 얼버무려 말했다가는 이런 반응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
아쉬운 점이라면, 대사를 UMD에서 직접 읽어 들이므로 로딩이 잦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어 표기에 한자 독음을 달지 않았고 중국어에도 영어식 발음 표기가 없어 모르는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파악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해당 언어의 사전과 함께 쓰는 쪽이 좋을 듯하다.
NDS - 터치딕(Touch Dictionary)
장르 : 학습용 소프트웨어 |
터치딕은 국내에서 NDS용으로 발매된 유일한 학습용 타이틀이다. 부가 기능보다는 게임 자체에 충실하자는 닌텐도의 방침에 맞게, 이 타이틀은 전자사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전자사전과 계산기만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구성이지만, 그 안에 의외로 쏠쏠한 재미가 녹아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완벽한 전자사전을 구현
NDS의
터치딕은 일반 전자사전을 뛰어넘는, 완벽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음악 감상, 게임, 전자수첩, 세계시간 등 필요 없는 기능을 전부 삭제해 부팅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업 중에 빠르게 단어를 검색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잘 어울린다.
터치딕이 일반 전자사전보다 쓰기 편한 것은 두 개의 스크린과 하단의 터치스크린 덕분이다. 하단의 터치스크린에는 단어 입력창이 표시되고, 상단의 스크린에는 단어의 검색 결과가 표시된다. 하단의 터치스크린은 전용 펜으로, 상단의 검색 결과 표시 창은 L1키와 R1 키로 조작할 수 있다. 두 개의 화면이 따로 표시되기 때문에, 다른 단어를 검색하면서도 이전에 검색된 단어를 편하게 볼 수 있다.
제품 자체의 사전도 여느 전자사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e4u 영한사전과 e4u 한영사전, 시사엘리트 일한사전, 민중 엣센스 신 한일사전, 대한민국 나라말 사전 등 5개의 사전이 포함되어 있다. 초기 제품은 한글 받침 입력에 관한 버그가 몇 가지 보고되기도 했지만, 현재 출시중인 ‘국어사전 증보판’에서는 해당 버그가 수정되었다.
▲터치딕은 상단의 모니터와 하단의 터치스크린이 조합된 NDS의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
검색 옵션이 재미를 더해
특이한 점은
전자사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옵션 설정 화면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터치딕의
옵션 설정은 단어를 검색해야 찾아낼 수 있다. 화면의 배경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싶다면 사전에서 ‘RED’를 검색하면 된다. ‘ANIMAL’을 검색하면 버튼의 터치음이
동물 울음소리로 바뀌고, ‘DEFAULT’를 검색하면 소리가 초기 설정 값으로 돌아간다.
‘MUSIC’ 단어로 바뀌는 버튼음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다.
어떤 단어를 입력하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100%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유저들이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단어를 입력하면서 숨겨진 옵션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BLUE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단어 입력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
PSP - 핸딕
장르 : 학습용 소프트웨어 |
PSP용 핸딕은 PSP로 출시된 유일한 전자사전이다. 전자사전과 함께 HTF 형식으로 만들어진 E북을 읽을 수 있는 기능, 단어장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약 15만 단어의 영한사전, 10만 단어 수준의한영사전, 1만 5천 개 이상의 단어가 들어 있는 한영 숙어 사전이 포함되어 있어, 일반 전자사전과 비교해도 무난한 수준이다.
전자사전 대용으로 쓰기는 힘들어
PSP를
갖고 있는 유저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 타이틀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전자사전
대용으로 핸딕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단어를 입력하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입력 방식이 조이스틱과 아날로그 스틱, 몇 개의
버튼이 전부인 PSP로는 수십 개의 자음과 자모를 입력하기 힘들다. 따라서 휴대폰에서
자주 쓰는 자음과 자모의 조합 방식을 쓰는데, 기본적으로는 삼성 휴대폰의 천지인
한글과 비슷하지만 커서 버튼과 아날로그 버튼, 심지어는 Select 버튼까지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으면 쓰기 불편하다.
초기 로딩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도 문제다. 처음 UMD를 넣고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시간까지 1분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급하게 단어를 찾아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전원을 켰을 때 이전 상태로 바로 돌아가는 PSP의 자체 기능으로 한 번 로딩을 마친 뒤에는 거의 로딩이 없지만, 이런 경우에는 UMD를 뺄 수 없기 때문에 PSP를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게 되어버리는 불편함이 남는다.
▲핸딕의 인터페이스는 일반 전자사전보다도 깔끔하다 |
▲빛과 소리를 이용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아인슈타인 기능이 포함된 ‘에이원프로 아인슈타인’ 전자사전. 로딩시간은 무난한 수준이다 |
그래도 전문 학습기를 찾는다면
휴대용
게임기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전문 학습장비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지난 1월 외국어 교육업체인 윈글리쉬닷컴(www.winglish.com)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저들이 외국어 학습장비로 가장 선호하는 학습기기는 MP3 플레이어인 것으로 밝혀졌다. 2위는 전자수첩, 3위는 PMP가 차지했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씩 갖고 있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학습용 장비를 찾는다면 전자사전 쪽에 눈을 돌려보자. 최근 출시되는 전자사전에는 사전 및 단어장 외에도 일정 관리, MP3 재생, 동영상 재생,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니 다기능 멀티미디어 장비를 원하는 유저라면 구입 전에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다.
순수하게 두꺼운 사전 대용으로 전자사전을 구입하는 유저라면, 가급적이면 로딩이 짧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풀 컬러의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자랑하는 전자사전들 대부분은 로딩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매장에서 실제로 사용해본 후 구입하도록 하자.
MP3 플레이어용 어학 서비스나, PMP를 이용한 동영상 강좌도 여전히 인기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EBS 강좌를 녹화한 동영상을 제공하거나, 학원에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동영상을 다운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여러 곳에서 제공되고 있다. PMP나 노트북, 또는 휴대용 게임기나 전자사전 모두를 응용할 수 있는 이런 서비스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서비스된다.
MP3 플레이어나 전자사전, PMP 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응용한 휴대용 학습 장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음향과 빛을 이용해 뇌파를 안정시키는 장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전자책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장비나 종이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스캔해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는 스캐너형 전자사전까지 출시되었다.
▲EBS의 동영상 강좌는 요즘 고등학생들의 필수 학습코스이기도 하다 |
▲MC 스퀘어 등의 제품은 이제 신기할 것도 없는 장비다 |
시대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열풍은 휴대용 게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게임기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고, 심지어는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는 PMP나 PDA, 전자사전 등 다른 휴대용 장비에 비해 더욱 큰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게임기에는 PDA나 전자사전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만, PDA나 전자사전은 게임기를 대신할 수 없다. 전용 미디어를 읽을 수 없는데다, 라이센스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디지털 컨버전스 시장은 휴대용 게임기를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소니나 닌텐도 등의 업체가 자사의 휴대용 게임기를 어떻게 활용하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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