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에 접어든 PS2. 그 마지막을 함께 보낼만한 신작 SRPG게임이 새로 나타났다. 그 이름하야 BLAZING SOULS(블레이징 소울즈). 제목부터 불타오르는 혼이라니 대단히 화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오랜만에 보는 한글화 SRPG게임이니 게이머들의 기대가 크리라 본다.
게임기 시장의 천하 패권을 거머쥐고 당대를 질주했던 PS2.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화려했던 PS2의 왕조도 말기에 접어들었다. 자고로 왕조의 말기에 충신효자를 알아본다는데, 블레이징 소울즈가 충신효자로서 PS2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명작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PS2의 쇠퇴를 부채질할 난신적자가 될지는 일단 플레이 해 본 다음에 판단하자.
▲ 미려한 일러스트 |
혹자는 지급되는 매뉴얼과 네버랜드 아카이브 북을 숙지하지도 아니하고 무작정 게임을 하다가 “왜 이리 어려워”, “뭐가 이리 복잡해” 등등 불평불만을 늘어놓다가 “재미없어 못하겠네”라며 포기하는 자들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아닌 금수의 절손할 행위이니 교정교화가 필요할 일이다. 적어도 정품을 사서 매뉴얼과 아카이브북을 숙지하는 것은 군자의 기본적 소양이라 할지니 던질 때 던지더라도 기본자료를 숙지하고 플레이하도록 하자. 특히나 이 게임에서는 매뉴얼이 자주 필요하다.
참고로 네버랜드 아카이브 북엔 네버랜드의 역사가 수록되어 있으니 시리즈의 팬들께는 큰 선물이 될듯하다.
반갑다
한글판
본 시리즈는 중견제작사 아이디어 팩토리에서 내놓은 작품으로
스펙트럴 소울즈2의 네버랜드 세계관을 계승하여 어색함이 없는데다가 근래 보기
어려운 한글화 작품이라는 사실이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음성까지 한글화가 되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자막, 매뉴얼 한글화만도 감지덕지하게 여겨야할 세상이 아닌가.(말세다) 일단 감사하자. 하지만 자막의 완성도에서 조금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전투종료 후 나타나는 메시지를 볼라치면 “제로스 은/는 병아리 발톱 을/를 얻었다” 이건 아니잖아?
다양성
속에 숨은 불친절함
자 이제 게임을 구동시켜 보자. 경쾌한 오프닝음악과
미려한 일러스트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일러스트를 제외한 전반적인
그래픽 수준은 요즈음의 게임수준으로는 다소 낮지만 그래픽이 주가 되는 게임이
아니므로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캐릭터의 움직임이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다음 시리즈에서 보완하리라 믿는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 요소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큼 볼륨이 매우 풍성하여 빠져들 거리가 많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난해한 부분들이 많다. 몬스터샵이니 콜렉터즈샵이니 통칭이니 WP(Work Point), CP(chain Point), AP(Action Point) 등등 즐길 거리, 모을 거리는 많지만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이라는 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원만한 게임진행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초보 유저에게 불친절한 시스템이다.
일례로 월드맵에서 지역 디테일 맵으로 들어갈 때는 길드에서 탐색메뉴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 WP(Work Point)가 사용된다. 그러나 몇 번만 탐색을 하면 WP가 금새 바닥나 버리고 게임진행상 필요한 탐색을 못할 지경에 이른다.(아마도 이 탐색에서 게임 접고자 하는 분들 많으리라) 이 망할 WP를 다시 충전하려면 CP(chain Point)를 죽어라 모아서 5:1 비율로 바꿔야 하는데 초반부엔 CP모으기도 녹록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50콤보를 성공시켜야 1CP).
▲ 0을 향해 달리는 WP를 보고있자면 안구 쓰나미 작열 |
액션파트를 들여다보면 퍼즐을 푸는 듯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맵 내의 오브젝트(상자 바위등)를 이용하여 없던 길을 내고 새로운 맵으로 진출하는 방식은 신선한 자극이라 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도 그다지 높지 않아서 조금만 시도를 하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초반부에는 진행할 수 없는 곳이 많고 이런저런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장소를 여러 번 오가며 플레이를 해야 한다. 거기다 맵 내를 돌아다니다 엔카운터 게이지가 100을 꽉 채우면 몬스터와 배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옥의 티로 작용한다. 마음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나 할까?
▲ 퍼즐적 요소도 다분! 하지만 저 스멀스멀 차오는 게이지는 스트레스 |
아이템 합성이나 수집, 강화, 레벨상승시 캐릭터의 스태이터스를 직접 육성하는 등 롤플레잉게임 특유의 “파고들기”적 요소는 정말이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요소가 지나쳐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데 장애가 된다면 이는 앞뒤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노가다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소.
