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은 개성이 중요시 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것보다는 남다른 무엇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게임 또한 그 흐름을 타는 걸까? 기존 게임의 틀을 과감하게 깨겠다며 온라인게임 ‘서기 2030 어니스와 프리키(이하 어프)’가 오픈베타테스트로 유저들을 찾아왔다. 차별성을 모토로 삼은 만큼 어프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SF 분위기가 물씬 나는 가상공간으로 독특한 출발을 했다.
?△ 어프의 색깔이 짙게 녹아있는 감각적인 오프닝 |
▲ 손에 땀을 쥐는 어프의 모험은 이미 시작됐다!
어프는 분위기와 캐릭터만 독특한 것이 아니다. 어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어드벤처와의 결합. 정육면체의 ‘큐브’라는 입체적 공간은 어드벤처와 만나 높은 시너지효과를 낸다. 본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면 캐릭터는 로비로 전송된다. 로비는 육면체로 이루어져 있다. 한 면에서 계속 걸어가면 다른 면으로 이동되는 입체적 방식.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점프하고 사다리를 올라가고, 각종 트랩을 통과하면서 어느새 손에 땀을 쥐게 된다.
△ 어프는 육면체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서버 유저들 다 만나고 오겠네~ |
처음에 로비에 떨어지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함에 봉착하게 된다. 튜토리얼을 훌륭하게 끝내고 온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따위는 그 시점에서 날아가 버린다. SF의 느낌이 물씬 나는 배경들과 큐브 형태의 멥은 낯선 느낌마저 든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을 때 다행스럽게도 퀘스트가 날아왔다.
일반 맵, 또는 어드벤처 특화 맵의 NPC에게 말을 걸어서 ‘스타트’ 지점에서 ‘피니쉬’ 지점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도착하면 되는 간단한 룰의 모험이 준비된다.
△ 말 안듣게 생겼지만 개성적인 캐릭터 |
△ 네온싸인 빛이 가득한 가상세계 |
△ 성공하면 선물 줄게~(악마의 속삭임) |
△ 어프에서 이정도 트랩은 약과! |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금만 실수하면 바닥으로 떨어져서 다시 스타트 지점까지 돌아가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트랩에서 피해를 입으면 깨지는 하트는 체력회복아이템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니쉬까지의 여정에 만만치 않은 복병으로 작용한다.
△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한 결과는 참담했다. |
▲ 어프는 ‘큐브맵’만 독특한 게 아니야
어프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조작, 플레이 방식이 생소하다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어프 측에선 심혈을 기울인 튜토리얼을 준비했고(지루한 것이 흠이지만), 초반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적응하는데 필요한 퀘스트로 구성했다.
△ 초반 퀘스트를 육성으로 말해주는 닥터 쿠르딩거(최종보스의 협박영상인 줄 알았다-_-) |
특히, 어프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시스템들이 있다. 노력에 대한 보은일까??‘라이센스 시스템’의 경우 특정 랭크가 되면 날아오는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특정 테마나 테마의 특정 층을 갈 수 있는 출입증을 받는다. 이것은 초보플레이어들이 난이도가 높은 던전에 멋모르고 들어가서 참사를 당하는 일을 막아준다.
또 하나를 꼽자면 ‘인스턴스 시스템’이 있다. 인스턴스 큐브는 입장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으며, 입장 조건이 맞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인스턴트 퀘스트 중 하나인 ‘바우퀘스트’는 2랭크 이상의 플레이어 3명 이상 파티만 입장 가능하다. 이렇게 들어간 인스턴스 큐브에는 함께 들어간 파티원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협동이 필요하므로 파티원들과 계획을 잘 세워서 플레이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 처음엔 하나의 라이센스만 가지고 있다 |
△ '바우퀘스트'의 제사장 바우 |
하지만, 차별화 전략을 강조한 나머지 기존의 시스템과 별 다를 것이 없는데, 이름과 개념만 살짝 바꿔놨다는 느낌이 드는 것들도 있다.
몇 가지 예로 들자면 PDA시스템. 일반 미니맵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이런 저런 기능을 넣었지만 큰 인상을 주진 못했다. 또, 경험치 부분도 플레이어들에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레벨업 시스템이라고 생각될 뿐 차별화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랭크가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라던가. ‘경험치 바가 몇 번이나 차야지 그레이드가 오르는 건가요?’ 등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오는 혼동 섞인 질문들이 종종 등장한다.