▲ 즐겁게 해줘요~ |
다양한 요소는 좋지만 오히려 게임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러한 요소는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정도가 적당했다고 본다.
▲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
거부할
수 없는 전투의 재미와 차지의 매력
전투시스템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첫손에 꼽을 수 있겠는데 차지시스템과 홀드, 브레이크, 오리지널 스킬 등의 도입으로
흥미진진한 전투를 진행할 수 가 있다. 여타 RPG게임에서는 전투 자체의 재미보다는
스토리를 따라 풀어가는 재미를 추구한 것에 비해 블레이징 소울즈는 자유도를 극대화하고
전투의 재미를 추구한 것이 눈에 띄는 특색이라 하겠다.
전투시 특기사항으로는 아군의 공격으로 아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로스를 위치를 잘못 배치하였다간 아군을 죽이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니 조심하자.
▲ 형의 공격은 자비심이 없다. 알아서들 피해라 |
전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AP(Action Point)인데 이동을 하거나 차지공격을 하거나 심지어 아이템을 쓸 때까지도 AP가 소모된다. 한 캐릭터의 행동을 종료하고 대기를 했을 때도 남은 AP가 많은 캐릭터가 더 유리하다. AP의 소모량을 계산해가면서 효과적인 전투를 이끌어야한다. 그러므로 AP를 마구잡이로 소모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캐릭터의 턴도 화면상단에 실시간 그래프로 나타나니 잘 보면서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시의적절한 공격을 펼쳐야 한다.
다음으로 이 게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차지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차지시스템이란 간단히 말해서 몰아서 연속기를 때린다고 보면 되겠다. 각 캐릭터별로 가능한 공격(연속기 포함)을 자신의 턴에 즉시 발동하지 않고 차지상태에 두었다가 한 캐릭터가 발동하여 지정한 적 캐릭터를 가격하게 되면 쌓여있었던 공격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여 매우 강력한 데미지와 함께 브레이크, 오버킬 등이 함께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 차지공격 준비 중 |
이 차지시스템이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한번에 몰아서 때리기 때문이 아니고 스킬들이 조합되어서 전혀 다른 스킬로 발동되는데 거기에 색다른 매력이 있다. 물론 위력도 각개격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예를 들면 파이어와 선더를 조합하면 무스펠하임이라는 강력한 스킬이 발동하는데 이를 체인스킬이라고 한다. 체인스킬은 브레이크를 잘 발동시키기도 하니 오버킬에는 그만이다. 데미지도 데미지겠지만 이외에도 여러 캐릭터들의 스킬을 다양하게 조합해보는 것도 꽤나 매력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 이 많은 공격이 한번에 들어간다 |
앞에서 언급한 브레이크란 적 유닛이 가진 내성치가 0으로 된 상태를 의미하며 내성치에는 파괴/충격/관통 3가지 속성이 있다. 속성에 맞는 공격을 전개해서 적 유닛이 브레이크 상태에 빠뜨리면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게 되어 보다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 수 있다. 단 내성치는 계속 깎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체인이 종료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니 유의하자.
▲ 요것이 브레이크 |
오버킬은 상대의 마이너스 최대 HP까지 데미지를 준 경우 성립이 되는데 예를 들어 최대 HP 100인 몬스터에게 한번에 200이상의 데미지를 주게 되면 오버킬이 되어 보너스 아이템의 획득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 게임에서의 전투의 재미는 차지시스템으로 브레이크에 이은 오버킬을 연타로 성공시키는 쾌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우리가 원하는 건 오버킬! |
일격필살의 오리지널스킬이라는 것도 있는데 발동조건이 까다로워서 쓸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대신 매우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한다. 클래스체인지를 통하면 증가하기도 하는데 특정한 오리지널스킬을 차지로 조합하면 스페셜체인스킬이 발동되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강적에 사용하면 매우 좋겠으나 발동이 매우 어렵다. 확률로 따지자면 글쎄 ‘바다이야기’에서 대박날 확률쯤 되려나?
▲ 오리지널 스킬 |
마치며
블레이징 소울즈는 풍성한 볼륨과 화끈한 전투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자랑하지만 다소 불친절한 시스템으로 처음부터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특히나 무쌍류의 인간백정 게임을 즐기던 유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시스템과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에 무난히 적응한다면 100% 클리어를 향하여 수집욕을 불태우며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에 동반한 무수한 노가다를 감수해야
하고 조작의 불편함 등, 완성도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요즘처럼 제대로
된 한글화 타이틀 구하기 어려운 이 때에 다른 게임과의 확실히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이런 게임을 조금 어렵다는 이유로 내버려두기엔 아까운 일이다.
▲ 파고들만한 다양한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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