△ 특이한 경험치 바 보틀(Bottle). 화면 옆에 보틀이 다 쌓여야 그레이드가 1 오르고, 8그레이드에서 그레이드 업하면 랭크가 한단계 오른다. 에잇, 복잡해! |
▲ 참신함이 ‘양날의 검’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어프의 긴박감을 주는 환경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주며,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르게 몰입하도록 해 준다. 그러나 ‘양날의 검’처럼 장점이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고저차’를 이용한 입체적 여건을 십분 발휘한 맵은 어프 나름의 특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컨트롤을 요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맵이 특화된 맵에만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맵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퀘스트를 위해서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든 플레이어는 맵들을 지나야 한다. 다른 맵으로 건너가기 위한 게이트가 늘 가기 쉬운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컨트롤이 어려워 원하는 길을 가는데 반복해서 장애를 겪은 유저들은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 일반 맵에도 이런 앙증맞고(?) 얄미운(!) 시간차 공격 트랩이 있다 |
특히 높은 랭크(레벨)의 플레이어들이 다니는 맵은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몇몇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접겠다고 말하는 것까지 들었다. 게임의 특성이 이것인데 싫으면 떠나라? 그렇다면 어프가 일부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게임이 돼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모험을 좋아하는 ‘불친절한 어프씨’
어프의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랭크와 그레이드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퀘스트와 퀘스트수령기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이다.
따라서 필수적인 퀘스트를 제외하고, 수행이 쉽고 경험치와 보상이 괜찮은 퀘스트만 반복해서 수행하게 되는 일이 당연히(?) 발생한다. 같은 퀘스트를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물론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 때문에 랭크 올리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가다의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다양한 퀘스트와 퀘스트간의 밸런스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퀘스트 수령기 |
△ '랩업 노가다'용으로 선호받는 스토커퀘 |
독특한 어프의 문제는 게이머들을 위한 ‘친절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설명이 2% 부족한 퀘스트는 여러 플레이어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OOO 어디 있나요?’ ‘OOO 있는 곳 좀 알려주세요.’ 많은 플레이어들이 특정 인물이나 어떤 몬스터가 어디서 나오는지 묻는다.
몇 시간 동안이나 특정몬스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서 퀘스트를 클리어 하지 못했다는 유저들의 한탄은 겪어본 유저만이 공감할 수 있다. 이왕이면, 조금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거나 퀘스트에 해당하는 인물을 미니맵에 표시를 해준다던가 해서 플레이어들의 편의를 도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붉은 마탕고'라는 몬스터를 찾지 못한 유저들의 원성. 문제의 붉은 마탕고는 버섯 모양 몬스터로 수풀에 가려져 마치 배경처럼 숨어있었다. |
▲ 세트퀘스트도 좀 키워주세요~
또, 퀘스트에서 다양성과 참신성 두 가지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되었던 ‘세트퀘스트’의 존재가 아쉽다. 세트퀘스트는 메인메모리칩이 있어야 가능하며 퀘스트 조각을 모아 장착하며 수행해 나가는 퀘스트이다. 모든 조각을 모으지 않아도 완료 가능하지만 보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퀘스트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해서 완료버튼을 눌러야 수행이 끝나는 것으로 알았던 일반적인 생각에 신선한 일침을 가하는 신개념 퀘스트라고 할 수 있다.
△ 옥토푸스의 보물 퀘스트, 4랭크가 되어야 수행이 가능하다 |
하지만 막상 어프를 플레이 하면 세트퀘스트라는 것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클로즈베타테스트때는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테스트를 거쳐나가면서 모두 일반 퀘스트화 되고 지금 남은 세트퀘스트는 ‘옥토푸스의 보물’ 한가지뿐. 그나마도 4랭크나 돼야 수행가능하기 때문에 세트퀘스트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왕 만들어 놓은 독특한 시스템. 잘 활용해서 퀘스트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는 없을까?
▲ 신선함은 보여줬다, 초심(初心!)을 지키자!
어프의 메인로비에는 이벤트로비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달리기 이벤트’나 ‘OX 퀴즈 이벤트’가 종종 열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벤트를 주관하는 운영자는 (사람이므로) 오타를 내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단편적인 예지만, 어프가 시스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OX 퀴즈 이벤트 현장, 틀리면 가차 없이 떨어뜨립니다? |
△ 온라인게임의 꽃은 운영자라죠? 이벤트 현장의 GM 핑크님 |
어프는 일방적인 마우스 클릭 게임에서 벗어난 참신한 맵과 컨텐츠, 그리고 플레이어들을 위한 노력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좀 더 살을 붙여나가고 보완해나가는 노력이 앞으로의 행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SF라는 가상공간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요소를 가미시켜 차별화를 보여준 어프가 오래도록 사랑 받는 게임이 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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